아마도 올해의 가장 명랑한 페미니즘 이야기
케이틀린 모란 지음, 고유라 옮김 / 돋을새김 / 201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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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의 유명 컬럼니스트가 자전적 경험을 바탕으로 유머러스하게 페미니즘을 이야기하는 책이다. 체중이나 첫사랑의 고민, 불편한 하이힐 등 여성들이 공개적으로 자주 이야기하는 내용도 있고 초경이나 음모 기르기, 섹스, 포르노그래피, 자위, 인공임신중절 수술 경험 등 대개 공개적으로 이야기하지 않는 내용도 있다. 저자는 명랑하게 자신의 흑역사를 까놓기도 한다. 레이디 가가 등 멋진 언니들을 인터뷰한 이야기도 있다. 여튼 저자는 자신의 모든 경험을 통해 이런 조언을 한다.

 

중요한 것은 현대적인 여성으로서 존재하면서 마주치는 온갖 쓰레기 같고 짜증스러운 일들에 대해 소리를 지르거나 내재화하거나 말다툼을 벌이는 것이 아니라, 상황을 정확히 지적하고 "하 !"하고 코웃음을 쳐야 한다는 것이다.

- 28쪽에서 인용

 

이런 원칙에 입각, 저자가 쓰레기 같고 짜증스러운 직장 성희롱에 대응한 방법은 아래와 같다.

 

분과 에디터가 자기 무릎에 앉아 '승진'에 대해 상의하고자 했을 때, 그를 놀리고 싶었던 나는 그의 무릎 위에 있는 힘을 다해 푹 눌러앉았고, 그 상태로 담배를 피웠다.

"혈액순환 안  되시죠?" 나는 명랑하게 물었고, 그는 땀을 흘리며 기침을 했다.

- 183쪽에서 인용

 

어떤 책을 읽든 시대적 배경과 연관해서 읽는 나로서는, 1978년생 저자가 성장한 당시 영국 사회 이야기가 흥미로웠다. 책 <비밀 일기>와 영화<디스 이즈 잉글랜드>, 뮤지컬 <빌리 엘리어트>의 소년들이 성장하던 대처 시대의 암울함이 떠올랐다. 그리고, 이 책을 읽으면서 저메인 그리어의 책들과 다이애너비의 삶이 당시 영국 소녀들에게 얼마나 큰 각성의 계기가 되었는지 짐작할 수 있었다.

 

이론서가 아니고 유명인의 경험을 담은 칼럼 모음집이라고 보면 되겠다. 유머러스하긴 하지만 영국식 유머다. 어느 대목에서 웃어야 할지 모르겠는 부분이 종종 있다. 10대부터의 환각제 흡입이나 섹스 등등의 에피소드가 와 닿지 않는다. 이거, 내가 어느덧 꼰대 세대가 되어 나만 이해 못하나 싶기도 하다.

 

여기서 문제는 포르노그래피 자체가 아니다. 포르노는 인류의 역사만큼이나 오래 되었다. 네안데르탈인 - 어느 행복한 날, 그는 원숭이 허물을 벗고 나타났다 - 의 첫 번째 행위는 동굴  벽에 거대한 성기를 지닌 남자 그림을 그리는 거였다.  어쩌면 그것은 네안데르탈인 '여성'의 첫번째 행위였는지도 모른다. 우리도 성기와 장식에 큰 흥미를 갖고 있으니까.

- 56쪽에서 인용

 

성적인 언급이 많은 편인데, 위 부분을 읽으면서는 정말이지 흥분했다. 오 마이 갓! 오 마이 갓! 네안데르탈인의 거대한 성기 그림이라니! 우리 그이를 이렇게 왜곡하다니! 구석기 시절 유럽의 동굴 벽화는 네안데르탈인이 아니라 크로마뇽인이 그렸다고요! (네안데르탈인도 동굴벽화를 그렸다는 주장이 최근 나오고 있기는  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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