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로이 전쟁 연암서가 인문교실
에릭 H. 클라인 지음, 손영미 옮김 / 연암서가 / 2016년 4월
평점 :
절판


 

트로이 전쟁 그리고 하인리히 슐리만의 발굴. 역사와 문학과 삽질을 좋아하는 독자라면 앞서의 단어를 떠올리기만 해도 가슴이 뛸 것이다. 한때 <소년중앙>의 슐리만 기사를 읽으며 언젠가는 나도,,, 하는 꿈을 꾸었는데 아아, 지금은 고양이 화장실 모래나 파고 있는 신세. 삽질의 꿈이 이렇게 이뤄질 줄이야. 

 

각설하고,  호메로스의 서사시집 <일리아드>와 <오디세이>, 그리고 다른 그리스 극작가의 작품들에 나온 트로이 전쟁은 3000년전 과거의 사건이다. 하지만 연구는 현재진행형이다.  학자들은 트로이전쟁이 실재(實在) 사건이라면 이 지역의 청동기 시대 후기에 일어났다고 추정한다. 이때 고대 지중해 지역에서 그리스 본토의 미케네인과 아나톨리아의 히타이트 인이 가장 강성했고 그 중간에 트로이가 있었기 때문이다.  트로이를 사이에 두고 두 문명은 기원전 1700년에서 1200사이 번성했으니까 전쟁은 그 두 세력이 멸망하기 이전에 일어났어야 한다.

 

그런데 그리스와 히타이트의 자료들을 보면 트로이란 도시에서의 전쟁은 한 번만 일어난 게 아니다. 연구자들은 호메로스가 정말 실재한 사건을 그렸는지, 그렇다면 그중 어떤 전쟁을 다루었는지 결정해야 한다. 또 고대 트로이인 히살릭에는 아홉 개의 도시가 층층이 쌓여 있기 때문에 프리엄 왕(프리아모스 왕. 이 책에 나온대로 표기했음 - 껌정)의 트로이가 이 곳인지 그렇다면 그중 어느 층이 맞는지도 결정해야 한다. 하인리히 슐리만 말로는 자신이  트로이의 보물을 트로이 2층에서 찾았다는데 이 층은 기원전 2300년, 즉 트로이 전쟁 발발 천 년 이전의 층이다. 슐리만이 발굴한 트로이는 호메로스의 그 트로이가 아니다. 그렇다면 어느 층이 그 트로이 전쟁의 트로이인가?

 

저자는 고고학적 증거와 히타이트 쪽 외교 서신 등 1차 문서 사료를 통해 현재까지의 연구 결과를 요약해서 독자에게 들려준다. 그리스 병사들이 기원전 13세기 훨씬 전부터 아나톨리아 북서부 해안, 즉 트로이 근처에서 자주 전쟁을 벌였다는 벌였다는 사실은 입증한다. 정치적, 상업적 이유 때문이었다.

 

 

 

 

 

단지 헬레네의 납치 때문에 전쟁이 일어나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것이 편리한 핑계가 되었을 수는 있지만, 고대 세계에서 대개 그랬듯이 실제로는 아마 영토 확장이나 이문이 많이 남는 교역로의 통제권 확보 같은 정치적, 상업적 이유 때문에 전쟁이 시작되었을 것이다.

- 본문 95쪽에서 인용

 

그런데, 그 많은 트로이 전쟁 중 호메로스의 트로이 전쟁이 발발한 시대를 꼭 찍어내기란 어렵다. <일리아드>를 보면, 호메로스는 전사들의 무기나 전투 방식 묘사에서 청동기 시대와 철기 시대를 섞어 놓고 있기 떄문이다.  게다가 호메로스는 전쟁 시기 이전 시대의 인물, 장소, 사건도 삽입해 주고 있다. 이는 이 전쟁 이야기가 호메로스가 집대성하여 기록하기 전까지 5세기동안 구전되면서 겪은 변화를 반영한다. 그래서 호메로스가 특정 인물이 아니라 직업을 의미한다는 설도 있다. 결국 저자는 이렇게 말한다.

 

호메로스의 트로이 전쟁은 어떤 사건이라기보다 청동기 후기 수백년 동안 존재했던 다양한 인물, 장소 사건뿐 아니라 그 전쟁과 호메로스의 시대 사이에 존재하는 500년의 역사를 통합하는 하나의 과정이라고 말할 수도 있으리라.

- 본문175쪽에서 인용

 

결국 모른다는 말. 흠, 선사시대, 고대사를 읽다보면 대개 결론은 이런 것 같다. '이러 이러한 설이 지금까지 있는데 그 증거는 각각 이렇고,,, 독자여, 확실한 것은 없다네. 지금까지 지루한 거 참고 읽느라 수고했네. 끝'  이 책도 그런 신중한 경로를 따라 진행된다. 좀 허무하기는 하지만 믿음직스럽다. 오버 없이 신중한 책이다. 책 자체도 깔끔하고 눈에 잘 들어오게 만들었다.

  

참, 트로이 목마에 대해 재미있는 설이 두 가지 소개되어 있다. 트로이의 목마는 서기 74년에 로마군이 현재 이스라엘인 마사다 성벽 부술 때 사용한 충각이나 일종의 탑 등 전쟁용 건조물을 의미하는 것 일수도 있다고. 혹은 트로이를 파괴한 지진의 비유일 수도 있다고. 그리스 신화에서 바다의 신인 포세이돈은 지진의 신이기도 하고 말은 그의 상징인데, 트로이 도시 성곽이 지진으로 무너진 적이 있었던 것이 발굴 결과 밝혀졌다고.  그럼 지진으로 무너진 성벽 쪽으로 그리스 군이 침입했다는 말인데, 말이 되긴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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