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스코 동굴 벽화가 궁금해서 관련 책들 쌓아두고 한꺼번에 읽었다. 기존 연구 성과 요약하는 점에서 관련 책들은 대동소이했다. 각 책의
출간일에 따라 자연스럽게 최신 연구 결과가 반영되고 안 되고의 차이 가 있는 정도였다. 그런데, 이 책은 다른 책들과 다른 개성이 있었다.
책은 구석기 미술에서 출발한다. 알타미라 동굴, 라스코 동굴 등 동굴 벽화 위주이며 빌렌도르프의 비너스 상 등 여인조각상은 적은 분량을
다룬다. 신석기와 청동기에는 반구대 암각화 등 암각화와 고인돌이나 스톤 헨지 등 거석 기념물 위주이다.
동굴벽화와 암각화에는 저자가 직접 스케치한 모사본이 실려 있다. 개성적이다. 역사 쪽 저자가 서술한 동굴벽화 쪽 설명은 주로 창작
동기나 목적 위주인데 이 책은 저자분이 미술가여서 그런지 동굴 벽화의 미술사적 양식(사실주의적 양식과 표현주의, 상징주의, 추상주의적 양식 등이
다양하게 보인다고 한다), 색채, 물감의 재료(목탄, 골탄, 흙 외에 적혈구도 있다고 한다)까지 깊이 서술한 점이 독특하다. 특히 이 책만의
개성은 이런 원시 미술의 특징이 현대 미술에 어떠한 영향을 주었는지를 서술하는 마지막 장에 있다. 마지막 장은 앞서의 원시미술이 현대
미술가들에게 끼친 영향을 다루고 있다. 현대 작가들의 작품 도판도 수록하고 있다. 저자 자신의 작품도 스스로 떡하니 실어 놓았다. 이를 어떻게
봐야 할지. 책의 제목은 <원시 미술의 세계>인데 전체 책 구성인 5장 중 1/5 분량이나 현대 미술가 작품 도판을 봐야
하다니.
라스코 동굴벽화에서 우리는 또 하나의 특이한 형태표현 방법을 발견한다. 몇몇 동물그림들을 보면 다리가 실제의 동물 다리수보다
더 많이 그려져 있다든가, 또는 머리가 여러 개 그려져 있다든가 하는 특이한 모습을 보게 되는 것이다. (중략) 왜 이런 식으로 표현한 것일까?
실제로 구석기시대의 예술가들이 동물의 형체에서 움직이는 듯한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그렇게 표현한 것일까? 그렇지 않다면 또다른 주술적인 목적에서
동물들에게 보다 많은 생명의 힘을 부여하기 위해 여러 개의 머리와 다리를 그려넣은 것일까? 이것 역시 쉽게 결론을 내릴 수 없는 수수께끼이다.
- 74 ~ 76쪽에서 인용
그래도 4/5 분량의 설명은 충실하다. 오버 해석도 없다. 선사시대에 대한 모든 책들이 다 그렇듯, 이 책도 원시 미술에 대해 여러 가설을
제시하고 결론은 '알 수 없다'라고 내린다. 그런데 내 생각에는, 머리나 다리를 더 많이 그린 동굴벽화는 원시인들이 나름 동영상을 그린 게
아닐까, 싶다. (우다다다 ㅋㅋ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