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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웨덴, 삐삐와 닐스의 나라를 걷다 - 문화와 역사가 함께하는 스웨덴 열두 도시 이야기
나승위 글.사진 / 파피에(딱정벌레) / 2015년 12월
평점 :
셀마 라겔뢰프의 <닐스의 모험>을 바탕으로 쓴 책이다. 닐스의 여정을 따르는 저자의 동선에 맞게 사진과 지도가 적재적소에 잘
들어가 있어서 좋았다. 원작의 여정과 완전히 일치하지는 않는다. 철새인 기러기의 여행 경로를 따라 닐스는 스웨덴 가장 남쪽 지방인 스코네 부터
가장 북쪽 지방인 라플란드까지 전국을 여행하지만 저자는 달라르나 지방 이남까지 닐스의 전체 여정 3/4 정도. 스웨덴 지도로 봐서는 반 정도
여행하기 때문이다.
나는 <닐스의 모험>을 아주 좋아한다. 어려서 계몽사본으로 읽고 나이들어 완역본을 구입해 다시 읽었을 정도다. 내가 좋아하는
역사와 문화, 지리 이야기가 각 지역의 구비전설과 동물들, 사람들 이야기와 잘 어울려 있다. 100년전 작가의 글인데도 약자에 대한 편견이
없어서 더욱 좋다. 그래서인지 이 책을 읽으면서, 스코네의 글리밍에후스 성, 칼 11세와 로젠봄을 만나는 칼스 크로나 해군 기지, 전설의 섬
미네타가 떠오르는 고틀란드 바닷가,,, 등등 <닐스의 모험>을 읽으면서 설렜던 그곳의 이야기를 실제 사진과 함께 보면서 읽는다는
것만으로도 기뻤다. 셀마 라겔뢰프의 고향 베름란드 방문기와 작가의 서재를 재현한 방이 있는 박물관 방문기도 반가웠다.
이 책에는 닐스 외 스웨덴 관련 이야기도 꽤 많다. 삐삐 이야기, 아메리칸 드림을 품고 미국 이주한 스웨덴인의 근대사, 스웨덴의 성냥산업과
성냥왕 이바르 크뤼예르, 알메달렌 정치 축제 이야기, 바사 대왕과 구스타브 아돌프 2세 이후 스웨덴 역사, 스웨덴의 공무원 제도와 복지 제도가
어떻게 발전되어 갔는가, 등등. 그리고 스웨덴의 국부로 칭송받는 페르 알빈 한손 총리 시절의 명암을 둘다 서술하기도 한다. 그런데,,, 좀
피상적 서술이 많은듯하다.
세계최초로 우생학연구소를 설립하고, 당파와 상관없이 모든 정당들이 이를 지지했으며 불임정책을 가차없이 실행할 수 있었던 나라가 바로
스웨덴이었다는 사실에 섬뜩함이 느껴졌다.
그런데 희한하게도 그런 섬뜩한 면들이 오늘날 스웨덴의 모습에는 거의 드러나지 않는다. 나는 그 이유가 섬뜩한 면들의 섬뜩함보다 아름다운
면들의 아름다움이 현재 더 돋보이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게다가 스웨덴 역사는 아름다움을 만들기 위해서는 그런 섬뜩함이 필요했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오늘날 복지국가 스웨덴을 키우고 지탱하는 힘의 근원이 바로 이런 섬뜩한 면에 있는 게 아닐까?
- 본문 273 ~ 274쪽에서 인용
위 문단은, 1921년에 세계 최초로 우생학 연구소 설립하여 나치보다 먼저 인종 차별을 시작하고, 유전자를 남겨서는 안될 사회 성원들을
골라내어 (댄스홀에 자주 간다는 이유로 10대 여성에게도! 이런 식으로1975년까지 스웨덴 정부는 6만 3천명에게 불임수술을 행했다고
한다.) 불임정책을 실시했던 스웨덴 과거사를 비판한 부분이다. 그런데, 나는 이 저자가 무슨 말씀을 하고 계신지, 위 문단을 여러 번 읽어봐도
모르겠다.
저자와 출판사 편집팀에서 책의 목적과 예상 독자를 정확히 정하고 그에 맞는 내용을 책에 담았더라면 더 좋았을 것이라는 생각이다. 닐스
여정과 당시 시대 설명 위주로 기행수필로 가든지, 스웨덴 현대사까지 담아 인문 에세이적 성격으로 가시려면 정확하고 깊은 정보와 사고에 바탕을 둔
비판을 하시든지,,, 아예 언급을 안 했더라면 모를까, 위 문단의 섬뜩함 운운 처럼 피상적 인상 비평 부분이 많아 아쉬웠다. 닐스를 워낙
좋아하기에 아쉬웠을까. 기획은 참 좋았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