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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강머리 앤이 하는 말 (레드 에디션, 양장) - 아직 너무 늦지 않았을 우리에게 ㅣ 빨강머리 앤이 하는 말
백영옥 지음 / arte(아르테) / 2016년 7월
평점 :
품절
<빨강머리 앤>에서 앤이 하는 말에 대해 작가 자신의 생각을 덧붙여 구성한 책이다. 읽기 시작하면 처음에는 '앤'이 보이고, 좀
더 읽으면 '작가'가 보이고, 다 읽고 나면 '나'가 보인다.
조증 환자일까 싶을 정도로 에너지가 넘치는 앤은 어떤 나쁜 상황에서도 긍정적 의미를 발견한다. 그건 그렇게 생각해서라도 견디어야 할 것이
많았기 때문이다. 작가 역시 어린 시절에 책과 애니메이션으로 접했던 앤의 말을 되새김질하며 의미를 발견한다. 그건 성인이 된 후 직장인으로서
작가로서 그렇게 생각해서라도 버티어야할만큼 힘든 일이 그만큼 많았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그런데 앤의 말은 다 옳기만 한 것이었을까.
살아보니 앤의 말이 다 맞는 건 아니었다. 그건 소녀 시절의 나와 어른이 된 내가 같지만 다른 사람이기도 하단 반증이었다. 그러나 앤의
말은 내게 언제나 '간절히 !' 맞길 바라는 말이다. 앤과 지금까지 함께 나누었던 말들은 어쩌면 이 두번의 인생과 깊이 관련 있는 말일지도
모르겠다.
- 328쪽
작가는 앤의 말과 함께, 앤이 말 이상 나아가 쓴다. 그래서 내가 보기에 이 책은 작가 스스로 자신에 대해 쓴 육아일기같아 보인다. 앤의
책과 자신의 책, 앤과 함께 했던 어린 시절과 어른이 되어 다시 함께하는 지금의 삶. 그래서 작가는 '두 번의 인생'이라 표현한 것일까.
과거와 미래에서 자유로워지면, 자신에게 주어진 이 순간에 가장 중요한 게 무엇인지 정확히 알게 된다. 공원에 가득 핀 목련을 보면서, 다음
날 해야 할 집안일을 걱정하는 일이 줄어드는 것이다.
- 34쪽
이제 나는 기적을 믿지 않는다. 그러므로 불멸의 역작을 쓰길 바라기보다, 차라리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매일 할 수 있게 해달라고
기도한다. 매일 쓰고, 매일 읽는 사람이게 해달라고 말이다.
- 60쪽
위처럼 곱씹어볼 부분이 많아 좋았다. 그런데 신기하다. 작가는 단문으로 수식언을 별로 사용하지 않고 담담한 문체로 서술하는데 읽다보면 자꾸
목이 꺽꺽 막히게 만드는 문장을 만나게 된다. 찡하다. 나와 같은 시대를 나와 비슷한 고민을 하며 살아가는 내 나이 또래 작가들의 글을 읽으면
무진장 공감하게 되는 뭔가가 있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