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받지 않을 용기 - 알리스 슈바르처의
알리스 슈바르처 지음, 모명숙 옮김 / 미래인(미래M&B,미래엠앤비) / 2008년 12월
평점 :
절판


독일인 저자가 10년 전에 쓴 책인데, 어쩜 이렇게도 지금 여기 우리나라의 현실을 보고 그대로 쓴 것 같은지!  저자는 여성 운동이 활발할수록 반여성주의 세력이 등장하고 여성을 가정으로 돌려 보내려는 역풍이 분다고 말한다. 저출산을 과도하게 문제시하고 모성을 강조하는 분위기, 낙태 반대, 여성의 비쩍 마른 몸을 이상화하는 풍조, 포르노 유행, 전통가정에 대한 낭만화, 사랑 타령 등이 바로 근거로 제시된다. 그래도 독일은 자궁 지도 같은 건 안 만들었나보네?

 

아들러의 용기 시리즈 아류같이 보이는 제목이지만, 이 책은 <미움받을 용기> 6년전에 나왔으며, 여성의 심리적 자립 같은 이야기를 하고 있지 않다. 북서유럽 국가이지만 이웃나라들에 비해 여성 인권이 낮은 독일에서 현재 독일 여성들이 겪는 사회문제를 논하고 있다. 나치를 겪은 독일의 페미니스트로서, 저자는 묻는다.  '인종주의와 반유대주의의 경우 타민족이나 유대인에 대한 증오심의 선전은 이미 오래전부터 법적으로 처벌되고 있는데 왜 성차별은 지금까지도 자행되고 있는가?  성차별이야말로 전체 위계질서의 사상적 기초가 되지 않는가? 매 맞는 어머니와 성폭행당한 누이를 경멸하는 젊은 남자가 무엇때문에 이방인들을 존중하겠는가? '라고.


 

이 책에서 인상 깊은 부분은 포르노의 범람과 여성 인권의 반비례 관계 부분이었다. 저자는 주장한다. 포르노의 역사를 보면, 포르노의 호황 자체가 여성해방에 대한 직접적인 반응이라고. 사회적으로 유명해져 널리 퍼진 첫번째 포르노는 1972년 제작된<딥 스로트>인데, 이는 68혁명 이후 페미니즘 운동 기간과 일치한다고. 남성이 주도하는 포르노산업의 시선은 여성을 더욱 대상화하고 있으며 남녀가 점차 동등한 권리를 갖게 되는 시대에 포르노가 여성 멸시와 여성 증오를 선전하는 것은 우연이 아니다라고. 화면이니까 무해하다고?  인간에게 가장 중요한 성기는 뇌이다. 그런데 뇌는 자료 처리 방식에 적응하기 마련이므로 난무하는 폭력과 포르노에 무뎌짐으로써 자신을 지킨다라고 신경학자들이 분석한 바에 의해 저자는 이런 결론을 내린다.

 

포르노에 물든 남자는 여성들(또는 여성들의 역할로 밀려난 남자들)에 비해 감각만 무뎌지는 게 아니다. 그런 남자는 모든 인간과 생물에 대한 감정이입 능력을 잃는다. 더 심한 경우 폭력은 그 자체로 성적인 것과 연결된다. 섹슈얼리티와 폭력이 체계적으로 결부되어 있기 때문이다.

- 145쪽

 

또 여성의 노동권 부분도 인상 깊게 읽었다. 독일에는 1976년에야 삭제된 황당한 법이 있다. 가정의 경제적 상황이 요구할 때 여성들이 직업을 가져야할 의무가 있다고 규정하고 있으나 직장 생활이 결혼과 가정에서의 의무와 양립할 수 없을 때에는 여성들이 직업을 갖지 못하도록 규정한 1360조와 1356조다. 그런데 오늘날 여성들이 빠지기 쉬운 진짜 함정은 '직업 또는 가정'이 아니라 '시간제노동'이다라고 저자는 주장한다. 이 부분, 좀더 알고 싶다. 앞으로 우리 사회 여성들의 문제와도 관련되어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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