젠더, 만들어진 성 - 뇌과학이 만든 섹시즘에 관한 환상과 거짓말
코델리아 파인 지음, 이지윤 옮김 / 휴머니스트 / 2014년 6월
평점 :
절판


심리학자인 저자는 '남자아이와 여자아이는 뇌의 차이가 애초에 있으니 다르게 교육하고 훈육해야 한다'라고 주장하는 육아서적을 보고 그 근거가 되는 실제 연구를 찾아본다. 실험과 뇌과학적 발견이 대중에게 전달되는 과정에서 왜곡되어 왔으며 뇌과학이라는 이름으로 사회에 만연한 성차별을 강화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호르몬이 신경과학이라는 화려한 옷을 입고 가장한 성차별주의가 유치원과 학교 문 너머까지 흘러넘친다는 사실이 그 무엇보다 나를 불안하게 한다. - 237쪽

 

신경 과학은 온갖 과학적 권한을 가지고 구식 고정 관념과 역할을 강요한다. - 334쪽

 

남성의 뇌는 원래 타인의 감정을 이해하지 못하고 이성적이고, 여성은 수학에 약하고 감정적이고,,,, 이런 남녀간 뇌의 성차란 존재하지 않았다. 저자는 고정된 남녀의 뇌를 말하는 이론을 21세기 과학이 만들어 낸 새로운 신경 성차별 혹은 뇌 성차별이라고 부르는 “뉴로섹시즘neurosexism”이라고 부른다. 비록 자녀가 아주 어릴 때부터 성차를 보이는 행동을 할지라도 그것은 사회적으로 학습된 결과이며 고정불변이 아닌, 언제든지 새롭게 바뀔 수 있는 차이라고 본다.

 

이제 밝혀졌듯이 우리의 뇌는 우리의 행동, 우리의 생각, 우리의 사회, 세계에 따라 변한다. 뇌 발달에 대한 새로운 신경 구성주의적 견해는 신나게 얽혀 있는 유전자, 뇌, 환경의 지속적인 상호작용을 강조한다. (중략) 그렇다, 유전자 발현은 신경 구조를 낳고, 유전적 재료들은 외부 영향에도 전혀 끄떡없다는 이야기이다. 유전자에 관한 한 , 우리는 타고난 유전자에 따라 그대로 태어난다. 하지만 유전자 활동은 도 다른 이야기이다. 유전자는 다른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에 따라 스위치를 껴고 끈다. 우리의 환경, 우리 행동, 심지어 우리의 사고조차도 발현된 유전자를 모두 바꿀 수 있다. 그리고 생각, 학습, 감각은 모두 신경 구조를 직접적으로 바꿀 수 있다. - 256쪽

 

요새 부모들은 자녀를 성중립적으로 키우려고 한다. 그러나 어린이집에 갈 나이가 되면 아들은 핑크를 거부하고 딸은 공주 의상을 챙긴다. 이를 보며 타고난 차이가 있다보다,하며 포기하지 말자. 아이들은 부모의 영향만 받는 게 아니다.  또래집단 피드백, 매체, 사회 문화 환경 문제 등등 외부에서 오는 압력에더  반응한다. 이를 아닌 내적으로 기인한 문제라고 잘못 정의내려서는 안 된다고 저자는 강조한다.

 

당신이 보는 성 불평등은 당신 마음속에 있다. 우리 모두에게 친숙한 성에 대한 문화적 믿음도 마찬가지이다. 사회적 맥락과 상호 작용하는 복잡하게 얽힌 심리적 연상 속에 존재한다. 이 상호 작용을 통해 자아 인식, 관심사, 가치관, 행동, 능력이 생겨난다. 환경 속에서 성이 두드러지는 방식은 다양하다.

- 331 ~ 332쪽

 

책은 진지하게, 단계적으로 각각의 실험과 연구 과정을 추적해서 독자에게 보여준다. 같은 실험이라도 여러 조건에서 행한 결과를 보여준다. 예를 들어 보겠다. 사람들의 얼굴 표정을 보고 심정을 알아맞추는 실험을 하면 여성이 더 잘 맞춘다. 여기에서 뉴로섹시즘을 강화하는 쪽은 여성들이 남성들보다 감정이입을 잘 하게 타고 났다,라는 결과를 도출한다. 그런데 감정을 잘 맞추면 금전적 보상을 해 준다며 다시 실험을 하면 남성들도 굉장히 타인의 감정을 잘 알아차리게 된다고. 이번 실험 결과가 말하는 것은 즉, 남성들은 감정이입을 잘 할 수 있는데 안하며 살고 있다는 것. 타고난 뇌의 차이가 아니라는 것. 왜? 강자들은 약자의 감정을 살필 필요가 없으니까. 사회가 남성들이 살기 더 편리하니까. 바로 여기에 사람들이 남성과 여성의 뇌 차이가 있다고 보는 이유가 있다. 사람들은 사회에 퍼져있는 성적 불평등을 설명하고 싶어 하지만 그 이유가 우리 사회의 불공평에 있다고 생각하는 것보다 남성과 여성의 타고난 차이 탓으로 돌리는 것을 더 편하게 생각하기 때문이다.

 


저자는 이렇게 결론내린다. 남자의 뇌와 여자의 뇌가 다르다고 주장하는 뇌과학이 성과 불평등에 관해 잘못 알려진 사실을 바로잡지 않는 한 성 차이에 관한 오해는 지금보다 더 심해질 것이라고.

 

좋은 책이다. 강추. 드미트리님 리뷰 덕분에 2년 전에 읽은 책인데 이번에 박근혜 탄핵 과정을 보다가 생각나서 다시 읽고 리뷰 남긴다. 이제는 확실히 알겠다. 남녀의 뇌 차이가 근본적 성차별의 원인은 아니라는 걸. 남성들은 타인의 감정을 읽고 배려해주는 능력이 떨어진다는 말은 순전히 다 뻥이라고. 보라, 여자가 하는 말을 못 알아들어서 녹취를 해 놓고 다시 들어서 그녀가 원하는 대로 이행할 정도로 배려심이 강한 존재가 남성이다. 부모 잃은 공주님이 불쌍하다고 그렇게나 여성에게 감정 이입 잘 하는 어르신들도 남성이다. 절대 남성의 뇌가 감정 이입에 약한 것이 아니지 않은가! 나는 그냥, 강자에게 감정이입을 더 잘 하고 약자에게는 둔감한 존재들이 있을뿐이라고 생각하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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