펍, 영국의 스토리를 마시다 - 창조적 여행자를 위한 깊이 있는 문화 기행 Creative Travel 1
조용준 지음 / 컬처그라퍼 / 2011년 5월
평점 :
절판


 

도자기 여행 시리즈 4권을 연달아 읽고, 조용준 저자에게 관심이 생겼다. 도자기 기행서 집필 이전에 쓴 책이 2권 더 있다는 것을 알고 이번에는 이 책을 읽기로 했다.

 

이번 책 역시 저자의 기획력이 돋보인다. 도자기 기행도 그렇지만, 런던에 가서 펍의 간판을 보고 그 나라의 역사와 문화에 대한 책을 쓰겠다는 생각을 했다니. (나 같으면 신나게 맥주만 마시고 나올텐데! ) 그리고 역시 직접 가서 찍어온 사진을 적절하게 인용하며 이야기를 풀어가는 능력이 배울만하다. 저자는 영국의 펍은 일종의 '살아 있는 화석(234쪽에서 인용)'이라고 말한다. 영국의 대중 맥주집인 펍에는 당대는 물론 과거의 역사가 온전히 살아 숨 쉬고 있기 때문이라고. 이런 시각으로 저자는 펍의 역사와 역국사를 함께 서술한다. 사자왕 리처드라든가 장미전쟁, 헨리 8세, 청교도 혁명과 왕정 복고, 영국의 해양 침략사와 해적의 역사,,,, 중세 이후 굵직굵직한 영국사는 다 나온다. 기존 정통 통사와 달리 사이사이 소소한 역사 에피소드를 읽는 재미가 쏠쏠하다. 아래 인용부분처럼.

 

교회와 여인숙의 관계에는 또 다른 제휴도 있었다. 중세에 교회 건립에 관계한 벽돌공이나 장인들은 상당수가 교회의 영지 안에 자신들의 집을 지었는데, 이는 나중에 교회가 완성된 다음에 교회와의 특별한 관계에 의해 여인숙이나 맥주집으로 변하는 경우가 많았다. 이러한 여인숙이나 맥주집들은 오늘날에도 상당수가 남아 있고, 교회와 관련한 이름을 갖고 있다.

 - 86쪽

 

기본 영국사를 알고 있는 독자라면 정말 재미있게 읽을 수 있다. 왕의 문장을 간판으로 내 거는 펍이 많은데, 내전이나 정치적 혼란기에 경쟁자 가문의 문장으로 간판을 교체하거나 하는 식으로 민심을 표현했다라거나, 각 시대별 펍의 다른 쓰임이라든가,,, 진짜 재미있다. 아, 그래서 영화 <셜록 홈즈>에서 술꾼들에게 둘러싸여 홈즈가 펍에서 권투 시합을 했었구나,,,하면서 읽게 된다.  

 

그러나 현재, 펍은 쇠락 중이다. 젊은 층에서 현대적 분위기의 바를 더 선호하기 때문이기도 하고, 금융 위기로 금융 도시인 런던의 경기가 예전만하지 못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러나 런더너들은 전통있는 펍을 사랑하며, 펍에서 맥주만 아니라 스토리도 같이 마시고 있다. 그러기에 저자는 런던 펍에 비교하여 우리 술집의 스토리 부재를 비판하기도 한다.

 

책 뒤편에 '런던을 여행하는 맥주광들을 위한 안내서'라는 코너가 있다. 런던 각지 펍들이 지도와 함께 소개되어 있다. 런던 여행객들에게 유용할 것 같다. 물론 맥주광에게도!

 

 

*** 오류

 

74쪽

펍의 내력을 설명하는 동판에 따르면 바로 이곳이 로마 교황청 행정판사로서 찾아온 프랑스왕 샤를 5세와 영국의 헨리 8세가 만나 캐서린 아라곤과의 결혼 문제를 담판지은 장소로 추정된다고 한다.

 

=> 샤를 5세는 14세기 인물임. 헨리 8세와 캐서린 아라곤의 이혼 담판은 16세기 전반의 일. 아마도 영어로 기록된 동판에서 '찰스'란 이름을 보고 '샤를'이라고 생각해서 저자분이 이렇게 쓴 것 같은데, 헨리 8세 당시 교황청과 손잡고 이혼에 반대한 '찰스'라면 신성로마제국의 '카를'이 맞다.

 

 

80쪽

성 조지는 군인이면서 순교했다는 특수한 점 때문에 비잔틴 군대와 동방에서 싸우는 십자군의 사기를 장려하는 일종의 선전용 일화로 채택되기에 매우 적합했다.

 

=> 십자군은 비잔틴이 아니라 이슬람과 싸운 군대임. 4차 십자군 때 비잔티움 제국을 공격한 적이 한번 있기는 했지만.

 

80쪽

한때 운동광으로서 많은 여인들을 점령했던 탄탄한 육체는 종기로 뒤덮였으며, 통풍까지 앓았다.

 

=> 노년의 헨리 8세에 대해 설명하는 부분이다. 이 부분을 읽고, 저자가 보기에, 두 아내를 목 잘라 죽이고, 두 아내에게 모욕을 주어 이혼한 헨리 8세의 스토리가 단지 여인을 '점령'한 것으로만 보이나보다, 하는 생각을 했다. (중년 남성인 저자의 가치관과 여성관이 들어간 문장일뿐, 역사적 오류는 아니다. 그냥 독자인 내가 보기에 특이해서 기록해 놓는 것이다. 정말 특이하시다. )

 


댓글(1)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요요 2017-02-13 10: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안녕하세요. 껌정드레스님.
항상 날카로운 지적을 해주셔서 정말 감사드립니다. 저에 대한 관심도 고맙습니다.

솔직히 껌정드레스님의 지적은 매우 아프고, 무서워요 ^^
지적해주신 사항들은 증쇄할 때 모두 반영해서 오류가 없도록 수정하겠습니다.
올 한해도 더욱 건강하고 행복하세요.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