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도자기 여행 : 규슈 7대 조선 가마 편 일본 도자기 여행
조용준 지음 / 도도(도서출판) / 201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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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저자분의 도자기 여행 시리즈 4권을 주욱 읽고 있다. 첫권인 동유럽편은 종이질과 인쇄 상태가 안 좋아 아쉬웠는데 이번 책은 그런 점이 없다. 화려한 일본 채색자기의 멋을 제대로 보여주고 있어서 만족스럽다. 시리즈를 4권째 진행하면서 점점 책 편집이 더 좋아지고 있는 것이 눈에 보인다. 물론, 내용도 점점 좋아지고 있다. 인문기행서 정도 수준이었던 동유럽편에 비해 이번 책은 거의 논문 수준의 전문성을 보인다. 임진왜란 때 끌려간 도공 이삼평의 공주 고향설을 추적해 밝혀내는 부분 등등, 전문적이고 깊이 있는 내용이 많다. 저자분의 작업에 경의를 표한다.

 

내용 면에서도 이번 책은, 유럽 도자기 역사를 여정에 따라 추적한 앞서 책들과 달리, 책 한 권 전체에 일관된 주제의식이 보인다. 일본 쿠슈의 7대 가마를 찾아가는 여정을 통해 임진왜란(도자기 전쟁이기도 하다) 때 조선의 도공들을 끌고가서 시작된 일본의 도자기 산업이 어떻게 각 번 다이묘들의 후원 아래 메이지 유신과 일본 근대의 부국강병을 이끌었는가를 밝혀준다.

 

이삼평이 도조가 되어 만들어낸 아리타 자기로 유명한 사가 번은 도자기를 수출해서 마련한 군비 자금으로 암스트롱 대포 등 최신식 무기와 함선을 구입한다. 이때 사가 번의 무력이 당시 세계 최강 프로이센 군대와 맞먹을 정도였다고 한다. 그런데 사가 번은 이를 감추기 위해 도자기 무역에 관한 15년간 문서를 없앴다고.  한편 심수관 자기로 유명한 사쓰마 자기 역시 유신 자금으로 쓰였다고. 난 사쓰마 시마즈 집안의 식산흥업 정책과 아마미 군도의 설탕 정도만 알고 있었는데, 여기에도 도자기 수출 자금이 있었다는 것은 처음 알았다. 그리고 조선 도공들에게 하급 사무라이 계급을 내려 주었다는데 그 후예가 세이난 전쟁 때 활약했다는 점도 처음 알았다. 그렇다면 이들은 사이고 다카모리의 정한론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한 것일까? 이 부분, 좀더 공부해봐야겠다. 임진왜란 후, 조선통신사들이 조선의 사기장들을 일본 막부의 허락을 얻어 귀국시키려 해도 희망자가 나오지 않았다던데, 그 이유가 뭘까? 이들은 국적보다 계급이 더 중요했던 것일까? 저자는 이런 의견을 보인다. 신선하다.

 

당연히 다이묘 번주들의 압력과 비협조가 첫 번째 이유가 될 수 있을 것이고, 둘째 이유는 이들의 신분 상승이다. 일본 땅 조선 사기장들의 이름에 '에몬(衛門)' 이 흔한 것은 이들이 사무라이 계급을 받았기 때문이다. 고향 땅에 돌아가 보았자 조선에서는 여전히 천민 계급으로 살아갈 것이 분명한데, 일본에서는 사무라이 계급으로 녹봉까지 받으면서 양반처럼 떵떵거리며 살 수 있으니 당연히 돌아가는 사람이 적었던 것이다.

- 147 쪽

 

책은 조선 도공들로 시작된 일본 도자기 역사의 전통이 현재까지 계승되고 있는 점을 서술한다. 부럽다. 게다가 그 옛날 유럽에 팔려나간 작품 중 가치 높은 작품들을 다시 일본으로 되사와서 박물관에 전시해놓고 있다니! 정말 부럽다. 이게 일본의 저력인가?

 

이렇게 책에는 일본 도자기 역사와 문화에 대한 전문적인 정보와 깊은 성찰이 보여서 읽는 내내 보람을 느꼈다. 그런데, 옥의 티가 꽤 보인다. 솔직히, 저자분께서는 책의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역사 지식이 있는, 믿을만한 지인에게 출간 전에 원고 검토를 부탁하시길 바란다. 소소한 용어 오류나 오타야 큰 문제 아니지만 아래, 도고 헤이하치로 부분은 정말 심했다.

 

 

*** 오류

 

20쪽

나베시마 나오시게(金鍋島直茂)

=> 鍋島直茂이다.

 

227쪽

종전의 미망인 백파선

=> '미망인'은 '남편을 따라 미처 죽지 못한 여자'란 성차별 의미가 있는 구시대 용어라, 요즘 웬만해서는 쓰지 않는다.

 

317쪽

메이지 개혁 

=> 메이지 유신. 책에 '개혁'과 '유신'을 섞어 썼다.

 

464쪽

박평의 문중에는 또 한 사람의 도고가 있다. 해군제독을 지낸 도고 헤이하치로(東郷平八郎)가 바로 그다. 그는 러일전쟁 때 우리의 독도 부근에서 러시아의 발틱함대를 전멸시켜 '구국의 영웅'이 된 전설의 해군 총사령관이다. 그 역시 박씨 혈통이라는 사실이 놀랍기만 하다.

 

=> 엄청난 오류!!!! 도고 헤이하치로는 1848년 생이다. 사쓰마 사기장이자 사쓰마야키 시조 중 한 분인 박평의 직계 후손인 박수승이 사쓰마 사족의 족보를 구입해서 '도고' 씨로 성을 바꾼 때는 1887년이다. 이유는 조선인 차별 때문에 수재였던 아들 박무덕의 앞날을 걱정해서였다. 그 아들 박무덕이 바로 도고 시게노리(東鄕茂德)로, 일제시절 외교관으로 활약했으며 외무대신도 2번 했다. 그는 태평양전쟁 패전 후 에이급 전범으로 수감되었다. 그런데 이들 박씨가 사쓰마 사무라이의 족보를 사서 도고 씨가 되었다고 어떻게 도고 헤이하치로도 박씨 혈통이 되는가? 이 부분, 저자분이 너무 엄청난 실수를 하셨다.

 

- 466~ 477쪽

그렇다면 결국 막부 말기부터 메이지 유신에 이르는 기간 중 사쓰마 번의 사무라이들은 대부분 조선인과 그들의 후예가 된다는 결론이 나온다.(중략) 메이지 유신의 성공에 조선인 부대가 엄청난 공헌을 했다는 사실은 바뀔 수 없다. 너무나 엄청난 이 역사적 아이러니라니!

 

=> 이 부분도 납득할 수 없다. 사쓰마 도자기를 만든 조선인 도공들에게 하급 사무라이 계급을 주었다고하여 어떻게 사쓰마 번의 사무라이들이 대부분 조선인과 그 후예가 되는가? 무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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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요 2017-02-13 10: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도고 헤이하치로는 너무 큰 오류라서 사실 할 말이 없습니다.
왜 그랬는지, 그 때 제가 잠시 미쳤었나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당연히 증쇄할 때 수정하겠습니다.

나머지 지적 사항도 유념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특히 성차별 관련 부분에 몹시 관심을 가지신 것 같은데, 조금 있으면 60에 가까워지는 중년(?) 남성의 관습화된 우매한 시각이라고 생각하시고 좀 이해해주시길.... ^^

자유도비 2017-02-15 21:53   좋아요 0 | URL
그저 오류가 보여서 리뷰에 기록했을뿐입니다.
조용준 선생님이시군요, 안녕하세요.
책 내용은 물론, 선생님의 취재와 작업 과정이 도자기 시리즈에 유기적으로 반영되는 것을 보고 많이 배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