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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해 식문화의 역사 ㅣ 에이케이 트리비아북 AK Trivia Book 20
다카히라 나루미 지음, 채다인 옮김 / AK(에이케이)커뮤니케이션즈 / 2013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아놔, 정말 궁금해 미치겠다. 이 시리즈 기획하고 집필한 사람들은 도대체 어떤 사람들일까? 이런 책이 있다는 것을 알고 국내 번역해서
출간한 사람들도 도대체 어떤 사람들일까?
이 책은 음식사를 다룬다. 그런데 통사식도 아니고 대륙별이나 문화권 별 국가별 기술이 아니라 백과사전처럼 항목별로 온갖 관련
지식을 나열한다. 저자는 이미 음식사 몇 권 읽은 독자에게 '이거까지는 몰랐죠?'하며 별로 중요하지도 않지만 다른 책에서는 결코 읽을 수 없는,
그러나 덕후들은 좋아서 자지러질만한 잡스런 지식을 불쑥불쑥 내 놓는다. 뭐 중국에서는 인육을 팔면서 '이각양(二脚羊)'이라 불렀다던가
영국인들이 초기에 커피를 마시지 않은 이유는 '커피는 남성을 불능으로 만든다'는 소문이 돌았기 때문이라든가,,, 읽다보면 정말 웃겨 미치겠다.
백과사전식 구성이지만 크게 보면 흐름은 있다. 1장은 인류고대문명의 음식을 다루는데 메소포타미아와 이집트의 빵과 맥주가 메인 디쉬다.
간단히 말해 빵과 액체빵. 2장은 그리스 로마의 음식을 다룬다. 3장은 중세~근대 유럽의 음식이다. 일본인 저자가 썼지만 유럽의 음식문화
중심이다. 4장에서야 일본의 음식을 다루며 중국과 한국 등 세계의 음식을 조금 다룬다.
이집트인들이 신전에 바치는 제물 대신 동물 모양 빵을 만들어 바쳤다든가(제갈량과 만두의 유래가 생각난다), 스파르타인들은 평상시 먹는
스프에 일부러 담즙을 넣어 쓰게 해서 먹고, 전시에는 제대로 된 음식을 먹어서 사람들은 모두 전쟁을 기다렸다든가(이것도 와신상담?), 그리고
기독교의 육식 금지 때문에 생긴 해프닝(육고기는 금지인데 물에 사는 생선은 먹어도 된다고 해서 비버 고기를 먹었단다) 등등, 기본적인 서양
음식사는 물론 다른 책에서 읽을 수 없었던 시시콜콜한 에피소드가 많아서 참 재미있다. 그렇다고 흥미 위주만은 아니고, 아래처럼 음식 문화를 통해
그 시대를 보여주기도 한다.
카롤링거 왕조 시대에는 큰 실수를 저지른 자나 심약한 자는 '평생 고기 금지'라는 벌을 받았다. 이것은 '무기 소지 금지'라는 벌과 같이
내려져 귀족의 신분을 박탈한다는 의미였다.
- 118쪽
계급사회였던 중세에서는 사회신분에 맞는 걸 먹는 게 좋다고 하였고, 분수에 맞지 않는 걸 먹으면 몸이 나빠진다고 생각했다.
- 116쪽
일본 저자가 쓴 책인지라 당연히 일본 음식문화에 대한 시시콜콜한 부분도 많다. 일본 군대 식량의 역사를 말하는 대목에서 전국시대 휴대
식량인 '이모가라와라 (芋幹繩)'이야기는 처음 들었다. 이모가라와라는 고구마 줄거리를 잘라 말린 후 노끈을 엮어 된장으로 조려서 만들어 이를
허리에 감거나 노끈으로도 사용한다. 그러다가 전장에서 물에 넣어 끓이면 그대로 국과 건더기가 되어 요긴하게 먹을 수 있다고. 아마 우거지된장국?
효로간(兵糧丸) 이야기는 다른 책에서 읽어 보았는데 이모가라와라 이야기는 처음 읽었다. 흥미롭다.
편집이나 인쇄는 그 옛날 문방구에서 팔던 괴수대백과사전 수준인데 내용은 참 알차다. 관심있는 분이라면 한번 시간 여유 있을 때 읽어볼만한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