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의 최전선 - ‘왜’라고 묻고 ‘느낌’이 쓰게 하라
은유 지음 / 메멘토 / 2015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오오, 서문부터 연필 들고 마구 줄을 쳐 나갈 수밖에 없는 책을 만났다.

 

내 나이 서른다섯. 일과 동시에 공부를 시작했다. 답답했던 것 같다. 살아갈 수 있는 말들이 부족했다. 자유기고가의 직무를 잘 수행하기 위해, 집안일을 추스르기 위해, 두 아이를 챙기기 위해, 노무현 대통령 탄핵이라는 초유의 사건이 일어나는 나라의 시민으로 버티기 위해, 그러니까 제정신으로 살기 위해서는 지금과는 다른 언어, 다른 지식, 다른 관점이 필요했다.

- 14쪽 서문에서 인용

 

글과 삶과 나에 대해 고민하다가 좋아하는 분 추천으로 읽은 책이다. 대만족이다. 글쓰기에 대한 책인데 문장 작법같은 테크닉 이야기 위주가 아니라 글쓰기가 세상과 사람을 보는 눈을 어떻게 바꿔놓는지, 글을 쓰며 어떻게 나 자신이 되어 느끼고 사는지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미사 여구도 헛된 자의식 과잉도 없이 저자는 쓴다. 연필을 깎고 쌀을 씻고 사람을 만나고 수강생과 글과 말을 나누고 자신의 글을 쓰고,,,,  살아가며 덤덤히 쓴다. 남자 작가들의 글쓰기 책에서 잘 보기 힘든 일상과 글의 조화, 한 여성이자 한 시민으로서 이 거지같은 세상에서 겪고 느끼고 분노하기, 특히 약자의 시각에서 문제의식을 갖고 자신의 언어를 찾아가기, 이런 점들이 읽으면서 참 좋았다.  

 

그러니까 세상을 바꿔야 할 이유가 없는 자들의 언어로는 이 세상의 모순과 불행을 설명하는 일이 불가능한 것이다. 생각을 언어로 풀어내는 과정을 거치면서 깨달았다. 나는 이미 어떤 가치 체계에 휘말려 있었고, 그것은 내 삶을 배려하지 않았음을.

- 16

 

물론 기본적인 글쓰기 훈련에 도움이 되는 실용적인 조언들도 많았다. 아래처럼.

 

글에는 적어도 세 가지 중 하나는 담겨야 한다. 인식적 가치, 정서적 가치, 미적 가치. 곧 새로운 지식을 주거나 사유 지평을 넓혀주거나 감정을 건드리거나.

- 135쪽

 

좋은 글은 그 자체로 다른 생각의 자리, 다른 인격의 결을 보여준다. 글은 삶의 거울이다. 글은 삶을 배반하지 않는다. 그것이 글 쓰는 사람에게는 좌절의 지점이기도 하고 희망의 근거이기도 하다.

- 176쪽

 

얼마나 명확한가. 나의 역능만큼 써진다는 엄정한 진리. 영감 가득한 아름다운 문장으로만 채워진 글은 날로 기대하지 말라는 일침. 뭔가 전율을 가져오는 '신의 한 수'같은 문장들로 이뤄진 글은 갈망의 산물이 아니라 습작의 결과다.

- 171쪽

 

(아아, 이러다간 이 책 한 권을 다 옮겨 놓을 것만 같다. ^^ 이만. )

 

뒤편에는 저자의 글쓰기 수업을 수강하는 분들이 쓴 인터뷰 글도 실려있다. 덕분에, 내 글쓰기 뿐만 아니라  나란 인간, 내가 다른 사람들과 관계 맺는 방식에 대해서까지 깊이 고민하게 되었다. 나의 좌절의 지점이자 나의 희망의 근거는 무엇이었던가.

 

한마디로, 좋은 책을 만났다. 앞으로 저자 은유선생님의 책을 더 찾아 읽어 보리라. 흔들리는 삶을 살고 있거나, 자신이 인생 전환기에 있다고 느끼는 여성 글벗님들께 강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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