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마의 무늬, 스트라이프
미셸 파스투로 지음, 강주헌 옮김 / 이마고 / 2002년 12월
평점 :
절판


 

블로그에 리뷰 안 쓰던 시절에 읽은 책이라, 이번에 뭐 좀 찾다가 다시 읽고 리뷰 남긴다. 이 책은 2002년에 나왔지만 전혀 시대에 뒤떨어진 역사책 같은 느낌이 없다. 유럽 중세 역사와 문화에 관심있는 분들께 추천한다. 미술 전공자나 일러스트 그리는 분들께도 강추. (역사서 삽화 보면 엉뚱한 인물이 스트라이프를 입고 있는 예가 많다. 전혀 고증이 안 된 셈)이 저자는 문장, 동물, 색으로 중세 문화와 역사를 연구하기 때문이다.

 

<악마의 무늬, 스트라이프>라, 강렬한 제목이다. 유럽 기독교 문화권에서 금기시되었던 스트라이프가 어떻게 활동적인 젊은이를 상징하는 무늬가 되도록 사람들의 인식이 바뀌었는지를 추적하는 책이다. 문헌이나 미술 작품, 복식사 등등을 통한, 저자의 다른 저작인 <블루, 색의 역사>와 같은 추적의 역사를 보여준다.

 

내용을 요약하자면, 스트라이프는 차별의 상징이었다는 것. 줄무늬는 눈에 확 띄기 때문에 다른 것과의 차이를 의미하고 사회 질서를 어지럽히는 부정적 의미를 가졌다. 기독교 유럽에서는 구약성경 레위기에 '두 종류의 실로 짠 의복을 몸에 걸쳐서는 안 된다'는 구절에 거슬러 올라가 스트라이프를 배격한다. 그래서 스트라이프 옷은 유대인, 죄인, 광대, 유랑 연애인, 사형 집행인, 매춘부 등 차별받는 집단들이 입는 옷이었다고. 한편 줄무늬는 창살처럼 외부와의 경계이자 그 안의 사람들을 보호해주는 의미도 있기에 환자복이나 잠옷, 아기 옷이나 용품, 수영복, 침대 시트 등에 사용하기도 한다. 그러던 스트라이프가 프랑스 혁명의 세로 스트라이프 삼색기의 영향을 거쳐 근대에 이르러 활동적이고 젊은 이미지로 사용되기 시작했다는 것. 매우 재미있다. 얇은 분량에 집약적으로 내용이 담겨 있지만 결코 만만한 내용은 아니다. 고대에서 근대까지 방대한 문화사의 흐름을 압축해 놓았다.

 

이 책도 재미있지만 좀 얇아서 아쉽다면, 저자의 다른 책인 <블루, 색의 역사 : 성모 마리아에서 리바이스까지>와<곰, 몰락한 왕의 역사>를 강추한다. 앞서 두 권은 역사서지만 <우리 기억 속의 색>은 에세이다. 저자의 개인 체험과 고백이 많이 들어가는데 은근 까다로운 성격의 저자 모습을 엿볼 수 있다. 저자는 진지하게 썼는데 독자는 빵빵 터지는 경험을 할 수 있다. 프랑스어 위키로 들어가보니 저자의 다른 저작들 목록이 주루룩 보이는데, 빨리 국내에 번역되어 나왔으면 좋겠다. 특히 <Noir: Histoire d'une couleur>는 개인적으로도 매우매우 궁금하다. 나도 모르는 <껌정의 역사>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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