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장의 역사, 상상과 욕망의 시공간 살림지식총서 205
임종엽 지음 / 살림 / 200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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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림 지식 총서 시리즈라고 다 입문자 용은 아니다. 필자에 따라 편차가 크다. 극장, 정확히 말하면 서구 극장건물의 역사를 간략히 다루는 이 책을 읽으면서 참,,, 만감이 교차했다.

 

건축 전공 교수인 저자는 자신이 아는 바를 최대한 응축해서 90쪽 안에 담았다. 그런데 사실에 기반한 지식 전달보다 자신이 아는 바에 대해 의미 부여하고, 이를 멋진 문장으로 표현하는 데 주력하신 것 같다. 곳곳에 추상적이고 아름답고 긴 문장들이 보이는데, 정작 독자인 내가 극장의 역사에 대해 뭘 읽었는지 생각해보면 너무 내용이 없다. 서구 극장의 역사가 그리스 극장에서 로마, 중세 유럽, 엘리자베스 왕조시대 극장으로 이어진다는 것 정도. 굳이 극장의 역사에 대한 서적을 따로 찾아 읽지 않아도 서양문화사나 셰익스피어 조금 읽어본 독자라면 다 아는 정도의 내용이 있다. 

 

물론, 이 시리즈 성격 상 제한된 분량 안에 극장의 역사를 다 담을 수는 없었을 것이다. 그러기에 예상 독자를 생각하고 책의 목적을 명확히 해야 했다. 지식 위주로 가고 저자의 논평은 자제했어야 했다.  

 

역사는 문명과 전쟁을 동시에 진행시키지만 그 문화의 흐름을 역행시킬 수는 없다. 따라서 극장의 모습이 그리스에서 로마로 전이되면서 인간들은 사회적, 정치적 적응의 과정을 통해 상징과 은유를 읽어내는 즐거움에 그치지 않고 상상과 실험에 더 관심을 갖게 된다는 것이다. 그것은 인간이 선험적 자아 대신 절대적인 상상력에 더 비중을 두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고, 원형보다는 본능에 가까운 본질에 더 충실하며, 인식에 의한 상관주관성보다 상상에 의한 통주관성에 더 끌리는 이유이기도 하다. 이것은 변환의 과정에서 추출되는 고전에 대한 최초의 좋은 사례가 된다.

- 본문 44쪽에서 인용

 

내가 이상한가, 싶어서 위에 본문을 인용했다. 무슨 내용인지 당신은 의미가 명확히 이해되는가? 내가 바보였던가?

 

국내 저자가 한글로 쓴 책인데, 이상하게도 읽는 내내 나는 엉망으로 번역된 외국 철학서 읽는 기분이 들었다. 문장의 외적 형식을 봐도, 주어와 서술어가 일치하지도 않고 지시어가 남발되어 의미가 불명확한 부분이 많다. 내용을 봐도, 곳곳에 이해가 어려운 부분들이 많았다. 좋게 봐서 추상적이고 나쁘게 봐서 현학적인. 나도 책 꽤 읽은 사람이고, 나름 역사 쪽으로는 배경 지식이 좀 있어서 저자가 웬만큼 생략해 써도 행간의 의미를 알아차리는 능력이 있는 편인데,,,,  아아, 내 능력 부족 탓인가? 아님 단지 기분 탓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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