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식이 뭐라고 - 거침없는 작가의 천방지축 아들 관찰기
사노 요코 지음, 이지수 옮김 / 마음산책 / 2016년 5월
평점 :
품절


사노 요코가 이렇게 많이 알려질 줄 몰랐다. 나는 우에노 치즈코의 책에서 재규어 일화를 읽고 매력을 느껴 읽기 시작했는데, <사는 게 뭐라고>가 나온 이후 갑자기 책이 많이 나오기 시작한다. 절판된 <나의 엄마 시즈코 상>도 원제 그대로인 <시즈코 상>으로 다시 나올 정도이니. 그러나 <죽는게 뭐라고>와 이 책 <자식이 뭐라고>는 작가 사후에 남은 원고를 모아 나와서 그런지, 좀 함량미달이다. 그러나 어쩌리. 이 작가에게 반했으니 또 읽는 수밖에.

 

여튼, 이번에는 아들 이야기다. 저자의 다른 에세이에 등장하는  일화로 보아, 아들 히로세 겐은 꽤 흥미로운 캐릭터였다. <미운 오리 새끼>이야기를 읽어주자 오리에게 감정 이입하는 게 아니라 그럼 오리 가족은 뭐가 되냐고 화내는 어린 시절 일화를 읽고 겐에게 관심이 갔다. 게다가 저자는 <시즈코 상>에서 자신의 어머니 이야기도 독특한 드라이함으로 서술하지 않았는가. 그렇게 엄마에게 냉정했던 사람이 자신이 엄마 역할 하는 것은 어떻게 썼을지 궁금했다.

 

내 아들이 정이 많은 아이인지 아닌지는 잘 모르겠다.

만약 다정하지 않은 아이라면, 그건 내 다정함이 부족한 탓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면, 나는 내가 다정한 인간이라고 거의 자신할 수 없어진다. 나는 의심할 여지없이 아들을 사랑하지만 내 사랑이 충분하고 적절한지 확신할 수 없다.

- 112 ~ 113쪽에서 인용

 

윗 부분 읽는 데 찡했다. 역시나, 엄마와의 관계에서 사랑 주고 받기가 자신 없었던 사람은 자식과의 관계도 그런건가. 인간의 굴레가 따로 없구나. (내 아들 기욤이와 서리에게 괜히 미안해진다.)

 

책 내용은 아들 히로시 겐이 어린 시절부터 20살 정도까지 성장하는 과정을 지켜보는 이야기다. 다니바타라는 여자친구를 동시에 좋아하는 아들의 친구들(겐, 우와야, 욧짱)의 이야기가 흥미롭다. 중1때 아버지가 돌아가신 우와야, 부모가 이혼한 겐, 두 친구를 보며 자신은 너무 쉽게 산다고 고민하는 욧짱,,, 고등학생이 되어 이 세 친구가 작가의 집에 모여 엄마/친구 엄마인 작가 몰래 술을 마시고는 취해버려서 서로 굳세게 살자고 어깨 두드리며 악수하는 장면이 귀엽다. 친구 엄마인 작가에게 들키자 이들은 '아줌마도 굳세게 살아요'라며 작가의 어깨를 두들겨 준다. 이런 일화 등등, 아들과 아들 친구들의 온갖 좌충우돌과 만행을 지켜보며 작가는 이렇게 쓴다.

 

뭐든 마음껏 해보렴. 어린 시절을 충분히 아이답게 보낸다면 그걸로 좋다. 슬픈 일도 기쁜 일도 남을 원망하는 일도 짓궂은 일도 실컷 해보기를.

그리고 어른이 되었을 때 사랑하는 이가 무엇을 보고 있는지 궁금해하며 타인의 마음에 다가갈 수 있는 사람이 되기를 바란다.

- 115쪽에서 인용

 

이로써 현재까지 국내에 번역되어 나온 사노 요코 작가의 에세이는 다 읽었다. 아직 국내 번역되지 않은 작품이 한두 권 더 있다면 좋으련만. 모르지, 아들인 히로세 겐 씨가 숨겨놓은 엄마의 원고를 투덜대며 또 책으로 펴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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