궁녀 - 궁궐에 핀 비밀의 꽃, 개정증보판
신명호 지음 / 시공사 / 2012년 5월
평점 :
품절


 

국내 저자들이 쓴 서양사 읽다보면, 서양 궁정의 시녀(Ladies in Waiting )를 동양의 궁녀 개념으로 착각하는 것 같아 우리나라 궁녀에 대한 책을 한번 읽어 보았다.

 

여성 관련한 역사를 흥미로 소비하는 사람들이 흔히 그렇듯, 궁녀에 대해서도 왕의 잠자리 상대, 정도로만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다. 궁녀 관련한 역사 에세이 류를 보면 저자가 음란서생인가 싶을 정도다. 이 책은 그런 오류 없이 왜곡된 궁녀 이미지를 바로 잡고 궁녀 선출 방법과 등급, 업부 분장, 월급 체계,,, 등등 국가 공무원이자 조선의 전문직 여성이었던 궁녀의 모습을 서술한다. 뭐 마지막 장에 궁녀의 성과 사랑을 다룬 챕터가 있긴 있다만, 저질스럽지 않아 좋다. 확실히 이 책은 궁녀에 대한 허접한 야사담이 아니다. 참고 자료로 공부삼아 읽어볼 만한 책이다. 왜냐하면,

 

이는 곧 영조 이후의 궁녀는 각사의 공노비나 본방의 사노비 출신이었다는 결론이 된다. 그러다가 순조 대 이후 공노비가 혁파되면서 양인 출신의 여성들이 충원되기 시작했던 것이다. 요컨대 조선 왕조 500년 동안 궁녀는 다소의 예외를 제외하면 기본적으로 공노비와 사노비 등 노비 출신의 여성들이었다고 결론지을 수 있다.

- 112쪽(2005년 구판으로 읽었기에 페이지 수는 다를 수도 있음)  

 

위와 같은 결론을, 저자는 통계 도표 분석을 한 후 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읽어가면서 눈에 거슬린 부분이 있다. 세종의 후궁이 된 공노비 출신 신빈 김씨를 서술하는 부분에서 신데렐라 운운한다든가, 왕비인 소혜왕후 심씨가 질투하지 않아서 사랑을 받았다던가,,, 하는 식으로 글의 흐름 상 그리 필요하지 않은 여성혐오(misogyny)적 편견으로 볼 수 있는 논평이 종종 끼어든다. 이 부분이 의아해서 저자 약력을 살펴보았는데 1965년생이셨다. 11년전 이 책을 쓰실 때는 40세 전후였다. 전쟁 이전에 태어난 꼰대도 아니고, 80년대 이후에 태어난 일베도 아닌데 왜 이러시는지 내 입장에서는 심히 의아하다. 나름 재미있고 친숙하게 서술하시려 하신 것 같은데,,, 이런 점은 원고 완성 후 주위에서 피드백 받으면서 걸러낼 수 있는 부분인데, 안타깝다. 

 

본문 42쪽에서 '숙종의 무수리로 들어갔다가 훗날의 영조를 출산한 최숙빈'이란 서술이 있다.  이 부분, 무수리가 아니라 궁녀의 하녀인 '각심이'출신으로 보는 것이 더 타당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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