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통의 존재
이석원 지음 / 달 / 200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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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백하자면, 내가 이 책을 읽은 동기는 순수한 독자의 마음에서 나온 것이 아니었다. '언니네 이발관'의 뮤지션이기는 하지만, 작가로서는 무명인 저자가 거창한 기획없이 일기쓰듯 쓴 글이 책으로 묶이고, 그 책이 장장 6년간 베스트셀러라는 점에 관심을 가졌다. 비유하자면, 파리만 날리고 있는 작은 식당의 주인이 줄 서서 사 먹는 맛집의 비법을 궁금해하다가 드디어 그 식당에 가보았다고나 할까. 그런데,

 

잔잔하니 수필 읽는 맛이 있었다. 1971년생인 저자는 내 또래다. 내 또래가 30대 후반이 되고 40대를 앞두면서 사랑과 사람과 추억과 건강과,,, 조금은 자기자신까지를 잃어가면서 그 일상을 적은 글이니, 어찌 감정이입이 되지 않으랴. 어느 정도는 신선하기까지 했다. 40 전후 아저씨 필자들이 쓴 에세이는 보통 '나는 이렇게 잘났다. 그런데 세상이 나 잘난 것을 몰라주더라'가 주제인 것이 많은데, 글쓴이는 그런 헛폼을 잡고 쓰지 않는다. 솔직하고 담담하게 일상의 느낌을 적는다. 제목 그대로 '보통의 존재'로서의 생각과 감정을 묵묵히 꾸준히 적는다. 그런 점이 좋았다. 남 보라고 쓰는 것이 아닌, 자기 다짐의 문장들. 아래처럼,

 

조언이란 건 남의 상황을 빌어 자신에게 하는 것임을 다시 한번 깨달으며.

- 본문 115쪽에서 인용.

 

어떤 글이건 완성되기 전 작업 과정에 있어서만은 그 내밀성이 보장되어야 한다. 독자는 완성되기 전 채 여물지 않은 글의 모자람을 애써 엿보려 해서는 안 되고 작가는 중간에 섣불리 공개하는 실수를 범하지도 말아야 한다. 과정은 언제나 비밀에 붙여져야 하며 사생활은 보장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 26쪽에서 인용

 

위에서처럼, 글쓰기의 자세에 대해 배운 부분도 많았다. 베스트셀러가 될 만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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