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틀라스 중앙유라시아사 아틀라스 역사 시리즈 5
김호동 지음 / 사계절 / 201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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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틀라스 중국사>의 책날개 뒤편에서 김호동 선생님의 중앙유라시아가 근간 예정이라고 적힌 것을 본 이후, 얼마나 손꼽아 이 책을 기다렸는지 모른다. 드디어 책이 나왔다. 얼른 주문했다. 유치한 경쟁심이 있어서, 다른 분들보다 특히 치약님보다 먼저 읽고 먼저 리뷰 쓰고 싶었다. 그러나 이 책은 빨리 읽을 수가 없었다. 다른 역사서에 비해 이 시리즈 책의 글자야 많은 편이 아니다. 본문과 지도를 같이 음미하느라 시간이 걸린 것이다.

 

책의 내용에 대해서는 쓸 말이 없다. 내 경우에는 중국사를 통해 누덕누덕 기워 읽고 내 상상력으로 이리저리 맞추어 보던 내용이 이렇게 일목요연하게 한 권으로 정리되어 있는 책을 읽는 것만으로도 기뻤다. 게다가 김호동 선생님 책이 아닌가. 물론 한 권 분량 안에, 아틀라스 시리즈라는 책의 틀에 이 방대한 내용을 축약해 넣으려니 좀 무리는 있다. 저자도 편집자도 정말 고생이 많았을 것이다. 누구의 잘못도 아니지만  확실히 독자의 배경 지식에 따라 매우 어렵게 읽힐 수도 있는 책이다. 그래도 이 지역 역사에 관심이 있다면 일단은 이 책을 갖추어 놓으시라. 이 책을 기본 교과서로 삼고 책 뒤쪽 참고서적을 한 권씩 격파해가시라. 

 

 

- 본문 38쪽에서.

 

책의 만듦새가 감동적이다. 지도 자체도 그렇지만 그 지도를 독자에게 보여주는 솜씨도 감동적이다. 위의 지도를 보면, 흉노의 좌현왕 우현왕 위치를 독자에게 쉽게 이해시키기 위해 지도의 남북을 바꿔 놓았다. 글로 설명을 달아놓지는 않았어도, 유목민들의 동서남북 전후좌우 개념은 북쪽을 등지고 남쪽을 바라봐야 한다,,, 는 내용까지 담겨 있는 정성어린 지도다. 독자의 이해를 돕기 위해 정말 편집팀이 애 많이 쓰셨다. 다른 아틀라스 시리즈와 달리 이번 중앙유라시아 편에 실린 지도는 메르카토르 도법으로 네모지게 그린 지도가 아니라 지구 형태대로 둥글게 그린 지도가 많은 것도 감동적이다. 메르카토르 도법으로 그리면 적도 부근만 정확하다. 고위도로 올라갈수록 실거리보다 과장되게 그려진다. 그래서 네모낳게 그린 유라시아 지도를 보면 유목민들이 말타고 달려 대륙을 횡단했다는 것이 와 닿지 않는다. 그러나 북반구의 둥근 모양을 살려 그린 유라시아 지도를 보면 좀더 실감이 난다. 그래서인지 이번 책에 실린 대부분의 지도는 지구의 구형 모양 지도다.   

 

,,, 그런데 내겐 사망한 칸의 부인(카툰)에게 '미망인'이라는 호칭을 사용하는 것이 좀 거슬린다. '그의 미망인 소르칵타니 베키(134쪽)'와 같은 표현이 여러 군데 보인다. '미망인(未亡人)'은 '아직 따라 죽지 않은 사람'이란 뜻으로, 성차별적인 단어다. 신문 방송 출판 등에서 이런 이유로 사용하지 않는 추세인 단어인데, 편집팀에서 실수한 것 같다. 또, 당시 몽골의 상황으로 봐도 맞지 않는다. 몽골에는 인도의 '사티'같은 풍습은 커녕, 죽은 아버지나 형의 아내와 결혼하는 수혼제가 있었다. 그시절 다른 농경정주 문화권에 비해 여성의 권리가 높은 편이었다. 칭기스칸은 아내와 딸들에게 권력을 나눠 주기도 했다.

 

이런 맥락에서, 182 ~183쪽에 서술된 다얀 칸과 만두 카이 카툰 부분도 나는 좀 신경쓰인다. 7세 정도에 즉위한 다얀 칸의 업적은 사실상 연상 아내인 만두 카이 카툰의 업적인데  그 부분을 좀더 명확히 써 주셨으면 싶다. 물론 저자분은 몽골 카툰의 위상과 업적을 이 책에 쓰긴 쓰셨다. 본문 182쪽을 보면 만두카이가 바투 뭉케(다얀 칸)과 결혼하기 전에 에시 카툰(소르칵타니 베키)의 영전에 기원을 했다는 부분이 길게 서술되어 있으니까. 그런데, 그뿐이다. 다른 칸들은 즉위시 칭기스칸의 사당에 기원을 했는데 만두 카이는 소르칵타니 베키에게 기원하여 즉위했다는 것, 이는 명목상 남편인 17세 연하(이 부분은 학자에 따라 조금씩 나이 차가 다르지만 일단 17세로 적음)의 어린애 대신 몽골을 지배하는 카툰으로서의 자신의 각오와 권력의지를 보여준 것이라는 것, (소르칵타니 베키는 남편 톨루이 사망 이후 재혼하지 않고 은인자중, 아들을 후대 칸으로 키워냈다. 아들 중 하나가 그 유명한 쿠빌라이 칸이다. ) 이후 만두 카이는 몽골을 다시 일으켰다는 것 등등의 내용은 이 책 이 부분에 서술되어 있지 않다. 그런데, 만두 카이가 소르칵타니 베키의 영전에 기원을 했다는 내용만 서술된 이 책을 읽고 이런 내용을 다 알아차릴 독자가 얼마나 될까. 이런 점에서 나는 독자의 배경지식에 따라 이 책이 어렵게 읽힐 수도 있다고 앞에서 썼다. (쓰고 보니 잘난척 같아서 좀 민망하다.) 이런 점이 이 책의 약점이다. 아틀라스 시리즈의 성격상, 한정된 지면에 한 주제를 압축해서 서술해야 한다. 저자분은 다 알기에 생략하고 넘어가는 부분이 많다. 그러기에 역사 초보자의 경우, 이 시리즈는 결코 만만하게 읽히지 않는다.  

 

그렇다고 좀 읽은 역덕들에게는 시시할 것이냐, 그것도 아니다. 이미 알고 있던 네르친스크 조약 서술이라도 다른 중국사나 러시아사 책에서와 달리 이 책은 이 조약이 중앙유라시아에 미친 영향 위주로 서술한다. 역사서 독서 이력이 많이 쌓인 독자에게도 다른 쪽 입장에서 다시 보게 해 주는 좋은 책이다. 

 

뭐 미망인이니 뭐니 조금 지적하기는 했지만, 이 책 전체적으로 큰 편견은 없다. 오히려 중앙유라시아 지역 유목민족의 역사에 대한 편견을 깨주는 내용이 많아 정주농경민족 위주의 사관과 서술에 익숙한 일반독자들의 시선을 교정해준다. 하기사, 그런 점은 김호동 선생님 책을 읽으면 계속 느끼게 된다. 아래, 그런 부분을 인용하며 리뷰를 마친다.

 

 

1260년경 쿠빌라이의 집권을 둘러싸고 벌어진 일련의 사건들은 몽골 제국의 지배체제에 큰 변화를 가져왔다. 이에 대해 이제까지는 하나의 통일 제국이 4개의 지역 정권, 즉 '칸국'으로 분열되었다고 생각해왔다. 그러나 이러한 이해방식은 당시의 역사적 상황을 올바로 반영하는 것이 아니다. 몽골 제국, 즉 '대몽골 울루스'라는 거대한 정치체는 칭기스칸 일족들이 보유하는 다수의 울루스들로 구성되어 있었다. 몽골 제국이 울루스들의 연합체라는 구성적 원리인 '울루스 체제'는 14세기 중후반 제국이 붕괴될 때까지 변하지 않았다. (중략) 따라서 몽골 제국이 4개의 독립적인 국가로 분열되었다고 보는 것은 역사적 사실을 왜곡하는 결과를 초래할 위험성이 있다.

(중략) 따라서 쿠빌라이가 집권과 함께 중국적인 왕조인 '원'을 창건했다고 하는 주장은 이러한 역사적 사실과 상충된다.

- 본문 142쪽에서 인용

 

 

- 사계절에서 나온 중앙유라시아 쪽 역사서들 중 내가 읽은 것. 그리고 우리집의 지배자 냐'옹 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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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병통치약 2016-02-12 21: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요? ㅎㅎ 전 다 읽었지만 퍼풱트하고 아튀스트적이며 아방가르드한 리뷰를 작성하고자 숙성시키고 있답니다.~~~ / 이쪽 동네 중앙아시아는 그런대로 익숙한데 저쪽 동네 중앙아시아는 익숙치 않아 읽기 뻑뻑해 느릿느릿 읽고 있습니다.

자유도비 2016-02-17 14:55   좋아요 1 | URL
오 나의 치약님! 저 무안하지 않게 이렇게 등장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

chengken 2016-02-16 11: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안녕하세요? 사계절출판사 인문팀입니다. 서평이 너무 좋아서 그냥 지나치지 못하고 댓글 남깁니다. 지적해주신 점 저자 분과 상의하여 책에 반영하도록 하겠습니다. 혹시 이 서평을 사계절출판사 페이스북에 링크해도 될까요?

자유도비 2016-02-17 14:58   좋아요 0 | URL
어이쿠, 저자 선생님과 출판사에 폐가 되지 않을까, 걱정스런 마음입니다.
// 사계절 역사서와 김호동 선생님 팬입니다. 그래도 이번 책에서 미망인이란 용어 사용과 만두 하이 업적 부분을 정확히 서술해 주지 않으신 점은 많이 아쉬웠습니다.
// 어차피 공개된 서점 블로그에 쓴 글이니 상관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