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리스, 내 인생의 신화를 찾아서
조지프 캠벨 지음, 노혜숙 옮김, 한성자 감수 / 아니마 / 2014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1년 반 전에 나온 책인데 흔적님 리뷰 읽고 담아두었다가 이제 읽었다. 책은 조지프 캠벨의 대표작 중 하나인 <천의 얼굴을 한 영웅>을 쉽게 풀어쓴 부분이 대부분이다. 캠벨 사상, 그리고 일반적인 신화학 입문용으로 좋다. 칼 융 이론도 잘 녹아 있다. 한마디로 수준있는 이론서이면서도 베스트셀러 자기계발서만큼이나 대중적으로 독자에게 말을 건넨다. 방황하는 영혼들에게 강추할만한 책이다.

 

저자는 전세계적으로 비슷한 유형을 보이는 영웅신화를 예로 들어 인생을 말한다. 신화의 기능이나 상징은 현대 사회에서도 여전히 가치가 있다. 비록 신화의 우주관과 사회관이 과학 발달과 사회 변화로 인해 21세기 지금의 현실과 유리되긴 했지만 젊음, 성숙, 나이, 죽음과 관련된 인간의 정신적 문제들은 본질적으로 변함이 없기 때문이다. 우리는 안락하고 익숙한 세계를 떠나 다른 세계로 가서 모험을 하고 성숙, 각자 인생의 영웅이 되어야 한다. 우선 어두운 숲으로 혼자 들어가야 한다. 길은 없다. 이미 길이 있다면 그 길은 다른 사람의 길이지 내 길이 아니다. 그럼 내 길은 어떻게 찾나? '블리스(bliss)'를 따라가면 된다. 블리스는 희열을 말한다. 모험을 떠나야만 하는 다른 세상은 다름아닌 자신의 내면이다. 자신의 억압된 다른 측면, 그림자를 인정하라. 집단 무의식이 각각의 신화에 어떻게 원형 상징으로 등장했는지를 한번 파악해 보면 도움이 될 것이다. 특히 신화가 보여주는 통과의례적 성격은 인생의 다음 두 단계에서 매우 유용한다. 소년에서 성인이 될 때, 그리고 노인이 되어 죽음을 만날 때.

 

나는 아직도 존재가 무엇인지 잘 모른다. 의식이 무엇인지 잘 모른다. 하지만 희열이 어떤 것인지는 알고 있다. 그것은 온전하게 현재에 존재하는 느낌, 진정한 나 자신이 되기 위해 해야 하는 어떤 것을 하고 있을 때의 느낌이다. 이러한 느낌을 계속 유지할 수 있다면 이미 초월성의 언저리에 있는 것이다.

- 26쪽

 

대중 강연을 바탕으로 만든 책이다. 캠벨의 이야기꾼으로서의 재능과 편집자의 역량이 돋보인다. 뭐랄까, 유명한 석학의 강연이나 대담이 바탕인 책을 읽다보면 녹취록을 그대로 옮겨 타이핑만 했나? 이럴려면 편집자가 왜 필요하지? 싶을 때가 많은데 이 책은 그렇지 않았다. 편집자가 전체 책의 주제와 흐름에 맞게 조율을 잘 해 놓았다. 덕분에 앞에서부터 차례대로 읽어나가기만 했는데도 미궁을 더듬다가 마침내 빠져나온 기분이 든다. 내겐 이 책이 아리아드네의 실꾸미였나보다.  

 

(참고 : 뒷부분에 저자와 청중의 대담이 실려있다. 여성영웅에 대한 여성 청중의 질문에 캠벨의 답이 좀 아쉬운 생각이 든 독자라면, 그 부분은 <여성 영웅의 탄생>을 읽어보시길. 캠벨은 너무 겸손하게 자신이 남성이라는 이유로 그 부분 설명은 안 하신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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