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쪽으로 튀어! 2 오늘의 일본문학 4
오쿠다 히데오 지음, 양윤옥 옮김 / 은행나무 / 2006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1,2권 다 읽고 리뷰는 2권에만 남긴다.

 

초등학교 6학년인 지로의 아버지 우에하라 이치로는 지로가 보기에 사고뭉치다. 대학시절 과격 운동권의 전설적 행동대장이었다가 현재는 아나키스트가 되었다. 프리라이터라지만 발간된 책은 없고 찻집을 하는 엄마에게 얹혀 사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오차노미즈 여대의 잔다르크로 불렸던 엄마는 그런 아빠에게 불만이 없다. 오히려 아버지를 깊이 사랑하고 신뢰한다. 소설은 소년 지로가 부모의 언행과 공건력과 자본에 저항하는 싸움을 보고 듣고, 자신 역시 폭력에 대항해 싸우며 성장해가는 이야기다. 

 

1권은 도쿄 나카노, 2권은 오키나와 남쪽 이리오모테가 배경이다. 2권 마지막에 가면 섬의 전설이 소개되는데 그 전설과 지로의 부모 이야기는 겹친다. 그래서 크게 보면 지로의 이야기, 부모의 이야기, 전설, 이렇게 세 가지 이야기가 얽힌다. 앞에는 학원물 명랑 성장소설같지만 (조흔파 선생의 얄개전 같은) 뒤로 갈수록 묵직해지고 힘을 받아 세 이야기가 어우러진다. 머리 좋은 작가라는 생각이 든다. 중앙 정부뿐만 아니라 현재 중앙- 오키나와, 과거 사쓰마번, 류큐국과 오키나와 남쪽 섬 지역,,, 에 겹겹이 이어지는 중심부와 주변부의 얽히고 설킨 폭력의 역사를 다룬 점에도 감탄했다. 별난 아버지의 캐릭터에 묻히기에는 이런 작가의 역사 인식이 빛난다.  

 

"모든 어른에게는 좋은 부분과 나쁜 부분이 있습니다. 여러분이 거기에 휘둘려서는 안 됩니다. 만일 의문을 품었거나 뭔가 이상하다고 생각되는 일이 있다면, 그것을 잊지 말고 가슴 속에 간직해주세요. 그리고 어른이 되었을 때, 자신의 머리로 판단하여 정의의 편에 서는 사람이 되어 주세요. "

지로는 큰 격려를 받은 것 같았다. 자신 역시 아버지만이 정의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  248쪽.

 

그리고 지로 아버지만큼 개성이 강하지는 않아도, 선생님과 순경 등 어른다운 어른들이 소설 곳곳에 등장한다. 위의 인용 부분은 지로 아버지가 대형 사고를 친 이후, 교장 선생님께서 전교생 앞에서 훈화말씀하는 대목이다.

 

기타 이 소설에서 흥미로운 점 :  어린 소년이 화자로 등장하는 소설을 읽을 때 재미있는 점은, 그 화자의 현재 모습과 화자의 아버지 모습에서 작가의 어린 시절과 지금 성인기의 모습이 보인다는 점. 어차피 소설을 써서 책으로 발간하는 시기는 성인 나이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소설은 어린 소년의 감성과 세상의 불의에 의문을 갖는 소년의 시각을 여전히 갖고 성장한 성인 남자의 뚝심이 같이 잘 버무려져있다. 신기하다. 흠, 오쿠다 히데오, 이 작가의 성장기는 어땠을까. 이어서 <시골에서 로큰롤>을 읽었다.  

 

 

***

 

각각 알아서 수신제가치국평천하( 修身齊家治國平天下 )를 잘 하면 좋으련만, 띨띨한 나 자신의 문제도 많은데 집안 어르신 문제에 나라 문제에 전 지구 문제까지,,, 점층적으로 겹겹이 우울하고 무기력해지는 요즘이다. 오쿠다의 이 소설을 읽고 나니, 그래도 읽고 쓰고, 내가 할 수 있는 소소한 역할을 하며, 쉽고 유쾌하게 세상에 문제 제기하는 방법을 꾸준히 고민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