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윤기의 그리스 로마 영웅 열전 1
이윤기 지음 / 민음사 / 201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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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 미노타우로스와 테세우스, 미궁 이미지, 영웅과 어른됨에 대해 꽂혀서, 미노타우로스에 대해 서술한 책들을 주욱 찾아 보았다. 그런데 이건 좀 아닌걸, 하는 부분을 발견했다.

 

이 괴물의 내력은 이렇다. 크레타 왕비 파시파에는 매우 음탕한 여자였다. 왕비는 궁중에서 기르던 아주 잘생긴 황소를 보고는 욕정이 생겨 다이달로스에게 어떻게 황소와 정을 통해 볼 방법이 없겠느냐고 통사정했다.

- 39쪽

 

반인반우 괴물 미노타우로스의 출생의 비밀을 서술하는 대목이다. 저자는 괴물 탄생 원인을 왕비 파시파에가 음탕했기 때문이라고 서술하고 있다. 그런데 저자는 그 앞 내용을 잘랐다. 크레타 왕 미노스가 왕위를 차지하는데 도와준 포세이돈에게 약속을 지키기 않은 것이 괴물 탄생의 근본 원인인데. 미노스는 포세이돈이 보낸 소를 보고 욕심이 나서 소를 바꿔치기하여 다른 소를 제물로 바친다. 그래서 분노한 포세이돈은 미노스를 벌하기 위해 파시파에가 바로 그 소에 반하게 만든 것이다. 과연 저자가 이 내용을 몰라서 이 책에 못 썼을까? 그건 아닐 것이다.

 

이런 분야 집필하는 저자는 자신이 아는 모든 정보를 다 자신의 책에 쓰지는 않는다. 자신의 가치관에 따라 취사선택해서 쓰기 마련이다. 그러나 독자 입장에서는 저자의 가이드를 그냥 따라 가다가 잘못된 정보를 접할 수도 있다. 그런 정보의 배열이 뿜어내는 가치관에 영향받을 수도 있다.

 

이것 뿐만 아니다. 여성인 나는, 이 저자가 쓴 그리스 로마 신화 시리즈를 보면 매우 불편하다.

국정 역사 교과서만 아이들에게 해로운 것이 아니다.

 

(나는 파시파에는 황소를 숭배하는 크레타의 여사제였다고 생각한다. 황소와 섹스, 오르가즘, 그건 신내림 순간의 황홀경 혹은 법열을 표현한 것일뿐이라고 생각한다. 음탕하기는 개뿔! 성스럽기만 하다. )

 

 

- <파시파에와 황소> 줄리오 로마노 그림.

 

심지어 이 책에 실린 이 그림에는 '암소의 생식기와 젖이 매우 불량해 보인다(39쪽)'라는 설명이 달려 있다. 아놔,,, 이 설명은 저자가 직접 달았을까 아님 에디터가 달았을까? 정말 짜증나서 살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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