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내가 아픈 줄도 모르고>를 읽은 후, 가토 다이조에 대해 관심이 생겼다. 저자는 거의 반 세기를 상담자로 살며 남의
인생에 조언을 해 준 사람이다.
저자는 자연스러운 소통이 이루어지지 못하는 이유가 인간의 무의식의 영역에 있다고 말한다. 의식과 무의식의 경계, 타인과 나의 경계를 각각
x,y 좌표축으로 삼아 인간의 내면을 4개의 영역으로 구분한 후, 자신과 타인에 대해 깨닫지 못하는 무의식의 영역이 클수록 소통은 어려워진다고
한다. 그러므로 진정한 소통을 하려면 우선 자기 자신을 알아야 하고 다음으로는 상대를 알아야 한다. 그리고 자기 자신과 상대의 거리감을 알야야
한다. 예를 들어, 친한 사이도 아닌데 시시콜콜 관심없는 이야기를 늘어놓고 상대가 친절하게 응대해주지 않는다고 소통이 안된다며 서운해하는 것은
상대의 문제가 아니라 자신과 상대와의 거리감을 모르는 자신의 문제인 것이다.
소통할 줄 모르는 사람의 가장 큰 문제는 타인에 대한 무관심이다. 타인에게 무관심한 사람은 상대의 말을 흘려들을 줄 모르기 때문에 매번
놀랄 만큼 과잉 반응을 보인다. 타인에게 무관심한 반면 자기 집착이 강하기에, 상대가 자신의 가치를 조금이라도 부정하는 말을 하면 그 자리에서
바로 화를 낸다.
타인에 대한 과잉 의존, 무관심, 과잉 반응은 같은 심리를 다른 관점에서 표현한 말이다.
- 58쪽에서 인용
자신의 슬픔을 과장하는 사람도 상대를 보지 않는다. 오로지 다른 사람이 자신에게 관심을 갖고 동정해 주길 원하므로, 그
사람의 주의는 '상대가 자신을 불쌍하게 여기는지'에 쏠려 있다. 애정 결핍이 심한 사람이 여기에 해당한다. 애정이 결핍된 사람은 행복의 길과는
다른 방향을 향해 간다. 컨디션이 좋은데도 '몸이 안 좋다. 힘들다'며 동정을 끌 만한 이야기를 한다.
- 82쪽에서 인용
자신의 불행을 강조하는 사람들은 성장기에 부모 자녀의 관계에 문제가 있었던 경우가 많다. 그래서 어쩌다 만난 상대에게
진정한 부모의 모습을 기대하기도 한다. 그들은 자신의 비참함을 최대한 강조한다. 요컨대 '내가 이만큼 괴롭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은 것이다.
이는 자기 집착이 강한 사람들의 공통점이다. 가엾은 모습을 부각시키면 자신의 이미지는 나빠지고 사람들은 도망가 버리는데, 남들이 좋게 봐 줄
것으로 생각하고 호소하는 것이다.
- 204쪽에서 인용
강한 자기 집착은 동시에 두 가지 모습으로 나타난다. 상대에게서 무엇이든 얻어 내려는 탐욕 그리고 노라고 말할줄 모르는
유약함이다. 그래서 자기 칩착이 강한 사람은 교활한 사람의 먹잇감이 되기 쉽다.
결국 심리적으로 병든 사람은 똑같이 병든 사람과 엮인다.
- 205쪽에서 인용
등등, 책에는 온갖 자신의 문제를 모르고 소통이 안 되는 상대에게 불평하는 짜증나는 사람들의 예가 잔뜩 실려있다. 소통에
대해 알려고 읽었는데 뜻밖에 폭탄을 피하는 방법을 제대로 알게 되었다. 하긴, 상대 입장에서 보면 내가 폭탄일 수도 있겠다만. 그렇다면 어떻게
소통을 위해 노력해야할까?
먼저 상대를 파악하고 관계를 맺어도 될 사람과 그래서는 안 될 사람을 판단해야 한다. 사람은 모두 다르다는 점을 이해하지
못한 채 무조건 상대와 소통하려는 사람은 마음의 통로가 좁다. (중략) 따라서 자신을 소중히 하기 위해서라도 우선 주위의 사람들이 어떤
사람인가를 알고 소통을 시도해야 한다. 업무상 이해관게만 맺는 것이 좋은 사람인지, 친구로 우정을 나눠도 좋을 사람인지, 무언가를 부탁하거나
기대해도 좋을지 아닐지 등등 타인을 대하는 방식은 그 상대에 따라 다양하게 바뀌어야 한다.
- 75 ~ 76쪽에서 인용
소통이 잘 안 되는 사람이 소통을 잘하려면, 다음 두 가지를 반성하면 된다. 지금 내가 생각하는 모습이 진정한 나인가?
남들은 지금 내가 생각하는 것처럼 나를 생각해 주는가?
- 211쪽에서 인용
여기까지 소통법을 배워보니, 예상했던 것과 달리 현실을 똑바로 보고 과잉 소통 욕구를 덜어내야 한다는 쪽으로 나는
읽힌다. 새로운 노하우가 더 필요한 것은 아니었다. 그리고 저자의 다른 책을 한 권 읽은 내 입장에서 보면, 저자의 기존 책과 같은 이야기가 또
나와서 시시했다. 하지만 나, 엄마, 기욤이의 경우가 다 나와서 얼굴이 뜨거웠다. 정말 정신차리고 자아 성찰, 긴장하며 사람들을 만나야겠다.
나이듦과 관계, 내면 아이, 성장, 가족 등에 대한 책을 주욱 읽어 보고 있다. 이 저자의 책까지 읽고 각 저자들의 특징을 정리해
보니 전공 심리학자가 쓴 책, 상담가가 쓴 책, 에세이 작가가 쓴 책이 다 다르다. 내용 뿐만 아니라 글 쓰는 스타일도 그렇다. 상담자들이
가장 자기계발서 저자같은 문체를 보인다. 쉽고, 반복적이고, 결론 위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