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이렇게 나이들고 싶다 - 소노 아야코의 계로록(戒老錄), 개정판 나이의 힘 1
소노 아야코 지음, 오경순 옮김 / 리수 / 200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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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이렇게 나이들고 싶다 : 계로록>은 1931년생 일본 소설가인 저자가 1972년에 발표한 <계로록(戒老錄>을 번역한 책이다. 앞으로 겪을 노후를 생각하며 경계하는 마음에서 저자가 40대에 쓴 이 책은 현재까지 40년이 넘게 일본에서 초장기 베스트셀러로 자리잡고 있다. 벌써 서문도 세 번이나 다시 쓰며 저자 나이 80대에 이르기까지 개정판이 나오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번역된 지 10년이 지났지만 꾸준히 독자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책을 읽기전에 이리 저리 검색하고 알아보니, 이미 평판이 좋은 책이었다. 좀 거품이 있지 않을까, 싶었는데 직접 읽어보니 명불허전!이었다.  나이듦과 노후에 대비하는 자세에 대한 거시적이고 철학적인 책들은 많지만 이렇게 딱딱 짚어가며 노인이 된 후에 경계해야 할 것을 실용적이고 구체적으로 알려주는 책은 드물다. 목차만 봐도 책의 장점이 보인다. 이하, 각 꼭지의 제목을 인용한다.


남이 ‘주는 것’, ‘해주는 것’에 대한 기대를 버린다
남이 해주는 것을 당연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노인이라는 것은 지위도, 자격도 아니다

늙어가는 과정을 자연스레 받아들인다

젊었을 때보다 자신에게 더욱 엄격해질 것

생활의 외로움은 아무도 해결해줄 수 없다

 

위와 같은 기본적인 노후 삶의 자세에 대한 이야기도 있고,


가족끼리라면 무슨 말을 해도 좋다고 생각해서는 안 된다
자신의 고통이 이 세상에서 가장 크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한가하게 남의 생활에 참견하지 말 것
다른 사람의 생활 방법을 왈가왈부하지 말고 그대로 인정할 것
최고 연장자가 되어도 자신이 지배적 위치를 차지하려고 애쓰지 않는다
혼자서 즐기는 습관을 기를 것

손자를 돌보아줄 것, 그러나 공치사는 하지 않을 것
젊음을 시기하지 않을 것, 젊은 사람을 대접할 것
젊은 세대는 나보다 바쁘다는 것을 명심할 것

지나간 이야기는 정도껏 한다

날마다 보살펴주는 타인에게 감사할 것

 

위와 같이, 자신을 돌봐주는 손아랫 사람을 대할 때 명심해야할 이런 삶의 자세에 대한 잔소리도 있어서 속이 시원하다. 내말이~!  하지만 이런 말, 내가 엄마께 직접 하면 싸움난다. 서운해하신다. 그래서 엄마보다 10살 많으신 유명한 작가분이 쓰신 책이야, 하며 엄마께 선물했다. 그 외에도

 

새로운 기계 사용법을 적극적으로 익힐 것

러시아워의 혼잡한 시간대에는 이동하지 말 것
입 냄새, 몸 냄새에 신경을 쓸 것
자주 씻을 것
화장실 사용 시 문을 꼭 닫고 잠글 것
일생 동안 몸가짐과 차림새를 단정히 할 것

 

같은 소소하지만 중요한 생활 에티켓 당부까지 있다. 정말 어르신들 직접 모셔보고 시달려 본 사람만이 할 수 있는 실용적인 조언이다. 이 책에는 없는 내용이지만, 저자 소노 아야코의 다른 에세이를 읽어보니, 저자는 친정 어머니와 시어머니, 시아버지를 80대, 90대에 세상을 떠나실 때까지 모시고 살았다고 한다. 아무리 자식된 도리로서 봉양한다고 해도, 오죽 힘들고 속상했을까. 자기 작품까지 쓰면서. 그래서인지 노부모를 위해 죽 한번 끓여본 적 없는 남성분들이 늘어놓는 뻔한 효도며 인간 도리며 나이듦의 철학 이야기가 담긴 책 열 권보다 이 책 한 권이 내게 더 와 닿았다.

 

강추. 나이 들어가시면서 자식에게 응석만 부리고 억지 쓰는 부모에게 말이 통하지 않아 답답하신 분이라면 이 책을 사서 선물해드릴 것을 권한다. 큰글씨 책도 있어서 눈이 잘 안 보이시는 부모님도 쉽게 읽을 수 있다. 또, 반백 나이(그러니까 50세) 넘어가면서 약간 독불장군식으로 변해가는 자신을 느끼고 아차! 하는 분들께도 권한다. 이 책은 예방 주사도 될 수 있다.

 

엄마와의 갈등 때문에 찾아 읽은 책인데, 솔직히 나도 뜨끔했다. 아래 인용부분을 읽었을 때였다. 나도 미리 조심해야겠다.

"애완 동물의 이야기를 자주 하는 것은 노화의 징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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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깨비 2015-09-17 14: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과 나이듦의 지혜 중에 한 권을 골라서 읽는다면 어느 것이 좋을까요? 그리고 부모님 선물용으로도 같은게 좋을까요?

자유도비 2015-09-20 16:49   좋아요 0 | URL
안녕하세요, 북깨비님.
아직 노년이 아닌 나이의 독자가 노년을 앞두고 자신의 마음가짐을 세우는 입장이라면 <나이듦의 지혜>가, 노년기 나이 독자가 세세한 생활 수칙을 얻고 싶다면 이 책이 좋은 것 같습니다. 부모님께는 말씀드리기가 곤란합니다. 대개 연장자께 `어떻게 살아라`하는 책은 선사하기가 좀 어렵지요. 간혹 노여워하시는 분들도 계시고.
제 경우에는, 70대 어머니께 선물해드렸는데 좀 효과가 있었습니다.
아, 세세한 생활 관리 방법에 대해서는 <늙지마라 나의 일상>도 좋았어요. 이 책 리뷰, 방금 올렸습니다. ^^

북깨비 2015-09-25 15:56   좋아요 0 | URL
앗 감사합니닷! 그럼 일단 두개 다 사서 읽어 보고 내용이 너무 자극적이지 않다면 어머니께는 이 책을 드려야 겠어요. 효과가 있으면 좋겠지만 섭섭해 하시거나 노여워 하시면 큰일이니까요.

자유도비 2015-10-02 22:56   좋아요 0 | URL
네,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이수 출판사 목록에 있는 다른 책들도 한번 보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