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향전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100
송성욱 풀어 옮김, 백범영 그림 / 민음사 / 2004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완판본 열녀춘향수절가(84장본)과 경판본 춘향전(30장본)을 현대역한 춘향전이다. 어린이용 아닌 판본으로 이미 읽어보았건만, 이렇게 두 판본을 비교해가며 읽어보니 <춘향전>은 판본에 따라 내용 차이가 크고, 인물 해석은 물론 주제도 다르게 볼 수 있다는 것을 잘 알겠다. 

 

<춘향전>은 한시, 중국 고사 인용, <구운몽>과  <사씨남정기>, 우리 시조, 민요 등등 19세기까지 국문학과 한문학의 정수를 다 담은 점, 민중들의 언어습관과 해학을 담은 점, 마치 요새 랩처럼 각운을 이용한 언어유희 등등, 가히 산문 국문학의 최고봉이라 할 수 있는 작품이다. 주제의 혁명성은 말할 것도 없다. 또한 성적 묘사도 만만찮게 재미있다. 진시황의 아방궁 용궁 속의 수정궁 등등 궁궐 이야기하던 이도령이 '이 궁 저 궁 다 버리고 네 두 다리 사이에 있는 수룡궁에 나의 힘줄 방망이로 길을 내자꾸나.'라고 수작을 걸자 춘향이가 웃는 것을 보면(65쪽) 이 커플, 16세 맞나?싶을 정도다.

 

<춘향전>의 이본은 크게 보아 <별춘향전>계열과 <남원고사>계열이 있다.  이 책에 처음 실린 열녀춘향수절가는 <별춘향전>계열이다. 경판본 춘향전은 <남원고사>계열이다. <별춘향전>계열은 앞부분에서 춘향을 성참판의 서녀로 서술하고 태몽 등 출생내력을 자세히 밝히고 있다. 이 설정으로 이도령이나 방자가 춘향을 대하는 태도에서 차이가 난다. 즉, <남원고사>계열에 비해 창기취급을 하지 않고 춘향을 존중해 대하게 되는 것이다. 완판본 춘향가에는 이도령이 한양으로 간다는 소식을 전하자 춘향이가 옷을 찢고 머리를 뜯으며 이도령에게 발악하는 장면이 있다. 또 경판본 춘향전에는 춘향이가 여종을 자기 대신 관기로 넣어 기적에서 빠진 내용이 나와 있다. 경판본에는 감옥에 갇힌 춘향이가 꿈해몽을 위해 봉사를 부르는데, 봉사가 춘향이 다리를 만지며 성추행하는 장면도 있다. 이렇게 각 판본별 차이에 주의하며 읽는 재미가 쏠쏠하다.

 

이렇게 다양한 판본이 발전해왔을 정도라면, (물론 현대 드라마, 영화 포함해서) 이 작품 자체의 생명력이 대단한 셈이다. 그만큼 작품 안에 다양한 민중의 요구와 해석을 담았다는 의미니까.  

 

이제, 각종 춘향전 중에서 최고의 읽는 재미를 선사한다는 <이명선 고사본 춘향전>을 읽어 봐야겠다.


- 책 뒤편에 완판84장본 <열여춘향슈절가>영인본도 수록되어 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5)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