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명 마니아 - 유쾌한 지식여행자, 궁극의 상상력! 지식여행자 9
요네하라 마리 지음, 심정명 옮김 / 마음산책 / 2010년 6월
평점 :
품절


 

국내에 번역 소개된 요네하라 마리의 저작은 총 16권이다. 한 권 한 권 다 개성이 있지만, 이 책은 정말이지 독특하다. 이 저자의 다른 책을 읽지않은 채 이 책을 제일 처음으로 읽는다면,,, 글쎄?

 

이 책에는 100건의 발명 구상 이야기가 있다. '아로이 요오'라는 가명으로 자신이 직접 그린 삽화도 같이 실려 있다. 발명 그 자체의 실용성보다, 그런 발명 구상을 하게된 배경, 사고의 전환이 돋보인다.

 

전반부는 소소한 생활 발명이다. 누워서 책 편히 보게 해 주는 발명이나, 좁은 욕실 공간을 효율적으로 쓰기 위해 욕조와 세탁기를 결합한다거나,,, 그런 이야기가 있다. 시시껄렁한 잡담같아 보이지만 사이사이에 저자의 박학다식함을 엿볼 수 있다. 역사 문화 지식은 늘 양념처럼 들어간다. 예를 들어, 장례 간소화 풍조에 대해 이동식 화장장을 발명한 이야기를 쓰는 아랫 문단.

 

장례 간소화 수요가 그렇게 높다면 유해를 구태여 화장장에 옮기는 수고도 생략하면 어떨까? 영구차 자체를 이동식 화장장으로 만들어버리는 것이다. 영구차 내부에 관을 두는 부분을 오븐으로 바꿔 영안실에서 묘지로 가는 동안 화장하면 된다.

아이디어를 제공해준 것은 나치다. 인간을 순수하게 물건으로 보는 데에는 철저한 집단이었다. 제 2차 세계대전 중에 유대인이나 반체제파 사람들을 대량으로 가스실에 보내 살육한 나치는, 얼마 안 가 가스실에서 시체를 꺼내어 매장 장소까지 운반하는 과정을 합리적으로 바꾸기 위해 운반차 자체를 가스실로 만들었다. 그대로 매장장에 직행할 수 있기 때문이다.

- 127쪽

 

뒷부분으로 가면 집필 당시 (2004 ~ 2005년) 일본과 미국 정치, 외교를 비판하는 내용 위주다. 앞 부분에 조금 실망했던 독자라도 뒤에가면 흥미진진해질듯. 물건 발명이나 새로운 방안 제시 그 자체보다 그런 생각을 하게 된 경로에서 저자의 비판 정신이 번득인다. 가령, 저자는 성욕 증진법을 제안한다. 생사의 갈림길을 목격하는 전장에서는 성욕이 맹렬하게 일어나기 마련이므로, 전쟁터에는 성욕이 왕성한 젊은이가 아니라 성욕 감퇴로 괴로워하는 노인들이 가야한다고 말한다. 그래서 저자는 고이즈미 총리와 자위대 파병에 동의한 국회의원들을 이라크에 파병할 것을 제안한다. 즉, 요네하라 마리는 부시에 순종하여 이라크에 파병하려는 고이즈미 총리와 정치인을 비꼬기 위해서 성욕 증진법에 대해 글을 쓴 것이다.  

 

나는 사실 공부하는 마음으로 요네하라 마리의 전작을 읽어 왔다. 저자처럼 방대한 역사 문화 지식을 유머러스하게 엮어 구연하는 문장을 구사하고 싶어서였다. 하지만, 읽어갈수록 옷깃을 여미게 된다. 이런 능력은 거의 타고난 것이 아닐까. 아아, 절망이다.

 

나도 때때로 텔레비전에 출연하다 보니, 먼저 텔레비전 화면으로 본  다음에 나를 만나는 사람은 내 엄청난 미모에 졸도하거나 기겁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 44쪽

 

위의 인용 부분은 텔레비전이 실물보다 통통하게 나오는 현실에 대해 새로운 발명을 제안하는 부부의 서두이다. 이런 문장이라면, 나도 쓸 수 있는데. 그럼 절망에서 기어나와, 조금 희망을 가져 볼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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