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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어 감각 기르기 - 유쾌한 지식여행자의 거침없는 대화 ㅣ 지식여행자 15
요네하라 마리 지음, 김옥희 옮김 / 마음산책 / 2013년 3월
평점 :
품절
요네하라 마리가 2001~ 2005년에 일본 각계 명사 11인과 나눈 대담집이다. 사후 그녀를 그리워하는 사람들에 의해 묶여 나왔으니, 책
자체의 완성도는 기대하지 말고 읽어야 한다.
전체적으로 요네하라 마리의 입말을 옮겨 놓은 것이어서 출판사 소개글 그대로 그녀의 입담을 즐길 수 있는 책이다. 이 대담집에서, 저자가
말하는 부분을 읽어가는데 상대방과 대화한다는 것만 빼면, 저자가 쓴 다른 책들을 읽어가는 것과 별로 큰 차이를 못 느꼈다. 그러니까, 요네하라
마리는 문어체 글도 구어로 이야기 들려주는 것처럼 편하게 쓰는 재주를 가졌던 것이다. 아마 이 부분은 일어 원문을 읽어보면 더 잘 느낄 수 있을
것 같다.
내용은 통역에 대한 이야기, 세계 정세에 대한 이야기가 많다. 그녀의 절친인 이탈리아 통역사 '시모네타 도지' 다마루 구미코와의 대담이
4차례나 있다. 이 부분에 좀 사적이고 웃긴 이야기가 많다. 맨 뒤에는 저자의 집에 기숙했던 러시아 통역사의 추모글 성격의 해설이 실려 있다.
요네하라 마리를 추모하여 그녀의 개인적이고 세세한 에피소드까지 읽으려는 독자에게는 괜찮은 편이다. 나는, 저자가 프라하에서 고단샤
세계명작전집을 여러번 읽은 일화 부분에서, 나도 모르게 그렇지, 그럴줄 알았어, 라고 혼잣말하며 무릎을 쳤다. 다른 책에서 저자가 어릴적 읽었던
세계 명작에서 궁금했던 사항의 역사 문화 배경을 책을 읽으며 추적하는 대목을 읽고, 어쩜 이리도 나같은 인간이 또 있었을까, 혹시 이 분도
명작동화전집세대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했기 때문이다. 뭐 이런 이야기 등등, 내게는 소소하게 저자를 알아가는 재미가 있는 대담집이다.
하지만 저자를 좋아하지 않거나 저자에 대한 정보가 없는 상태에서 이 책을 저자의 전체 책 중 첫권으로 읽게 된다면, 그런 독자에게는,,,
글쎄다. 나 역시 몇 년 전에 <팬티 인문학>과
<러시아 통신>을 읽었을 때에는, 왜 이 정도 에세이가 인문학이며 러시아학으로 소개되는지에 분개했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