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이와 사이 - 유쾌한 지식여행자의 커뮤니케이션 강의 지식여행자 12
요네하라 마리 지음, 홍성민 옮김 / 마음산책 / 2011년 3월
평점 :
품절


 

요네하라 마리의 에세이. 이 책은 통역, 번역 이야기 위주다. 전체 구성은 아래와 같이 4부분.

 

사랑의 법칙

이해와 오해 사이

통역과 번역의 차이

국제화와 글로벌리제이션의 차이

 

앞부분만 남녀에 대한 이야기이고 뒤는 전부 통역 번역 이야기다. 통역 번역 현장에서 일어나는 일이나 언어에 대한 성찰 부분 이야기도 유익하다. 역시나, 마리 여사는 기대를 저버리지 않고 재미있는 일화를 들려 주신다. 성모 마리아가 처녀인 채 예수를 잉태해 출산했다고 믿는 건 오역에서 비롯되었다고 한다. 맨 처음 헤브라이어로 쓰인 성서에는 단순히 '결혼하지 않은 여자'라는 의미였는데, 이것을 라틴어로 옮길 때 '처녀'라고 번역해버려서 생긴 일이라고. 또 일본의 국제화는 영어에 치중, 미국화를 지향하는데 이건 진정한 글로벌리제이션이 아니라고 저자는 비판한다. 그런데 마리 여사는 이렇게 영어에 치중하고 미국에 빠지는 나라는 일본밖에 없다고 썼다. 아, 마리 여사도 우리 나라 현실까지는 모르셨구나.

 

그래도 내겐 통역 번역 이야기보다 첫 부분인 '사랑의 법칙'부분이 더 흥미로웠다. 문학소녀 시절의 마리는 세계 문학이란 작품을 읽을수록 화가 치밀고 불쾌해졌다고 한다. 세상에, 나도 그랬는데!

 

소설의 전성기는 19세기라서 내가 읽은 작품들은 19세기에 쓰인 것들이 대부분이다. 모리 오가이, 나쓰메 소세키, 나가이 가후, 이반 투르게네프, 미하일 레르몬토프, 오노레 드 발자크, 빅토르 위고 같은 작가의 소설을 읽고 왜 화가 났느냐 하면, 일단 주인공은 남자고, 대개 남자의 눈으로 본 세상이 그려져 있기 때문이다. 추남이거나 속수무책에 구제불능인 남자 등 여러 타입의 남자가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반면 그들의 연애 상대, 즉 낭만적 감정의 대상이 되는 여자는 하나같이 젊고 아름답다. 젊은 추녀나 젊지 않은 여자는 대상이 되지 않는다. 아주 한정적이다. (중략) 그럼 소설 속에 등장하는 여자는 남자를 어떻게 선택할까? 여자는 남자가 일하는 모습이나 성실한 성격, 혹은 섹스를 잘한다 못한다 하는 식으로 본인의 노력 여하에 따라 달라질 여지를 남겨준다. 남자는 구제받을 여지가 있는 것이다. 소설의 경우 19세기 작품은 대개 그렇고, 20세기 후반이나 되어야 겨우 아름답지 않은 여자나 젊지 않은 여자도 연애를 하는, 이런저런 가능성이 나오기는 한다. 그래도 소설의 본류는 여전히 19세기라서 그 시기에 만들어진 틀을 완전히 깨기는 어렵다.

- 본문 16 ~ 17쪽에서 인용

 

야, 이렇게 문학과 시대 배경, 역사적 맥락을 함께 이야기하는 거, 내가 굉장히 좋아하는 방식인데! 마리 여사는 당당하게 문제제기한다. 사랑을 다루는 명작 고전은 남자가 주인공일 경우 겐지 이야기나 돈 후안처럼 여자들을 모아 전부와 섹스하는 전개인데, 여자가 주인공인 경우 공주가 남자를 모아서 기예를 겨루게 하여 제일 뛰어난 남자와 결혼하는 전개라고. 그뿐이냐, 여자가 주인공인 소설은 대개 한 남자만을 사랑해야 명작이 된다고, 심지어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의 씩씩한 스칼렛 역시 나중에는 레트 버틀러 한 남자만 추구하지 않냐고. 오, 섹스니 어쩌니하고 이렇게 대 놓고 신나게 말씀해 주시다니, 읽으면서 진정 통쾌했다.

 

전체적으로, 한 현상을 바라보는 저자의 시각이 재미있는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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