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녀냐 추녀냐 - 문화 마찰의 최전선인 통역 현장 이야기 지식여행자 3
요네하라 마리 지음, 김윤수 옮김 / 마음산책 / 2008년 1월
평점 :
품절


 

요네하라 마리 저서 총 16권 중에 10번째로 읽은 책. 그러나 이 책은 저자의 첫 책이다. 그전까지는 러일 동시통역사로만 유명하던 저자는 이 책을 쓴 이후 본격적으로 에세이스트의 길을 걸었다. 그래서인지 이 첫 책은 저자가 겪은 통역 현장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통역과 번역, 모국어와 언어 감각, 외국어 수련 등에 대한 정보를 얻고 풍부한 경험에 근거한 저자의 견해를 읽는 맛은 이 책의 기본. 게다가 요네하라 마리 전작을 읽으며 저자만의 글쓰기 방식과 개성표현을 "공부"하고 있는 내 입장에서는 저자의 글쓰기 과정의 초기를 볼 수 있어 좋았다. 말하자면 통역사에서 에세이스트로, 그 과정에 있는 마리 여사의 모습이 보인다는 것. (사실, 이 책은 구성이라든가 문장, 에피소드 사용하는 방식 같은 점이 이후 에세이보다 좀 거친 편이다. 그 점도 좋다! 글쓰기 초보자들에게 용기를 주니까!)

 

또 하나의 수확. 그동안 이 저자의 책을 10권 읽으면서 박학잡학스런 저자의 지식과 호기심의 원동력이 궁금했다. 이 책을 보니, 저자는 자신에게 통역 의뢰가 오면 그 분야의 러,일 용어를 외우고 관련 책을 찾아 읽고,,, 엄청나게 공부한다고 한다. 아아, 기한이 있는, 이런 공부가 비록 벼락치기라도 평생 긴장감있게 쌓인다면,,, 대단한 재산이 될 것이다. 혼자 읽고 글쓰며 마냥 늘어지는 전업작가들보다 스트레스는 훨씬 많이 받겠지만.


책 제목이 좀 특이하다. <인간 수컷은 필요없어>와 더불어 괜히 읽기도 전에 책 내용에 편견을 갖게 만들수도 있는 제목이다. 원제는  ‘부정한 미녀인가 정숙한 추녀인가’라고 한다. 이 제목 관련한 이야기는 아래와 같다.

 

원문에 충실한지 아닌지, 원 발언을 정확하게 전달하고 있는지 아닌지 하는 좌표축으로 정숙함을 측정하고, 원문을 잘못 전달하고 있거나 원문에 어긋난 경우에는 부정하다고 생각해 보자. 그리고 역문의 좋은 정도, 역문이 얼마나 정돈되어 있는지, 편안하게 들리는지를 여자의 용모에 비유하여, 정돈된 경우에는 미녀, 아무리 봐도 번역한 티가 나면서 어색한 역문일 경우에는 추녀라고 분류하면 네 가지 조합이 생기는데 다음과 같다. 정숙한 미녀, 부정한 미녀, 정숙한 추녀, 부정한 추녀.

- 143 ~144쪽에서 인용

 

여성혐오적 냄새가 솔솔 풍겨서 의외이지만, 마리 여사가 그렇게 쓴 이유에도 역사적 배경이 있다. 이탈리아 르네상스 시기에  ‘번역은 여자와 비슷하다. 충실할 때에는 살림 내를 풍기고 아름다울 때에는 부정하다’라는 격언이 있다고 한다. 또 17세기 프랑스의 학자인 메나주가 아름답기로 이름이 높았던 저명한 번역가의 문장을 가리켜  “내가 투르에서 깊이 사랑했던 여인을 연상시킨다. 아름답지만 부정한 여인이었다”라고 비평한 사실도 있다고 한다. 

 

이후, 부정한 미녀Belles Infieles라는 프랑스어는 ‘아름답지만 원문에 충실하지 못한 번역’을 가리키게 되었다고 한다.

- 145쪽에서 인용


 

재미있는 이야기다. 그런데, 이 책의 윗 부분 역시 '부정한 미녀'이다. 책에 있는 'Infieles'는 d가 빠져있다. ' infidèles'가 맞다. 정확한 표기는 프랑스어 정관사와 악상그라브까지 넣어서  'Les belles infidèles' 여야 한다. 뭐, 그리 중요한 것은 아니다. (사실, 이런 지적하는 내가 좀 별나 보이기는 하지만, 그래도 재미있지 않은가, 부정한 미녀에다가 번역 통역 오역 말하는 부분에 잘못된 표기-또 부정한 미녀-가 있다는 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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