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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탕, 세계를 바꾸다 - 마법, 향신료, 노예, 자유, 과학이 얽힌 세계사
마크 애론슨.마리나 부드호스 지음, 설배환 옮김 / 검둥소 / 2013년 9월
평점 :
설탕 관련한 역사서들 중에, 나는 이 책이 가장 읽기 편했다. <설탕 커피 그리고 폭력><설탕과 권력>보다 설탕
자체의 역사에 집중한 서술이어서 읽기 깔끔하다.
책은 설탕의 단맛을 추구하는 인간의 역사에서 시작한다. 2부, 3부로 가면 사탕수수 플랜테이션과 노예제, 아이티 혁명 이야기가 본격적으로
나온다. 미국과 프랑스의 혁명 뿐만 아니라 설탕 덕분에 맥주 대신 홍차를 마시게 된 영국 노동자들과 산업혁명의 관계 이야기도 나온다. 4부에서는
노예제 폐지 이후 설탕 생산에 투입된 계약 노동자 문제를 다룬다. 묘하게, 저자들의 가족사와도 얽힌다.
이 책의 최대 장점은 서인도제도 사탕수수 플랜테이션과 노예제의 역사를 고발한 점이다. 더불어서 그 역사가 아이티 독립혁명과 이후 역사에
미친 영향도 잘 보여준다.
신세계로 아프리카인들을 보낸 노예제를 이해하기 위해서 여러분은 설탕 농장의 사망률부터 살펴보아야 한다. 우리는 종종 노예제를 미국의 특정한
문제로 여기곤 한다. 하지만 아프리카에서 보낸 노예의 4퍼센트만이 북아메리카로 보내졌다. 이는 노예 가운데 96퍼센트가 카리브 해와 브라질,
여타 남아메리카로 갔고 대부분 설탕 관련 노동에 종사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북아메리카의 노예 인구는 부모가 아이를 가질 수 있을 만큼 장수하면서
점차 증가했다. 노예 약 50만 명이 이곳으로 보내졌고 노예해방 당시 아프리카게 미국 노예는 400만 명이 있었다. 그러나 설탕 섬들에서는
200만 명이 넘는 사람들이 아프리카에서 건너왔지만 해방 당시 겨우 67만 명이 있었다. 혹독한 노동량 때문에 설탕은 일종의 살인마였다. 이
모든 죽음과 이 모든 무자비함과 이 모든 학대는 단 한 가지 목적, 곧 "새하얀 금"을 생산하기 위한 것이었다.
- 본문 78쪽에서 인용
위의 인용처럼, 카리브해 사탕수수 농장의 노동조건은 가혹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아이티 혁명을 가능하게 했다. 미국 목화 농장에서 노예로
태어난 노예들과 달리, 아이티의 노예들은 높은 사망률 때문에 아프리카에서 최근 도착한 사람들이 대부분이었는데, 그들 중에는 고국에서 전사 경험을
가진 사람들이 많았기 때문이었다. 이런 부분의 연관성도 볼만했고, 아이티 독립 이후 사탕수수 플랜테이션이 쿠바로, 미국 남부로, 하와이로
이전해감에 따라 아프리카인 대신 중국인, 일본인, 한국인, 인도인 계약 노동자들이 현대의 노예로 사탕 수수 농장에서 일하게 된 맥락도 책에 잘
서술되어 있다.
책 괜찮다. <세계사를 움직이는 다섯가지 힘>같은 식으로, 커피나 차의 역사를 다루면서 서구 제국주의 진출사 위주로만 서술하는
후진 책이 아니다. 얇지만 핵심을 올바르게 다루고 있기에 강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