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유머의 공식 - 유쾌한 지식여행자의 재담 섭렵기 ㅣ 지식여행자 16
요네하라 마리 지음, 김윤수 옮김 / 마음산책 / 2013년 10월
평점 :
품절
제목 그대로 '유머의 공식'을 다루고 있다. 세계 각국의 유머를 비슷한 부류끼리 묶어서 소개한 후, 공통점을 정리해준다. 말 그대로 공식을
뽑아 준다. 마치 문제집처럼 테스트도 실려 있다. 마리 여사만의 개성있는 서술을 읽고 싶다면 이 책은 그리 적합하지 않다. 유머 인용하는 부분이
마리 여사의 글보다 더 많은 분량을 차지하기 때문이다. 뭐, 아래처럼 유머 읽는 맛도 그리 나쁘지는 않다.
러일 경제협력을 논의하는 자리에서 러시아 촉이 주장한다.
"이번 00강에 건설할 철교 프로젝트는 대등하게 호혜의 원칙으로 합시다. 일본 쪽에서는 그 강에 철교를 세워주세요. 러시아 쪽에서는 강을
제공하죠. "
세계 각국의 유머를 다루기는 하지만, 이처럼 러시아 유머가 대부분이다. 어떤 주제를 다루든지 요네하라 마리의 책들에는 러시아 민족성 분석이
들어가는데, 이번 책 역시 마찬가지다. 하지만 그렇게 많은 분량은 아니다.
내 입장에서 좋았던 점은, 마리 여사가 유머의 공식을 정리해준 그 부분이다. 글 쓰는 사람 입장에서 글을 구성할 때 필요한 팁을 많이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어떻게 보면 이 책은 매우 유머러스한 글쓰기책이라고 볼 수도 있겠다. 이하, 나에게 필요한 부분이기에 길게 인용한다.
사기의 목적이 금품 갈취이듯이 유머의 목적은 웃음을 끌어내는 것이다. 웃음을 유발하기 위해서 반전은 예상을 뒤집을수록 좋다. 예측되는
전개와 실제 전말 사이의 낙차야말로 반전이다. 반전을 미리 알게 되면 낙차가 생기지 않기에 반전도 없다. 상대방에게 수법이 들통나면 사기는
실패한다. 트릭이 들켜버린 마술과 추리소설을 끝까지 상대해줄 손님은 없다.
따라서 예상외의 반전을 위해 소비하는 지력과 에너지를 아까워해서는 안 된다. 참신한 반전을 준비하는 건 물론이거니와 명화의 위작을 판매하는
사기꾼이 액자에 돈을 아낌없이 쏟아붓듯이 청자와 독자가 머릿속에 반전과는 다른 전개를 그리게끔 유도해야 한다.
- 24쪽에서 인용
유머에는 상식과 다른 논리를 가진 사람, 인생의 우선순위가 남들과 다른 사람이 크게 환영받는다. 서로 다른 논리와 시점이 만났을 때
발생하는 낙차야말로 반전이 될 가능성을 내포하기 때문이다.
- 59 ~ 60쪽에서 인용
인간은 자신의 뇌를 움직여서 상상이나 짐작을 해야 더 인상에 남는다. 따라서 말하지 않아도 통한다면 자꾸자꾸 생략하는 것이 철칙이다. 이
철칙을 유머의 중심에 둘 수도 있다.
- 163쪽에서 인용
반전! 낙차! 다른 논리와 시점! 생략!
잊지 말자! 배워서 써 먹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