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편력기 - 유쾌한 지식여행자의 세계문화기행 지식여행자 8
요네하라 마리 지음, 조영렬 옮김, 이현우 감수 / 마음산책 / 2009년 12월
평점 :
품절


 

요네하라 마리의 짧은 글 모음집이다. '유쾌한 지식 여행자의 세계문화기행'이란 부제가 붙었다. '유쾌한 지식여행자'라니! 딱 저자의 개성을 보여주는 카피다.

 

내용 소개하기가 어려운 책이다. 책에는 동시통역 에피소드, 동서양 혹은 일본과 러시아의 문화 차이, 해외 여행, 어릴 적 경험, 자신의 삶, 읽고 본 것들에 대한 저자의 생각이 담겨 있다. 제목은 '문화편력기'이지만 문화에 대한 지식 정보를 얻는다,,,기보다 글쟁이인 한 인간의 개성을 엿볼 수 있는 책이다.

 

저자의 책은 본업인 통역 사이사이 짬을 내어 연재한 칼럼 모음집이 대부분이다. 그래서 짧고 가볍게 지나가는 듯하지만, 그 짧은 글에 담긴 인간과 세계에 대한 통찰력은 결코 가볍지 않다. 캠브리지대학에서 필기시험이 수학은 1747년, 고전은 1821년, 법률과 역사는 1872년에 시작할 정도로 서구에서 구술시험이 발달한 이유를 종이부족이 원인이었다고 평하는 대목은 놀랍다.  맛보기로 이어서, 저자가 애국주의, 내셔날리즘에 대해 논평한 문단을 아래에 인용한다. 줄친 부분의 명쾌한 비유는 정말 이 저자만의 개성이다.

 

(애국주의, 내셔널리즘은) 우리 한 사람 한 사람의 마음 밑바닥에, 이치로는 다 설명할 수 없지만 틀림없이 숨어 있는 불씨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자연스러운 감정이기에 더욱 목청을 높여 주장하거나 선동하는 사람들을 신용할 수 없다. 성욕을 부채질하는 것처럼, 더러운 협잡의 냄새가 나기 때문이다.

그러나, 코즈모폴리터니즘이나 보편주의라는 명목하여 그것이 마치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말하고 행동하는 것은 좋게 보면 위선이고, 나쁘게 보면 기만이다. 억제된 내셔널리즘이 폭주하는 공포를 20세기는 물릴 만큼 경험했지 않은가.

- 55쪽에서 인용

 

요시와라 유곽 특유의 '아린스'문체는 출신지역이 각각 다른 유녀들이 자기 고향 방언을 사용하여 생기는 지방색을 지워, 유녀의 출신지를 불분명하게 하는 역할을 했다,,, 영어 등이 표음문자라고는 하지만 이름뿐이고, 말의 표기가 역사와 의미를, 발음이 현재를 각각 분담하고 있으며 그 증거가 발음기호다,,,, 등등 통역인으로서 일상적으로 고민하는 언어, 문화, 역사에 대한 성찰이 담긴 짧은 글들을 읽다보니,,, 아쉽다. 이 분이 작심하고 묵직하고 긴 역사 에세이를 썼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건강하게 더 오래 사시다가 은퇴하신 후에 전업 작가 생활을 하셨다면 어떤 책이 나왔을까.

 

요네하라 마리, 관심이 가는 저자다. 본업인 러시아 동시통역을 하면서 얻은 일/러 문화와 역사 이야기, 프라하에서 소녀 시절을 보낸 독특한 이력에서 오는 감성 그리고 인간 관찰력과 유머. 이 저자만의 특성은 확실하다. 그런데 전문 역사서가 아니어서인지 요네하라 마리의 책은 읽을 때는 재미있는데 소장하고 두고두고 꺼내 읽고 싶다거나, 다른 일 하다가 생각난 정보를 확인하게 되지는 않는다.

 

박사 학위를 가진 다른 역사 저술가, 역사문화 에세이를 쓰는 시오노 나나미와 요네하라 마리,,,, 역사와 문화를 다루는 글을 쓰는 필자들의 개성과 장단점을 비교해 보다보니, 생각이 많아진다.

 

*** 오타

62쪽  이반 츠베타예바 => 츠베타예프.

아버지는 츠베타예프, 딸은 츠베타예바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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