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멜라 1 대산세계문학총서 79
새뮤얼 리처드슨 지음, 장은명 옮김 / 문학과지성사 / 2008년 12월
평점 :
품절


 

영국의 인쇄업자 새뮤얼 리처드슨의 첫 소설이다. 1740년에 출간되었다. 영문학사에서는 이 소설을 최초의 근대소설이라 가치매긴다. (서구 전체로 보면 돈키호테 아닌가?) 문제의식을 갖고 행동하는 개성강한 근대적 인간이 등장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이전 로망스 시대의 고귀한 신분에 속한 사람이 아니라 하녀가 주인공이란 점도 중요하다. 그런데 뭐 말이 하녀지, 파멜라는 귀족 부인의 시녀로 일한 평민이다. 아버지는 교사였고. 모시던 귀족부인과 부모님께 교육을 잘 받은 여성이므로 굳이 하녀라는 신분을 강조할 필요는 없는 것 같다. 그냥, 귀족 아닌 평범한 소시민계급에 속하는 주인공이다. 그러므로 귀족의 구시대적 악행과 타락에 맞서는 윤리적 시민의 사고방식, 우월성을 반영하기에 근대 소설의 시초로 보기에 좋은 요소는 다 갖춘 셈이다.

 

이 소설의 존재를 안 것은 대학시절이다. 그때는 왜 그랬는지, 난 영문과 불문과 독문과 수업을 다 들었다. 학점은 개판이었지만 난 영문학사 불문학사 독문학사를 대강 귓동냥으로 주워 들었다. 그런데, 그게 깊이깊이 머릿속에 있다가 갑자기 생각날 때가 많다. 그런식으로 이 소설도, 춘향이의 정절을 지킬 권리를 생각하다가 갑자기 떠올랐다. 귀족인 B부인의 하녀인 파멜라는 부인 사후 그녀의 아들이자 작위 계승자인 B씨의 음욕에 희생당할 처지에 놓인다. 그는 완력으로 파멜라를 강간하려고도 하고, 금전적 보상을 명시한 계약서(그레이가 아나에게 내밀었던 계약서의 원조)를 내밀며 첩으로 삼으려고도 한다. 그러나 파멜라는 주인의 요구에 완강히 거절한다. 1권에서 B씨는 완전 변사또다. 곤경에 처한 파멜라가 고향 부모님께 편지로 자신의 처지를 이야기하는 서간체 소설이기에, 1인칭 주인공인 서술자의 심리 묘사가 뛰어나다. 중년 남자가 그것도 첫 소설로 이정도 소설을 썼다는 것이 믿기지 않는다.

 

이 소설은 영문학사적 의의보다 내게는 당시 하층계급 여성들이 생애 한번 즈음은 거쳐 갔던 하녀라는 신분과 정조를 지킬 의무와 권리에 대한 계급적 차이 부분에 관심이 간다. 작가가 창조한 인물이지만, 겨우 15세의 나이에 꿀리지 않고 따박따박 귀족 주인에게 말대꾸하고 훈계하는 여주인공 캐릭터, 매우 맘에 든다. 아래에 인용했다. 왕이라도 날 모욕할 수 없다니,,,, 이건 1688년 명예혁명 이후 영국 시민의 자부심을 반영한 것일까?

 

 

하지만 감히 이 말씀은 드릴래요. 나리께서 부유하시고 지위가 높고 제가 보잘것없고 비천하지 않다면 나리께서는 절 이렇게 모욕하시진 못할 거예요.(중략) 절 그냥 내버려 주세요. 나리께서 왕이라고 해도 나리께서 하셨던 것처럼 절 모욕했다면 전 나리께 신사가 아니라고 말씀드릴 거예요.

- 본문 120쪽에서 인용

 

18세기 중반 소설답게, 설교조 영탄조 대사가 많다. 그래서 대부분 읽기 지루했다는 평이 많은데, 나는 왜 이리 이런 점이 재미있는지 모르겠다. "오! 가엾은 파멜라에게 신의 축복을!" 이런 신파조 대사가 왜 이리 멋지게 읽힐까? 내 취향, 나도 모르겠다. -_-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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