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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스 1 ㅣ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205
토머스 하디 지음, 정종화 옮김 / 민음사 / 2009년 4월
평점 :
1권에는 테스 더비필드가 알렉 더버빌에게 강간당하고 출산, 아이 사망 후 다른 지역 대농장에 가서 일하다가 에인젤을 만나 결혼하기까지의
내용이 담겨 있다. 삼중당 문고로 여러 번 읽은 이 소설을 문학동네 판으로 읽고, 그래도 정성이 뻗쳐서 이제 민음사 판까지 읽고 있다.
도대체 무엇이 나를 테스, 이 소설에 이렇게 오랫동안 집착하게 만드는 것일까? 테스, 그녀를 알게 된 지 어언 이십 오년 여,,,, 나는
이 소설이 잊히지 않는다. 가정 선생님의 순결 교육 운운에 궁금해하며 처음 읽던 여고생 시절부터, 역사책 조금 읽은 지금까지 이 책은 읽고 또
읽을수록 신비롭다. 어릴 적부터 품었던 나의 궁금증에 답하다 보면, 나 스스로 많은 이야기를 술술 풀어내게 된다.
일단, 더버빌 가문 이야기에서는 정복왕 윌리엄 시절 성립한 영국의 봉건제부터 소설 배경인 19세기 중반까지 영국 계급 관한 역사 이야기를
다룰 수 있다. 이리저리 일하러 떠돌아다니는 테스를 통해 영국 농촌의 계절 노동자, 소작농의 몰락, 서유럽의 하인 계층에 대한 이야기도 쓸 수
있다. 스톤 헨지에서 체포되는 마지막 장면과 에인젤을 처음 만나는 오월제 장면에서는 고대 신앙 관련해서 쓸 수 있다. 죽어가는 아기에게 스스로
세례를 주는 테스의 모습을 보면 여사제를 인정했던 켈트 기독교의 흔적이 보인다. 태양을 숭배하는 스톤 헨지 제단에 누워 있다가 체포, 죽음을
앞둔 테스. 태양 에너지가 주는 계절의 변화와 함께하는 그녀의 생명력,,, 이쪽은 선사시대 태양 숭배와 관련해서 태양신이 여신이던 시절
이야기가 생각난다. 학계 전공자들은 어떻게 볼 지 몰라도, 나는 테스에게서 죽었다가 부활하는, 아니 절대 인간이 죽일 수 없는 순수한 태양처녀의
모습이 보인다. 저자의 의도였든 아니든, 내겐 참으로 많은 것이 보인다.
,,, 그런데 능력 밖이다. 아, 테스는 찌질한 에인젤에게 과분한 여자였고 이 소설은 무식한 내겐 너무 벅차다. 이 소설은 너무도
성스럽다.
(이런 멋진 소설을 순결 교육용으로 왜곡해서 가르치는 꼰대들은 천벌받을지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