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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대한 유산 ㅣ 푸른숲 징검다리 클래식 4
찰스 디킨스 지음, 왕은철 옮김 / 푸른숲주니어 / 2006년 7월
평점 :
'그래서 그 아이는 어떻게 되었을까?'하며 검지 손가락에 침 묻혀 빨리빨리 동화책을 읽어대던 어린 시절의 버릇을 못 버려서, 완역본 고전
읽을 때면 심신이 고되다. 한 번은 주인공의 행적과 관련한 줄거리 파악에 급급해서 미친듯 읽어댄다. 주인공의 운명을 확인한 마지막 장을 덮고
나서야 안심이 된다. 다시 느긋하게 세세한 심리 묘사와 공간적 시대적 배경을 체크해가며 저자의 논평까지 즐기며 처음부터 읽는다. 그러나 이미
대강 훑어본 책이라 긴장도가 떨어지는 것은 어쩔 수 없다. 그래서 요즘은 같은 책 두번 읽는 방법 대신에 처음에 청소년용 축약본으로 한번 큰
내용을 파악하고 나서 두꺼운 원전 완역본을 세세히 읽는 방법으로 읽는다.
이번 독서도 그랬다. 봉건시대 시녀 제도가 빅토리아 시기 '숙녀의 말벗'이란 직업으로 변한 부분을 생각하다 갑자기 에단 호크 나온 동명의
영화가 떠올랐다. 원작을 읽어서 확인해 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바로 축약본을 검색했다. 고르다 보니 이 출판사의 '징검다리 클래식'에 마음이
갔다. 이 시리즈는 아무나 대강 편역한 책이 아니라 펭귄 출판사의 정본 축약본을 번역한 것이기 때문이었다. 책 뒤에 당시 시대배경 및 관련 배경
지식 설명한 부분도 맘에 든다. 영국 신사와 조선 양반을 비교한 내용까지 있다. 아, 난 이렇게 종횡무진 발랄한 생각을 펼치는 글이 참 좋다.
이 시리즈의 다른 책도 읽어 봐야겠다.
저자 디킨스는 에스텔라에게 반해 신사가 되기를 꿈꾸는 핍의 이야기를 통해 진정 위대한 유산이 무엇인지를 독자에게 묻는다. 미스 해비샴이
인간병기 독소녀로 키운 에스텔라가 받은 유산은 결국 에스텔라를 파멸하게 만든다. 핍이 탈옥수 프로비스에게 받은 유산 역시 그를 진정한 신사로
만들어 주지는 못했다. 핍은 나중에야 뉘우친다. 핍은 이미 누나의 남편인 조 가저리에게서 위대한 유산을 받았음에도 몰랐던 것이다. (조의 직업이
대장장이인 것, 의미 심장하다!) 여튼, 마지막 장면에서 핍과 에스텔라가 폐허가 된 새티스 저택을 손잡고 걸어 나오는 장면은 희망적이다.
신사-상층 계급의 허구성, 빅토리아 시대라는 배경, 빅토리아 시대의 사랑과 결혼, 미스 해비샴과 에스텔라의 관계에서 느껴지는 봉건적 요소,
감옥선 등 이시대의 유형제도,,, 등등 내가 다뤄 보고 싶은 것들이 우글우글해서 가슴이 뛴다. 머릿 속에서 아이디어가 팡팡 터진다.
아아, 디킨스 선생은 늘 나를 흥분시키누나.
이제, 완역본으로 읽으며 내 아이디어를 구체적으로 다듬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