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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대 로마인의 24시간 ㅣ 알베르토 안젤라의 고대 로마 3부작
알베르토 안젤라 지음, 주효숙 옮김 / 까치 / 2012년 1월
평점 :
고대 로마제국에 대한 책은 많다. 그런데 이 책은 독특하다. 1900년전, 트라야누스 황제가 집권하던 기원후 115년전 로마의 하루를
6시부터 24시까지 따라가보는 식으로 서술했다. 접근 방법이 흥미롭다.
저자는 6시 부자들의 저택인 도무스에서 시작해서 로마인들의 아침 준비와 몸단장, 아침식사 장면을 서술한다. 도무스 외에 현대의 아파트 격인
인술라, 로마 거리, 상점과 작업장, 학교, 포룸, 공중 목욕탕, 노예시장, 신전, 콜로세움, 화장실, 만찬 파티장 등등을 마치 비디오 카메라를
들고 다니며 직접 내래이션까지 하는 듯한 방식으로 독자에게 로마인들의 하루를 보여 준다. 독자의 이목을 끄는 방법을 제대로 아는 저자다. 매매춘
장면을 보여주다가 그때 오가는 동전에 주목하여 '탐구 : 세스테르티우스의 가치는 얼마일까?'하는 서술로 넘어가는 대목에서는 정말 혀를 내둘렀다.
게다가 서점에서는 타키투스를 만나기도 한다.
각 공간(그러니까 유적지)에서의 일상을 다루지만 곳곳에 기존 통사식 로마사에서 볼 수 없었던 기술이 숨어 있어 읽는 재미가 쏠쏠하다.
기원전 1세기 내전으로 인해 상류 계급 여성들의 지위가 상승한 부분, 뜻밖이었다. 원로의원들은 내전 중에 로마의 엘리트 계층에 속하는 대부분의
남성들이 목숨믈 잃으면서 이들의 돈과 재산이 카이사르 같은 독재자의 손에 들어갈까봐 여성들에게도 유산을 상속할 수 있도록 새로운 법안을
만들었다고 한다. 그래서 남편의 소유물처럼 취급당하던 기혼 여성의 지위가 좀 높아졌다고. 부친의 영향력 아래에 있는 형태로 남편과 결합하고,
부친 사망시 유산을 상속받으며 경제적 독립이 가능, 이혼이 쉬워졌다고. (366쪽)
곳곳에 이해를 돕기 위해 현대와 비교하는 대목이 많다. 약간 서구 지식인 남성이 갖는, 내가 보기에는 불편한 시선이 보인다. 현대의
기준으로 이해 안 되는 고대 로마의 풍습 등을 서술할 때 현재 아시아 아프리카 등지에 비교하는 부분이 그렇다. 하지만 노예의 역할을 설명하면서
우리가 사용하는 가전제품(가전제품이 우리에게 제공하는 에너지는 30명의 노예가 하는 일에 맞먹는다고 한다. 198쪽)을 예로 드는 것 같은
부분은 신선했다.
쓰는 입장에서, 참 방대한 자료를 보며 배치하느라 머리 아팠겠다,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도 로마사 쪽은 유적도 자료도 많으니 이런 저런
다양한 시도를 해 볼 수 있는 것일까.
- 책의 저자, 알베르토 안젤라
"나는 고대 로마 세계에 대한 나의 궁금증을 풀기 위해서 항상 서점에서 찾고 싶던 책을 직접 쓰려고 시도했다.(14쪽)"라는 서문을
읽으니, 갑자기 이 사람의 얼굴이 궁금해져서 찾아 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