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Origin and Goal of History (Hardcover, 1st)
Jaspers, Karl / Routledge / 2010년 1월
평점 :
품절


 

 

<역사의 기원과 목표> 

 칼 아스퍼스 지음, 백승균 역 / 이화여자대학교 출판부 1986.

 

 

 

우선 밝힌다. 나는 이 책을 영어 원서로 읽지 않았다. 리뷰 올리려니 1986년도 번역본이 검색되지 않아 할 수 없이 영어번역본에 올린 것이다. Karl Jaspers(1883-1969)의 원저는 1949년도 독일어판 <Vom Ursprung und Ziel der Geschichte>이다. 

 

 

이 책도 참 재미있는게, 여기저기서 언급은 많이 되는데 절판되어 구해 읽을 수가 없다. 도서관에도 거의 없다. (나는 남산 도서관에까지 땀 흘리며 올라 가서 대출해 읽었다.) 그런데도 '축의 시대'관련해서 언급하는 글에 이 책이 꼭 등장한다. (그들은 이 책까지 다 찾아 읽고 그 글을 쓴 것일까? 끝까지 다 읽어보면 이 책 그렇게 위대하지는 않은데? )

 

그렇다, 이 책이 중요한 것은 바로 '축의 시대( die Achsenzeit, 이 책은  '차축시대'라고 번역하고 있다)라는 개념때문이다. 카렌 암스트롱의 <축의 시대> 이전, 그 시대를 언급한 원조가 야스퍼스 선생인 셈이므로.

 

 

이 책은 야스퍼스의 역사철학을 담았다. 주로 서양을 기준으로 삼아 세계사의 도식을 구상해 보고 있다. 저자는 아우구스티누스, 헤겔, 베버 등 선대 학자들을 종횡무진 언급해서 지금 내 수준에서 읽기가 버겁다.

 

 

이러한 역사관들을 우리는 여기서 이 이상 언급할 필요가 없다. 오히려 우리는 우리의 전체 역사관을 위한 도식을 구상해 보고자 하는 것이다.

이와 같은 우리의 구상은 인류란 하나의 유일한 기원과 하나의 목표만을 가지고 있다고 하는 신앙적 명제에 기원한다. 우리는 역사의 기원과 목표를 알지 못한다.

- 본문 18쪽에서 인용

 

야스퍼스는 일단 차축시대를 정의 내린다. 차축시대는 인류의 정신적 비상이 응축된 시기이다. 이 시기에 중국에는 공자와 노자가 생존했으며 묵자, 장자, 열자 등 중국 철학이 완성되었다. 인도에서는 우파니샤드가 성립되고 석가모니 부처가 생존했다. 이란에서는 짜라투스트라가 등장했다. 팔레스타인 지역에는 예언자 엘리아, 이사야, 예레미야가 활약했고 그리스에는 시인 호머와 철학자 에라크레이토스, 플라톤 등이 활약했다.  

 

이러한 세계사의 차축은 기원전 약 500년경으로 BC 800년과 200년 사이에 이루어진 정신적 과정 속에 존재하는 것 같다. 이 시기가 우리에게는 가장 심오한 역사의 기점으로 되었다. 오늘날 살고 있는 우리 인간이 바로 그 때부터 살기 시작한 것이다. 이 시기를 우리는 요약해서 차축시대(車軸시대, die Achsenzeit)라고 부른다.

- 본문 21쪽에서 인용

 

이 시기, 이 지역의 사람들은(저자는 중국 인도 유럽 사람들을 놓고 말하고 있다) 처음으로 자신을 전체 속의 존재로 생각하게 되었다. 자신의 참모습을 궁금해 했으며 세계의 공포를 대면하고 자신의 무력함을 경험하자 자신의 한계를 알게 되었다. 전쟁과 가혹한 현실 속에서 해방과 구원을 간절히 원하게 되었다. 이때 인류에게 다른 사람을 이끄는 정신적 스승이 등장했다. 이들은 오늘날까지 인류 사유의 근본 범주를 형성했으며 세계 종교를 창조했다. 인류는 아직도 이 시대에 이들 스승이 창조한 틀 안쪽에서 살고 있다. 차축시대는 뛰어난 개개인이 이룩한 업적이 전체 인류에게 영향을 미쳐서 인간 존재를 비약시키는 놀라운 경험을 처음으로 이룩한 시기였다. 현재까지 인류에게 새로운 위기가 나타날 때마다 인류는 차축시대로 회기하여 돌파구를 찾았다. 르네상스나 종교개혁의 예에서 볼 수 있듯.

 

차축시대의 사실을 실제로 본다는 것과 그러한 것을 우리들의 보편사로서 역사상의 지반으로 획득한다는 것 등은 신앙의 모든 차이성을 초월하여 전인류에게 공통되는 그 어떤 것을 획득한다는 사실을 의미한다.

- 본문 49쪽에서 인용

 

인간은 4번이나 새로운 근거에서 동시에 출발하는 것처럼 보인다.

1기가 선사시대로서 우리들이 거의 접근하지 못하는 프로메테우스 시기이다. (이 시기에 언어와 도구 그리고 불의 사용이 가능하게 되었다.) 이 시기로 인해서 사람이 비로소 사람으로 되었던 것이다.

2기는 고대 고도문화의 등장으로 시작한다.

3시기는 차축시대로 시작한다. 차축시대로 인해서 사람은 전적인 개방적 가능성에서 정신적으로 참다운 사람으로 되었다.

4기는 과학적 기술적 시대로 시작한다. 이 시기에 접어 들면서 우리는 우리의 자신을 경험하게 된다.

- 본문 55 ~  56쪽에서 인용

 

 

- 본문 59쪽. 야스퍼스가 설명한 세계사의 도식.

 

이 정도, 이부분까지, 나는 저자의 견해를 거의 수긍하며 읽었다. 그런데 읽어나갈수록 조금씩 이상한 느낌이 들었다.  저자는 차축시대 이후에 전개되는, 위의 도안에 제자리를 차지 못한 민족은 '무(無)역사적 삶'을 사는 '자연 민족 (Naturvolk)'이라 칭한다.  차축 시대를 이끈 중국, 인도, 그리스, 유태, 이란인이거나 아니면 이들의 영향을 받아 발전해간 민족들, 즉 마케도니아, 로마, 게르만, 일본 등등의 민족은 '역사 민족'이라고 한다.

 

모든 민족은 정신적 발현을 경험하는 세계에 기반을 둔 민족과 그런 정신적 발현을 경험하지 못하는 세계에 기반을 두 민족으로 구별된다. 전자가 역사민족이고, 후자가 자연민족이다.

- 본문 100쪽에 인용

 

이런 견해, 의아하다. 그런데 역사 민족 내에서도 저자는 동양에서 서구를 분리해낸다. 17세기 이후 인도와 중국의 후퇴는 전 인류의 가능성을 위한 위대한 상징과 같은 것(99쪽)이라며 서양에서는 차축시대 이후에도 많은 극적인 새로운 시작이 있었지만 중국과 인도에는 없었다(101쪽) 단언한다. 이후, 이와 같은 견해가 주욱 계속해서 이어진다. 이런 서술이 세계사를 보는 역사 철학인가? 단순 무식한 나는 잘 모르겠다.

 

정신적 발현의 대변혁은 인간 존재를 신성화하는 것과 같다 그 이후의 모든 정신적 발현에 관계하는 것은 그러므로 일종의 새로운 신성화의 작업인 것이다. 정신적 발현 이후 오직 신성을 전수받은 인간과 민족들만이 참다운 역사의 흐름에 동참하였다.

- 본문 102쪽에서 인용

 

수천년을 통해 이러한 과정이 이루어지는 가운데서 서양은 결단성 있는 전진을 해왔고 단절과 비약을 두려워하지 않았으며, 철저한 사고방식을 세계에다 적용시켜 왔으나 동양에서는 중국은 물론이고 인도에서도 그러한 정도의 사실들은 전연 일어나지 않았다.

- 본문 106쪽에서 인용

  

저자는 책의 후반부로 가서, 과학과 기술이 새로운 차축시대를 열었다고 말한다. 그 과학과 기술의 기원은 로마, 게르만 로마 민족에게 유래했으며 이들이 보편적 인류사, 세계사 기틀을 마련했다고 서술한다. 이어 서양 과학 기술에 동화된 민족들만이 오로지 인류사의 결정적인 현실적 역할에 동참하게 되었고 동양은 유럽에서 받아들이는 입장이었다고 한다. 아아, 지겹도록 많이 들은 이야기다. 왜 근대 이후 서양이 세계사를 주도했는가에 대한 서양 입장의 써머리와 자화자찬.

 

결국, 저자 야스퍼스 선생은 축의 시대 이후 오랜 세기에 걸친 정신적 대립속에서 서구인들은 자기 인식과 투쟁의 과정을 거쳐 자기 발전을 이루었으며 이것이 역사적 발전이라는 말을 하는 것 같다. 내가 무식해서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을 수도 있겠다. 지금 내 지적 수준에서 보기에, 이 책에서 야스퍼스 선생은 서구인 철학자 입장에서 딱 그 시대에 맞는 수준의 역사 철학을 논한 것 같다. 나처럼 궁금증 대마왕인 독자는 카렌 암스트롱의 <축의 시대>에 언급된 야스퍼스의 견해가 궁금해서 찾아 볼 수 있겠지만, 일반 독자라면 굳이 절판되고 시중 도서관에 있지도 않은 이 책까지 찾아 읽을 수고는 하지 않아도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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