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유기의 비밀 - 도와 연단술의 심벌리즘 문예 모노그래프 1
나카노 미요코 지음, 김성배 옮김 / 모노그래프 / 201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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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제목은 <서유기의 비밀 : 도와 연단술의 심벌리즘>이다. 어릴적 축약본으로 읽은 후 얼마전부터 <서유기> 완역본을 읽어나가면서, 각 장마다 실려있는 한시 속 도교와 연금술적 상징어가 궁금했다. 검색해 본 결과, 이 책이 있다는 것을 알았다. 저자는 일본 내 최고의 서유기 연구자로 인정받는 사람이었다. 그럼 안심하고 읽을만 하다. 책을 준비했다. (공산 혁명, 특히 문혁이후 중국 고전 연구는 거의 한 세대가 통채로 사라져 단졀된 현실이기에 일본인 학자가 중국인보다 더 중국 고전의 권위자인 경우가 많다. )

 

하지만 꾹 ~ 참았다. 서유기 원전 10권을 다 완독한 후에 읽으려고. 그리고,,, 드디어 오래 전에 미리 준비해놓은 이 책을 펴들게 되었는데,,, 맙소사! 이 책 대단하다! 이 책은 내가 기대했던 연금술과 도교 뿐만 아니라 다양한 방면에서 서유기와 관련한 궁금증을 다 풀어주는 대단한 책이었다. 난 넋을 놓고 읽었다. 

 

일단 연금술, 아니 연단술에 대한 서술부터 소개한다. (납이 수은을 만나 황금이 되는 과정에 주력한 서양 연금술과 달리, 불로선약(외단) 제조에 치중하는 동양 연금술은 연단술이라 한단다) <서유기>에서 손오공은 금공, 저팔계는 목모, 사오정은 이토 혹은 황파로 삽입 한시에 등장한다. 그 이유를 저자는 이렇게 풀이한다. 손오공은 음양오행설에서 ‘금’(金)이자 ‘화’(火)인 동시에, 광물로는 ‘연’(鉛, 납)에 해당하고, 저팔계는 ‘목’(木)이자 ‘수’(水)이며, 물질로는 ‘홍’(汞, 수은)이다. 사오정을 두 개의 ‘토’(土), 즉 ‘이토’(二土)인데 ‘토’ 두 글자를 겹쳐놓으면, ‘규’(圭)자가 된다. ‘도규’(刀圭)는 연단술에서 단약을 조제할 때 사용하는 일종의 계량스푼을 의미한다. 따라서 손오공,저팔계,사오정이 함께 서천(西天)으로 취경여행을 떠나는 과정은 계량스푼으로 납과 수은의 양을 조절하여 단약을 만드는 연단술사의 행위를 상징한다고 한다. 또 자주 대립하는 손오공과 저팔게를 중재하는 인물은 사오정인데, 그게 바로 ‘황파’(黃婆)가 하는 역할이다. ‘황파’는 원래 연홍에 의한 연성을 촉진하는 약품이었다. (나중에는 오로지 남녀의 성적 결합을 중매하는 할멈의 의미로 쓰이는 경우가 많음) 또한 ‘황파’의 ‘황’(黃) 역시 두말할 것도 없이 오행의 ‘토’가 배당된 방위인 중앙의 색이 황색인 것에서 비롯되었다. 등등,,, 이 책의 내용을 이루 다 요약 소개할 수 없다. 궁금하면 읽어보시라. 단, <서유기>원전 완역본을 다 읽은 후에. (오행상생도, 오행상극도, 팔괘도, 십이지로 표시한 방위표, 이십팔수표, 마방진, 성수 만다라 등등 온갖 동양학 관련한 도표들이 등장하니, 이 분야 처음 접하는 분들은 좀 읽기 힘드실 수도 있다. ) 

 

또 그동안 <서유기> 읽으면서 나는 끊임없이 '원양'에 관심을 가졌다. 도교 수련법과 남녀 결합이 세트로 나오는 것이 궁금했다. 물론 서양 연금술에서도 '왕과 왕비의 결합'하는 식으로 연금술을 설명하니 그정도 일 수도 있겠다. 그러나, 아무리 생각해도 <서유기>에서는 너무 과하다. 뭔가 중국사가 반영된 것 같았는데 이 책에서 그 부분 설명을 찾았다.

 

한편, 송, 원대의 연단술은 실물로서의 단약(elixir)을 만들지 못한다는 현실을 인식하면서, 실상을 외부에 숨기고 내부에서는 각 연단 유파의 신비성을 지키기 위해, 연단술을 성행위로 비유하고 은어를 구사하는 시사(詩詞)의 세계 안에서 하나의 활로를 발견했다. 이것은 연단술사들에게 일종의 자위행위였지만, 그 저속함은 명, 청 포르노소설 속의 노골적인 표현과는 서로 다른 길을 통해 전해졌다고 할 수 있다. (중략) 심원한 연단술의 이름 아래 은어를 구사한 일종의 포르노그래피의 세계가 전개되었고, 그런 내용이 그대로 <서유기>의 세계에 흘러들어 왔다는 점이다.

- 본문 137쪽에서 인용

 

하지만 책은 연단술 관련 설명만 하지 않는다. 손오공과 돌, 용과의 관련성이나 각 등장 인물 분석, 소설 속 숫자의 신비, 소설에 등장하는 동물들, 별의 화신들, 도교의 신들, 나타태자 이야기, 희곡 유행이 <서유기>에 어떻게 반영되는지, 작가를 둘러싼 논쟁(오승은 설과 구처기설), <봉신연의>,<금병매><수호전>과 관련성, <서유기> 이후 등장한 <남유기>와 <북유기>, 기타 경극 등등,,,, 엄청나게 대단한 이야기가 세세히 쏟아진다. 주석만 읽어도 매우 재미있다.

 

여튼 크게 보아 이 책의 주제는 <서유기> 안에 도교의 엘리트만이 아는 암호의 세계가 끝없이 펼쳐져 있다는 것. 정말 <서유기>도 대단하고, 이를 분석해낸 저자도 대단하다. 또 이 어려운 책을 번역해내신 역자분도 대단하다. 한마디로 대단한 책!

 

<서유기> 원전 완역본을 읽은 분이라면 필독 강추!

<서유기> 읽고 이 책까지 읽으신 분이라면 미르치아 엘리아데의 <대장장이와 연금술사> 강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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