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서 그들은 서천으로 갔다 - 서유기 다시 읽기
홍상훈 지음 / 솔출판사 / 2004년 3월
평점 :
품절


 

서유기. 다들 알고 있는 것 같지만 삼국지나 수호전에 비해 완역본으로 읽은 이는 적은 편이다. 하기사, 완역이 된 지도 한 10여년 밖에 안 된다. 그것도 솔 출판사와 문학과 지성사 두 곳밖에 없다.  그 중, 솔 출판사에서 나온 서유기 완역 번역에 참여한 역자가 서유기 안내서를 단독으로 쓴 책이 이 책이다. 문지사의 경우, 10권에 역자가 해설을 부록 겸 더해 냈는데, 솔 출판사는 단독으로 내기로 결정했나보다. 전체 100페이지 가량 되는 얇은 책이어서 서유기 해설집이라기 보다는 간단한 길라잡이 성격이다.

 

저자는 꼭 서유기 전체를 다 읽은 후 이 책을 읽으라고 처음부터 당부하고 있다. 그래서 10권을 마친 후 바로 이 책을 잡았다. 목차는 아래와 같다. 요약해서 소개하지는 않겠다.

 

제 1부 『서유기』해제

1. 들어가는 말
2. 서유기 이야기의 연원과 구조
3. 서유기 속의 우주
4. 등장인물의 상징적 의미
5. 서유와 전투의 상징 체계
제 2부 『서유기』의 불교, 도교 용어 풀이
제 3부 『서유기』의 주요 등장 인물
제 4부 현장법사의 서역 여행도

 

서유기 이야기의 연원, 구조, 창작 배경, 도교 불교 상징과 의미, 등장 인물 분석 등은 다른 서유기 해설서들 내용과 비슷하다. 내 입장에서 보기에, 이 책 1부의 '5. 서유와 전투의 상징 체계' 중' 2 민중과 기득권층 사이의 갈등' 부분이 내가 읽은 다른 책과 비교해서 신선하고 좋았다. 소개해보자면,

 

서역을 향한 삼장법사 일행의 여행이 산 자와 죽은 자를 포함한 모든 중생의 제도를 목적으로 하는 대승 불법을 얻기 위한 것이라는 점은 이 작품에 무시할 수 없는 민중 의식이 내재해 있음을 말해준다. 왜냐하면 대승 불법을 얻어온다는 것은 그 자체로 당나라 왕실을 포함한 귀족이나 승려 등의 특권 계층은 물론 일반 백성들까지 모두 삶의 질곡과 고통으로부터 해방시킨다는 의미에서도 기존의 중국 사회를 지배하고 있던 신분 질서의 변혁을 지향하는 행위라고 할 수 있기 때문이다.

- 본문 92쪽에서 인용

 

결국 <서유기>의 화자(작자)가 강조하고자 하는 것은 이러한 진보적 민중 신앙으로서 대승 불교의 유입과  전파가 거역할 수 없는 시대적 '대세'였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그(혹은 그들)의 관점에서 손오공이 불교에 귀의한 것은 넓은 의미의 '도'를 추구하는 순수한 행위로 간주되었을 것이다.

- 본문 99쪽에서 인용

 

관심있으신 독자분들은 이 책과 <서유기 즐거운 여행>, <서유기의 비밀 : 도와 연단술의 심볼리즘>을 같이 읽기를 권한다. 각각 한국, 중국, 일본 학자들이 썼기에 비교하며 읽기가 더 재미있다.

 

참, 얇지만 뒤편에 불교, 도교 용어 풀이가 잘 되어있는 것도 이 책의 장점이다. '원양'은 '元陽之氣를 가리킨다. 도교에서는 이것을 선천적으로 타고나는 것이자 후천적인 양생의 노력으로 키울 수 있다고 본다. 이 기운은 타고난 정기가 변화된 것으로, 오장육부 등의 모든 기관과 조직의 활동을 추동하고, 생명 변화의 원천이 된다.'고 친절히 나와 있다. 문지사본에는 원양이 동정이라고 나와있었지만 문맥상 아닌 것 같아 그동안 서유기 10권 읽으면서 헤맸는데. 아, 진작 이 의미를 알았더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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