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마지막 10권이다. 이번 10권은 1~9권보다 월등히
두꺼운데, 그건 200여쪽에 달하는 역자 해설이 부록으로 함께 있기 때문이다. 소설은 325쪽까지만이다.
삼장 일행은 옥화성을 떠나 금평부에
있는 자운사에
머무른다.
여기서 소합향유를
공양받는 존재들을 만나는데, 그곳 사람들은 이들을 부처님 세 분이라 말한다.
이에 삼장이 절하자 역시나 납치된다. 이들은 부처가 아니라 소머리
귀신,
코뿔소
요괴들이었다. 손오공은
규목랑
등 네 별자리와 힘을 합쳐 요괴들을 퇴치한다.
여기서 잠깐, 인도의 소 요괴들과 대결하는 것은 혹시 힌두교와 불교의 갈등을 의미하는 것이 아닐까? 불교 설화에 보면 힌두교와 불교 승려가
대결하는 장면에서 소와 사자의 환영이 공중에 나타나 싸우는 장면도 있던데.
손오공은
사위국 공주로 변신한 요괴를 퇴치하고 진짜 공주를 찾아 준다. 공던져 결혼하기 이벤트를 꾸며 1년동안이나 ‘첫날밤
그의 원양진기를 빼앗아 태을상선이 되기로 음모를 꾸며 놓고 있었던(98)'
여요괴는 알고보니
달나라 옥토끼였다. 월궁의 주인인 태음성군이 와서 옥토끼를 데려간다. 마음이 많이 여유있어진 손오공은 요괴의 본모습을 보고도 예전처럼 단매에
때려 죽이려고 봉을 꺼내들기는 커녕, 옥토끼를 귀여워한다. 오, 손오공 너 많이 변했다? 뿐만 아니라 삼장도 둘째만 편애하는 어리석은 가부장
같은 모습을 보이던 지난 1~9회와 달리 이제는 제대로 헛소리하는 저팔계를 야단치고 옳은 말하는 손오공을 두둔한다. 이들, 다 성장하고
있었다.
이어
구원외 부자의 지극한 공양을 받는 일행. 이어지는 환대를 거절하고 떠나는 날 하필 구부자집에 도둑이 든다. 부인을 호의를 거절당한 것이 분해
앙심을 품고 일행을 고소, 손오공이 해결하고 구부자도 염라대왕에게 말해서 살려준다.
*** 주의! 조만간 <서유기> 완역본을
읽을 계획이 있으신 분은 이 이하 읽지 마세요. 서유기 전체에서 가장 중요한 대목입니다.
드디어 여래 계신 영취산에 이르렀다.
차원이 다른 세상으로 가려면 강을 건너야 하는 법, 역시 취경일행은 세찬 강물을 만난다. 위태로운 외나무 다리만 있을뿐. 일행이 못 건너고
있자 부처가 뱃사공으로 변신해서 밑바닥이
없는 배로 건너준다. 이때, 상류에서 사람 시체가 한 구 떠내려오는데,,, 바로
삼장이었다!
이 대목, 역자
주에 따르면 ‘당나라
스님이 능운도에서 육신의 껍질을 벗고 성불하는 과정은 불교의 해탈이 아니라 도가의 이른바 시해(尸解)과정이었다.
해탈은 곧
속박과 고통의 번뇌에서 벗어나 완전한 정신적 자유 상태에서 도를 깨쳐 평온한 열반의 세계에 들어가는 것인데,
도교의
시해는 뱀이나 매미처럼 껍질을 벗고 날아오르듯 속세에 더렵혀진 육신을 버리고 우화등선하는 방식이다.(245)’
라고 하니, 불교이든 도교이든 삼장이 취경여행을 통해 이전과 다른 존재가 된 것만은 확실하다. 근데,,,,이 대목 읽는데 가슴이 뭉클하고
눈시울이 뜨거워진다. 이들의 취경 여행을 따라온 나는 그럼,,,, 책을 놓고 이런 생각을 한참 멍하게 했다. 아마 장편 소설을 읽는 맛이 이런
것이 아닐까. 줄거리 요약하면 별 거 아닌데 하나하나 등장 인물들의 궤적을 따라가다가 마지막에 전체적으로 묵직하게 뭔가 느낌이 다가오는 맛.
차근차근 시간과 에너지를 들여 미련하게 읽지않고 다이제스트 판으로 접하면 절대 느낄 수 없는 맛.
여튼
일행은 부처님 만나 5048권 불경
받고 돌아가게 된다. 아난과
가섭의 대가 요구를 거부한 탓에 글자 없는 백지를 받아가나 우여곡절 끝에 다시 유자진경으로 바꿔 간다. 이 과정에 걸린 시일이
십 사년,
오천
사십 일인데
여드레
모자라 경전 수효인 5084에 안 맞기에 일행은
8일만에
당나라에 갔다가 돌아와야 한다. 시해과정을 통해 삼장도 범태육골을 벗은 지라, 개고생하며 걸어 올 때와 달리 이번에는 팔대금강의
구름을 타고 날아간다.
그런데 구구
81인데
지금까지 겪은 재난은 80난이다. 아직 한 재난이 남았다. 이들은 추락한다.
주위를 보니 통천하였다.
강 건너 갈 일을 찾아보는데 예전의 그
자라가 나타나 등에 태워 강을 건네 준다. 그러나 자라의 부탁을 삼장은 잊었다. 자라는 심통나서 일행을 빠뜨려 버린다. 이제 완성 되었다.
일행은 강
기슭에서 경을 말리고 다시 날아 당태종 앞에 경을 내놓고 다시 날아 서천으로 돌아온다. 현장은
전단공덕불, 손오공은 투전승불, 저오능은 정단사자, 사오정은 금신나한, 백마는 팔부천룡이 된다.
마지막
부분이 의미심장하다. 손오공이 머리를 가리키며 부처님께 부탁한다. 송고주를 외워 금테 벗겨 달라고. 그러나 손오공은 취경
여행길에 이미
성불하지 않았는가. 부처는 말한다. “그것이
아직까지 네 머리에 씌워져 있을리 있겠느냐?”
아아, 그렇구나. 걍 의식하지 말고 걱정하지 않고 하루하루 오늘 걸을 길을 성실하게 걸어가면 나를 옭죄던 것들이 어느덧 자연스레 사라져 있을지도
모르겠구나. ,,, 한번 더 책을 놓고 멍하니 생각에 잠겼다.
*** 여기부터는 다시 읽으셔도 됩니다. ^^
자,
이제 나의 취경여행을 마쳤다. 어떻게 이 마지막 리뷰를 마무리할까. 살짝 고민하다 서유기 각 장의 마지막 문장의 형식을 빌려 마친다.
"서유기
완역본 10권을 다 읽은
껌정요괴.
과연
이번 취경독서여행으로 그녀가 배운 것은 무엇일까? 또 어떤 황당하고 신선한 역사 이야기를 써 낼지, 여름에 나올 껌정의 다음 새 책에서
풀어보기로 하자. "
(껌정의
취경독서여행 정리는 여기에 있습니다. => http://blog.yes24.com/document/794602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