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유기 2 대산세계문학총서 22
오승은 지음, 임홍빈 옮김 / 문학과지성사 / 2003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2권에 와서야 삼장법사의 취경 여행이 시작된다. 몰래 국경을 넘어가던 현장의 역사적 사실과 달리, 소설에서 삼장법사는 당태종의 의동생이 되어 전폭적 지지와 협찬을 받아 떠난다. 그 이유는 11회에 드러난 당태종의 저승 유람에 나와 있다.

 

출발하자마자 삼장법사는 호랑이 굴에 빠진다. 이는 아마 시종을 다 잃게 만드는 장치겠지? 이어 손오공을 구해주고 제자로 삼아 함께 여행한다. 백마로 변신한 용왕의 아들인 용이 삼장을 모시는 데 합류한다. 16회는 관음선원에서 보물인 금란가사를 도둑맞는 이야기다. 이 일화는 남에게 헛된 자랑을 삼가라는 의미가 있는 듯. 어떻게 보면 서유기가 마음 수양 여정을 우의적으로 돌려 말하는 이야기이기도 하다는 생각이 든다. 드디어 고로장 사위인 저팔계 등장이요! 그 역시 제자가 되어 취경 여행에 합류하게 된다. 제 1권이 손오공 위주라면 이번 제 2권은 저팔계 위주이다. 팔계는 오훈삼염(五葷三厭 즉 마늘 부추 파 달래 생강, 기러기 뱀장어 개)을 먹지 않는 계율을 지켜서 팔계이다. 물론 성은 돼지 저(猪). 식욕과 성욕이 강하며 쇠갈퀴 하나로 척척 농삿일을 해 내는 저팔계는 중국 농민의 전형적 성격을 반영한 것 같다.

 

그런데 재미있다. 죽었다가 당태종의 여동생 옥영궁주의 몸으로 환생한 여자가 궁궐을 보고 "황달 걸린 병자들이나 사는 싯누런 집구석"이라고 말하는 대목(57쪽)이나 "늙은 호랑이가 동헌에 자리 잡고 앉았으며, 푸른 이리 떼가 낭청에서 주부 노릇을 한다. 사자와 코끼리는 저마다 왕이라 일컫고, 호랑이와 표범은 저마다 임금 노릇을 하고 있느니"라고 읊는 대목(324쪽)을 보면 체제 비판적인 면도 꽤 있어 보인다. 이는 아마 여러 서유기가 집대성되어 오승은에 의해 세덕당본으로 정착되는 1592년, 명말의 역사적 상황과 관련이 있는 것이리라.

 

나는 서유기와 도교, 연금술 관련 부분에 관심이 있었는데, 이 책 296쪽에서 실마리를 조금 잡은듯하다. "영아(嬰兒)와 차녀(䒲女)로 음양을 배합하니, 납과 수은이 서로 어울려 일월을 분간했다." 라는 대목이 있는데, 여기서 영아는 갓난아기가 아니라 선약을 구워 만들 때 쓰는 납을 가리킨다고 한다. 유레카! 이렇게 본문 주석에 도교, 불교 관련 지식들이 나와 있어서 이들을 읽는 재미가 쏠쏠하다.

 

앞길에는 스스로 도와줄 신명(神 있으리니, 고되고 어렵다고하여 경을 가지러 가는 길을 원망하지 마라.

- 본문 109쪽에서 인용

 

위는 삼장 법사에게 태백금성이 남긴 쪽지에 적힌 말이다. 이 부분 읽고 마음이 좀 말랑말랑해졌다. 서유기는 경을 가지러 가는 구도의 길이다. 서유기를 읽고 메모해가는 나의 길 역시 나의 경, 나의 글을 가지러 가는 구도의 길이다. 아, 그렇다면 지금 날 도와주고 응원해주는 글벗들은 다 나의 태백금성님들이시구나. 이런, 마음이 말랑말랑해지다 못해 분홍분홍해지는 걸. 후후.

 

1권에서는 여우 요정, 이런 식으로 나와 좀 그랬는데 2권부터는 '요괴'로 번역되어 나온다.

 

그외 궁금증:

1 서유기랑 상관 없지만, 영아가 납을 의미하는 연금술적 상징어라면, 에밀레종 전설처럼 아기를 희생시켜 금속광물 관련 작업을 하는 전세계의 설화 역시 제작과정을 설명하는 한 상징이었을뿐인가?

2 손오공이 변신했다가 본색을 드러내는 장면에서 '한 손으로 얼굴을 쓰윽 훑어내려 본색을 드러냈다(293쪽)"라고 표현되어 있는데, 이거 변검 등 중국 연극의 영향인가?

 

 

 

 


댓글(2)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유부만두 2015-02-01 07: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서유기 읽고싶어져요. 예전에 읽은 기억으론 (빨간양장 금박 글씨 전집...같은..) 요괴들이 보통 사람으로 변신해서 친해지다 탄로나고 .. 그런 장면들을 재밌어 했어요.ㅡㅡ

자유도비 2015-02-01 13:09   좋아요 0 | URL
그 요괴들, 알고보면 원래 귀여운 애들이 많더라고요. 관음보살댁 연못의 애완 금붕어 같은,,, 하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