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실크로드, 길 위의 역사와 사람들 - 개정판
김영종 지음 / 사계절 / 2009년 7월
평점 :
2004년 초판이 나온 <반주류 실크로드사>의 개정판이다. 초판 책의 제목이 이 책의 성격을 더 강하게 드러내 준다. 저자분은
<실크로드의 악마들>의 역자이신데, 이 지역의 역사에 대한 관심으로 집필과 번역둘다 하시는 것 같다.
실크로드 역사는
나가사와 가즈도시의 책으로 전에 읽은 적이 있었다. 그 책의 경우 전문학자의 기본적인 역사서라는 정도의 인상을 받았는데 이 책의 경우엔
대중서답게 쉽고도 전체를 관통하는 확실한 저자의 입장이 있다. 즉, 유럽 문명이 어떻게 동진, 전파 되었는가하는 이동 경로로서의 실크로드가
아니라 그 지역에 거주하는 사람들의 삶의 터전으로서의 실크로드의 역사를 보고 있다는 점. 게다가 거대한 초원 유목 제국과 농경 정주 제국 사이에
희생된 약자의 세계사로서의 실크로드사를 다룬다는 점. 이런 저자의 입장은 우리가 실크로드하면 떠올리곤하는 피상적 낭만과 동경, 모험의 이미지도
아니고 동서 교류에만 방점을 찍는 주류 사학계의 접근방식도 아니어서, 읽어가면서 아주 마음에 들었다. 전에 읽은 김호동 교수의 책에서도
'면으로서의 실크 로드'라는 표현을 읽고, 전에 가졌던 조각조각의 내 생각들을 다시 구성해보는 좋은 경험을 했는데, 이번에도 그랬다.
책 내용을 간략히 적어보면, 1장에서는 흑장군의 전설로 독자의 흥미를 끈 후, 2장에 가서야 비로소 실크로드의 주요 개념을
설명한다. 3장에서는 장건의 실크로드 개척 과정을, 4장에서는 누란 왕국을, 5,6장에서는 스키타이를 소개한다. 7장에서는 알렉산드로스의
원정으로 인한 서쪽 실크로드의 성립을, 8장에서는 동, 서를 막론하고 실크로드에서 활약한 소그드 상인을 주로 다루고, 9~11장은 비단, 불교,
불상 등등 실크로드를 통해 전파된 문물을 다룬다. 12,13장은 실크로드가 동서양 문명에 끼친 영향에 대해 당제국과 근대 유럽의 예를 통해
보여주고, 14장에서는 근대 이후 서양의 탐험가들에 의한 실크로드학의 성립과정을 다루었다. 마지막으로 별장에서는 스키타이 계통의 금장식,
흉노계의 적석목곽분 등의 유물, 유적을 통해 신라 김씨 왕족이 흉노의 후예라는 가설을 소개한다. 이부분은 아직 논란여지가 있지만, 여하튼
실크로드의 동쪽길 끝이 장안이 아니라 신라의 수도 금성까지라는 것은 이견이 없을 것 같다.
전반적으로 문장이 쉽고 도판도 풍부하여
책이 쉽게 읽힌다. 실크로드사를 처음 읽는 사람에게 권하고 싶은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