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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야 나무야 - 국토와 역사의 뒤안에서 띄우는 엽서
신영복 지음 / 돌베개 / 1996년 9월
평점 :
선생님의 이 글이 중앙일보에 연재되던 시절부터였으니, 내가 이 보석같은, 단도같은 글을 만난지 어언 20년 가까이 흘렀다. 오랫만에 다시 읽어도 역시 온달 산성과 청령포 이야기는 내 가슴을 서늘하게 한다.
당신은 기억할 것입니다. 세상 사람은 현명한 사람과 어리석은 사람으로 분류할 수 있다고 당신이 먼저 말했습니다. 현명한 사람은 자기를 세상에 잘 맞추는 사람인 반면에 어리석은 사람은 그야말로 어리석게도 세상을 자기에게 맞추려고 하는 사람이라고 했습니다.
그러나 역설적이게도 세상은 이런 어리석은 사람들의 우직함으로 인하여 조금씩 나은 것으로 변화해간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우직한 어리석음, 그것이 곧 지혜와 현명함의 바탕이고 내용입니다.
'편안함' 그것도 경계해야 할 대상이기는 마찬가지입니다. 편안함은 흐르지 않는 강물이기 때문입니다. '불편함'은 흐르는 강물입니다. 흐르는 강물은 수많은 소리와 풍경을 그 속에 담고 있는 추억의 물이며 어딘가를 희망하는 잠들지 않는 물입니다.
- 본문 82쪽에서 인용
당신은 유적지를 돌아볼 때마다 사멸하는 것은 무엇이고 사람들의 심금에 남는 것은 무엇인가를 돌이켜보라고 하였습니다. 그리고 우리가 오늘 새로이 읽어야 할 것이 무엇인지를 고민하라고 하였습니다. '과거'를 읽기보다 '현재'를 읽어야하며 '역사를 배우기'보다 '역사에서' 배워야 하기 때문이라고 하였습니다.
- 본문 84쪽에서 인용
이 책은 소개글이 필요없다. 그냥 읽고 느껴야 한다. 그리고 그 장소에 가 보면서 선생님의 이 말씀을 되새겨 보아야 한다. 물론 이 책은 선생님 책 중 아주 뛰어난 편은 아니다. 지금 다시 보면 좀 비약적인 견해도 올드 패션드한 느낌도 보인다. 게다가 막상 가보면 이 장소들은 이미 똑같은 등산복을 입은 중년남녀들로 바글바글하다! 실망하기 십상이다. 하지만 이렇게 국토와 민중과 역사에 대한 애정을 담아 올곧은 이야기를 쉽게 다정하게 들려주는 책은 흔하지 않다. 앞으로도 아마 그럴 것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근 이십 여년 만에 이 책을 다시 펼쳐보니, 눈물이 핑 돌아 잠이 오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