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읽는 여성의 역사 - 고대부터 현대까지, 우리가 몰랐던 인류 절반의 역사
정현백.김정안 지음 / 동녘 / 201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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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작업을 최종적으로 마무리하기 전에 읽은 책이다. 빠른 시간 내에 여성의 역사에 대한 생각을 짚어보기에 적당한 300쪽 좀 넘는 분량, 각 시기별로 요점과 쟁점을 짚어주면서도 친근한 서술이 맘에 든다. 서구 여성사를 쉽고 빨리 접해 보려는 독자에게 강추할만한 책이다. 주석과 참고 문헌 정리도 잘 되어 있어 이 분야에 관심있는 분이라면 어차피 자주 들춰 보게 될 터이니, 도서관 대출로 읽지 말고 소장하길 권한다.

 

구성은 이렇다. '1장 여성 억압의 기원을 찾아서'는 원시, 고대사회의 여성들을 , '2장 성녀에서 마녀까지'는 서양 중세 여성들을, '3장 자본주의와 노동, 그리고 가족 속에서'는 근대의 여성들을, '4장 타자에서 주체로'는 현대 여성들의 역사를 다룬다. 통사 식이긴 한데, 현대로 올수록 분량이 많아지는 다른 통사류와 달리, 네 파트가 각각 비슷한 분량과 중요성을 갖고 서술되어 있다.

 

비슷한 류의 다른 여성사 책들 가운데, 눈에 띄는 이 책의 장점은 원시, 고대사회 여성사 부분 서술 분량이 많고 충실하다는 점이다. 물론 문자 기록이 없는 편이니 신화학, 인류학 쪽 연구를 많이 인용한다. 엥겔스의 <가족 사유재산 국가의 기원>의 영향 탓인지, 원시고대사회가 난혼에다 여성 상위시대였다고 착각하며 이와 관련 온갖 불만과 판타지를 현실의 여성에 대한 불만에 대입하여 펼치시는 분들이 많은데, 그런 헛소리하는 분들은 제발 책 좀 읽고 난 후에 내게 시비를 걸었으면 좋겠다.

 

여하간, 이 책은 서구여성사에 관심있는 분이라면, 한번은 읽어볼만한 책이다. 중세 여성사나 근대 등 한 시기에 관심 있는 분께도, 이따금 전체 여성사를 다시 빨리 맥잡을 필요성을 느낄 때 읽으면 좋다.

 

동녘 출판사에서 나온 여성 관련 책들은 다 믿고 읽을만 하다. 그러고보니, 대학 새내기 시절 <암탉이 울면><하늘의 절반>에서 시작해서, 이 출판사와 함께 내 반생을 보냈군! 동녘 출판사 여러분! 감사합니다!

 

이하, 원시고대 여성 파트에서 발췌, 메모함.

 

(수렵 채집 사회 서술에 이어지는 부분) 이제 이 사회에서 여성의 지위가 어떠했는지를 검토하기 전에 우리가 가지고 있는 몇 가지 편견을 지적해야 할 듯 하다. 지금까지 우리는 포유동물 사냥을 인류의 초기 생활에서 가장 중요한 특징으로 파악하고 있었다. 그러나 고기는 수렵사회의 경우에조차 그들 음식의 20 ~ 40퍼센트 정도를 차지했을 뿐이고, 나머지는 콩, 이파리, 뿌리, 호두, 버섯과 같은 식물로 충당했다.

- 본문 44쪽)

 

이 사회에서 유일한 남녀 분업은 남자는 사냥을, 여자는 식물채집, 요리, 육아를 담당한다는 데 있었다.

- 본문 46쪽에서 인용

 

음식물의 채집이 중요한 사회일수록 여성의 독립성이나 영향력은 더 강했다. 환경이 극단적인 곳에서는 그 반대의 현상이 나타났다. 여기에서 우리는 생물학적 차이로 인한 성별 분업이 얼마나 그 사회의 기본적인 생존 조건과 직결되어 있는가를 알 수 있다.

- 본문 49쪽에서 인용

 

이런 점들을 종합해볼 때, 혼음으로 아이의 부친을 밝힐 수 없었기 때문에 모계제가 생성되었다고 파악한 바흐오펜, 모건, 엥겔스 등의 견해는 생물학적 기원과 사회적 생산력을 혼동한 데서 출발한 오류였다고 할 수 있다. 모계제건 부계제건 결국은 초기 사회 구성원들이 그들에게 주어진 환경에 대해 나름의 해결방식을 모색한 결과였던 것이다.

- 본문 52쪽에서 인용

 

흔히 부권제 사회에서의 '남성들의 우월'은 여성의 희생이나 억압에 기초해 이루어진다는 고정관념을 가지고 원시 사회를 바라보는 데서 오류를 범한다. 바흐오펜은 '여성의 패배'를 정당화하기 위해서 그 이전 사회를 극단적인 모권제 사회로 보는 오류를 범했고, (하략)

- 본문 56쪽에서 인용

 

여성 중점적 사회라는 것은 흔히 이야기하는 '여성의 지배'가 아니라, 모두가 평등한 사회를 의미하는 것이다.

- 본문 59쪽에서 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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