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찰리와 초콜릿 공장 (반양장) ㅣ 시공주니어 문고 2단계 7
로알드 달 글, 지혜연 옮김, 퀸틴 블레이크 그림 / 시공주니어 / 2000년 2월
평점 :
품절
윌리 윙카의 초콜릿 포장지 속에 들어 있는 황금빛 초대장을 찾은 다섯 어린이. 가난한 찰리, 먹보 아우구스투스 굴룹, 버릇없는 갑부 딸
버루카 솔트, 껌 좀 씹는 바이올렛 뷰리가드, 티비 중독 마이크 티비. 이들은 굳게 문닫힌 윌리 웡카의 초콜릿 공장을 견학한다. 속속 그 아이가
지닌 못된 버릇 때문에 아이는 자초한 불행에 빠지고,,,, 찰리만이 남아 공장의 상속자가 된다. 말하자면 올리버 트위스트 더하기 소공자. 괴팍한
부자 윌리 웡카도 있으니 인물 구성은 완벽하다.
어른이 된 지금 읽어도 공장에서 만들어지고 있는 껌과 사탕과 초컬릿 서술 부분은 환상적이다. 거의 위그든 씨의 사탕가게와 맞먹는다.
초컬릿이 흐르는 강이라니! 상상만 해도 황홀하다. 걍 수영복 갈아입고 뛰어들고 싶다.
그런데, 두둥!
나는 이 소설이 마냥 환상적이고 재미있지만은 않았다. 이 공장의 노동자들인 움파룸파족이 마음에 걸렸다. 그들이 열대에 살던 검은 피부의
난쟁이라는 설정에서, 카카오 플랜테이션 농장의 어린이 노동자들이 생각나기 때문이다. 리와인드, 움파룸파족이 카카오를 급료로 준다는 말에 혹해서
공장으로 이주한 것을 보면 그 옛날 중남미를 침략한 에스파냐 침략자들도 생각난다. 서구 침략자들은 미대륙 원주민들의 문화를 다 파괴했지만 카카오
재배는 오히려 권장했다. 카카오가 현지에서 화폐로 쓰였기 때문이다. 그래서 서구 침략자들은 식민지인을 시켜 식민지를 지배할 화폐로 사용할
작물을 재배하게 한 것이다. 물론 대륙에 사치품으로 수출, 막대한 이익도 거두었지만. 설탕이나 커피보다 덜 알려져있지만 서구 제국주의 역사에서
카카오 플랜테이션이 차지하는 비중도 꽤 높다. 비서구권에서 최초로 철도가 부설된 곳은 쿠바, 카카오를 운반하기 위한 용도였다. 참 나, 애들
동화 읽으면서 이런 거 고민하다니. 그런데 내 눈에 보이는데, 불편한데 어쩌란 말인가.
이 동화를 놓고 한번, 성인용으로 소설 <가브리엘라, 정향과 계피>를 놓고 또 한번, 카카오의 역사를 써 볼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