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르너 좀바르트(Werner Sombart, 1863년 ~ 1941년)는 독일의 경제학자이자 사회학자이다. 우리 독서계에는 많이 알려지지
않은 것 같지만, 베버 만큼이나 중요한 학자라고 한다. 1922년에 나온 <Liebe, Luxus und
Kapitalismus>를 1997년에 까치 출판사에서 번역해 낸 책이다.
오랫만에 작고 빡빡한 까치 출판사의 책을 읽으니 눈이 피곤하다. 하지만 제대로 된 이론서를 읽는 맛이 난다. 게다가 좀바르트의 이
경제서적은 매우 독특하다. 자본주의 체계의 생성과 발전에 인간의 감정과 욕망 - 사랑과 사치 - 를 갖고 서술하다니 말이다. 문화사같기도
하다.
내용은 이렇다. 자본주의의 시작은 근대가 아니라 이미 봉건 사회 말기 왕후의 궁정이라고. 궁정의 아름다운 여인을 위한 사치스러운 일상
생활에서였다고. 왕과 왕비, 왕의 정부의 사치를 위해 질이 뛰어난 물품들이 궁정에 공급되어야 했기에 궁정 가까운 도시에 위치한 작업장에서
가공업이 발달했다. 도시화가 진행되어 소비가 증대 되었다. 도시화 덕분에 궁정 문화가 전파되었다. 왕의 공식 정부들의 문화가 고급 창녀 문화로,
일반 부인네 문화로 전파되어 유행을 창조했고 유행은 소비를 증대시켰다. 기술 혁신을 가져왔다. 사치는 심미적 욕구를 자극해 미식가도 등장하는 등
지배계급의 생활양식 전체에 영향을 비쳐 결국 사회에 만연된 계급 분리를 위한 과시와 낭비 풍조가 자본주의라는 경제체제를 탄생시켰다,,,, 라는
이야기.
사실, 나는 지금 이 책을 온전히 이해하지 못했다. 내가 현재 아는 경제사 지식으로는 이 책에서 주장하는 바를 검증할 수 없다. 그래서
별은 일단 3개. (맙소사, 내가 남들 보라고 내가 준 별 갯수까지 설명해야 하다니!) 그러나 일부는 조금 알겠다. 이 책 내용 중 궁정사회
형성과 대도시 부르주아 문화, '메트레상티트르(maitresse-en-titre), 코르티자나, 여배우, 연애 문화 이 쪽은 다른 역사서에서
읽은 부분과 꽤 겹쳤기 때문이다. 그 쪽과 비교해 볼 때, 이 책이 아주 이상한 주장을 하고 있지는 않은 것 같다. 여튼, 저자의 주장은 지금
내가 뭐라 비판할 수 없는 처지이지만, 그 주장을 뒷받침하는 과정에 든 풍부한 예들은 매우 흥미롭고 유용하다. 나중에 마담 퐁파두르 등 프랑스
왕의 정부들의 역사 쪽이나 <나나>,<라 트라비아타> 관련한 자료를 찾을 때 다시 읽어봐야겠다. 그러기 위해 목차를 메모해
놓는다.
제1장 새로운 사회
1 궁정 2 시민의 부 3 신귀족
제2장 대도시
1 16, 17, 18세기의 대도시 2 대도시의 발생과 내부구성 3 18세기의 도시이론들
제3장 사랑의 세속화
1 연애에서 위법원칙의 승리 2 고급창부
제4장 사치의 전개
1 사치의 개념과 본질 2 왕의 궁정 3 기사들과 건달들의 계승 4 여자의 승리
제5장 사치로부터의 자본주의의 탄생
1 문제제기의 올바름과 그릇됨 2 사치와 상업 3 사치와 농업 4 사치와 공업
이렇게 해서 우리가 본 바에 따라서 결론을 맺어야 한다면, 비합법적인 사랑 또는 세속화된 연애의 합법적인 자식은 사치였으며, 바로 이
사치가 자본주의를 탄생시킨 것이다.
- 본문 262쪽에서 인용
책은 이미 절판되어 도서관에 가서 대출해 읽었다. 그런데 아무리 책장의 그 위치를 뒤져도 책이 없었다. 알고보니, 17년전 책이라,
도서관에서도 서고에 따로 보관하고 있었다. 이렇게 이 책과 나는 만났다. 가치가 있는 책은, 어떻게든 찾아 읽게 된다. 아! 나처럼 책에 멀티로
반응하는 정열적인 여자도 참 보기 드물다. 셀프 쓰담쓰담. (아! 난 참 뒤끝도 길지! ) 참, 인터넷 중고서적상에 정가보다 몇 배나 비싸게
팔던데, 사 두어야 하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