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이자 메이 올코트의 삶에 흥미를 느껴 찾아보다 주문, 오랜 시간을 들여 읽었다. 루이자 올코트는 <작은 아씨들>등 소년소녀를
위한 교훈적인 가정 소설의 작가로 유명하다. 그녀는 이상만 높고 무능한 아버지를 대신해서 글을 써서 생계를 유지해야 했다. <작은
아씨들>의 성공 이전에는 A. M. Barnard를 비롯한 여러 가명으로 당시 유행하던 대중 소설을 썼다. 기독교 미덕을 실천하며 가부장
아버지 아래 착한 여자들이 착해지려고 노력하는 이야기가 아니라 그늘진 환경과 성격을 가진 여자가 자신의 욕망을 추구하는 고딕 스릴러 소설이
대부분이었다. 그 중 한 작품이 바로 이 <Behind a Mask>이다.
코벤트리 집안은 어린 딸을 위해 가정 교사를 들인다. 시드니 집안 소개였다. 가정교사 진 뮤어는 가족들의 마음에 쏙 들게 행동하고 자신의
의무를 성실히 이행한다. 하지만 이는 가면을 쓴 여배우의 연기였다. 곧 둘째아들 에드워드가 그녀에게 사랑을 고백한다. 진은 형인 제랄드에게 그
사실을 알리고 자신이 집을 떠나겠다고 한다. 제랄드는 에드워드를 집을 떠나게 조치하고 진과 대화하는 과정에서 그녀에게 사랑을 느낀다. 진은 두
남자 사이에서 은근 밀당을 한다. 자신이 집안이 반대하는 결혼을 한 레이디 하워드라는 귀족 여인의 딸이고, 양친 사망후 가난하게 자라서 가정
교사가 되었으며 시드니 집안의 장남의 난폭한 구애로 고통받아 이 집으로 옮겨 왔다고 말한다. 약혼녀를 버리고 제랄드 역시 진에게 구애한다.
그런데 시드니를 만난 에드워드가 증거를 갖고 돌아와 진의 과거를 폭로한다. 그녀는 19세가 아니라 30세였고, 배우 출신이고, 귀족의 딸도
아니고, 이미 한 번 결혼한 경험도 있고, 이 모든 것을 숨기고 레이디 시드니가 되기 위해 시드니 집안의 장남에게 접근했다가 정체가 들통나서 이
집안으로 왔다. 코벤트리 집안의 사람들은 모두 분개하여 이 사실을 알리기 위해 이웃에 사는 삼촌이 도착하기를 기다린다. 하지만 그는 진과 함께
온다. 가족은 도망치지 않고 나타난 진에게 놀란다. 진은 이미 레이디 코벤트리가 되어 있었다. 이들의 삼촌인 이웃 영지의 존 코벤트리 경과
결혼에 성공한 것이다. 그녀가 친구에게 보낸 편지에 "They are an intensely proud family, but I can
humble them all, I think, by captivating the sons, and when they have committed
themselves, cast them off, and marry the old uncle, whose title take my
fancy.(본문 110쪽)"라고 쓴 계획대로.
성실하고 사랑스런 가정 교사의 가면을 쓴 악녀 진의 이야기. 이 소설은 제목이 주는 느낌이 작가의 삶을 나타내는 둣하게 보여서 더욱
흥미롭다. 10대시절 가정교사, 하녀 노릇부터 시작해서 작가가 된 다음부터 끊임없이 소설을 써서 생활비를 벌어야 했던 소녀 가장 루이자 메이
올컷 그녀. 오른손이 아프면 왼손으로 소설을 썼던 그녀. 기독교 정신이 넘치는 교훈적 가정 소설로 유명해진 그녀. 하지만 악녀와 해시시와
정신병자들이 등장하고 자신의 욕망을 대놓고 추구하는 성격 강한 인물들이 등장하는 선정적 대중 소설로도 인기를 끈 작가였던 그녀. "I am a
witch, and one day my disguise will drop away and you will see me as I am, old,
ugly, bad and lost. Beware of me in time. I've warned you. Now love me at your
peril.(본문 97쪽)" 소설 속 진의 이 대사는 작가 자신이 세상에 하는 말이 아니었을까.
형부 사후 언니(그러니까 메그)와 조카들을 책임지고, 파리 미술 유학을 보낸 동생 메이(그러니까 에이미)가 출산 후 사망하자 메이의 딸까지
키우며, 자신은 평생 결혼하지 않고 아버지 대신 가장 노릇을 하다가 아버지 사망 이틀 후 세상을 떠난 그녀. 그녀의 성공 덕분에 아버지 올코트
씨도 나중에 강연 요청을 받아 유명인이 되었다고 하니,,, 재능있는 딸이 너무 대단한, 존경할만한 아버지의 영향에서 평생 못 벗어나는 것에 대해
여러 생각을 해 본다.
읽느라 시간은 많이 걸렸지만, 재능있는 딸과 이상은 높고 현실적으로 무능한 아버지의 관계, 빅토리아 시대의 가난하지만 똑똑하고 독립심
강한 여자의 직업이었던 가정 교사(소설 <제인 에어>와 실존인물 베르타 폰 주트너가 떠오른다), 남북 전쟁 당시 북부 여성들의
삶,,,, 등등, 글 쓸 거리를 많이 찾아 뿌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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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서라서 그런가? 상품 이미지가 없어서 사진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