센세이션展 - 세상을 뒤흔든 천재들
이명옥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07년 9월
평점 :
절판


 

아르테미시아 젠틸레스키 관련한 글들을 찾아 읽다가 만난 책인데, "심봤다!" 저자분이 넓고 깊은 시각을 갖고 공부해서 쓴 책이라는 것이 팍팍 티가 난다. 자신의 전문 분야를 대중적으로 이렇게 쉽고 흥미롭게 전달해주는 능력이라니,,, 그러면서도 상당히 깊이 있는 지식을 전해 준다. 대중미술 에세이 분야에도 꽤 많은 책들이 끊임없이 새로 나오고 있지만 이 책은 흔한, 고만고만한 짜깁기 정보 전달하거나 근거없는 개인적 감상을 쓴 책이 아니다. 내게는 무엇보다 역사적 맥락을 짚어 준 점이 마음에 든다.

 

다루는 예술가들 라인업은 이렇다. '첫 번째 : 가부장제에 도전한 페미니즘展'에서는 아르테미시아 젠틸레스키, 카미유 클로델, 오노 요코, 주디 시카고가 등장한다. (최근에 읽은 <여성과 미술>의 저자인 주디 시카고가 이렇게 유명한 언니인줄 몰랐다.) '두 번째 : 외설과 예술 사이의 시시비비展'에서는 프란시스코 고야, 에두아르 마네, 구스타프 클림트, 에곤 실레, 로버트 메이플소프가, '세 번째 : 고정관념을 처절히 깨부순 파격展'에서는 부오나로티 미켈란젤로 , 귀스타브 쿠르베, 오귀스트 로댕, 마르셀 뒤샹이 등장한다. 각 예술가의 약력과 대표작에 대한 간단한 설명을 해 주시고, 왜 그 작품이나 그 예술가의 행위가 그 시대에 센세이션을 일으켰는가에 대한 분석이 이어지는 구성이다.

 

중고딩 미술사 이론시험공부만 제대로 하고, 성인이 되어 관련 대중 서적 좀 읽어보면 다 아는 인물들이다. 솔직히 나는 목차 읽어보고 안 들어본 사람이 로버트 메이플소프만이었기에 좀 만만한 자세로 이 책을 읽기 시작했다. 그러나 그렇지 않았다.

 

예를 들어 쿠르베. 나는 쿠르베가 리얼리즘 회화 대가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돌 깨는 인부>등 대표작도 알고 있었다. 그런데 그 리얼리즘 회화가 19세기 중반에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 그의 대작 <오르낭의 매장>이 왜 당시 관람객에게 충격을 주고 비평가들에게 천시를 받고 욕을 먹었는지는 몰랐다.

 

 

 

                         오르낭의 매장, Un enterrement à Ornans, 쿠르베 作, 1850년

 

 

 

 

당시 사람들이 느낀 충격의 강도를 이해하려면 그 시대의 눈길로 그림을 보아야 한다. 앞서 언급했듯 19세기 중반까지 아카데미 회화의 제왕은 단연 역사화였다. 역사화는 가장 고귀한 장르이니만큼 품격에 맞도록 주제도 도덕적이며 교훈적이어야 했다. 색채도 고상하고 크기도 거대했다. 그래야 역사화다웠다. 역사화의 대가인 다비드의 그림을 보라. (중략)

  <오르낭의 매장>이 그토록 맹렬한 비난을 받는 것은 한 시골 무명인의 죽음을 기념비적인 역사화의 형식을 빌려서 묘사했기 때문이다. 즉 저급미술과 고급미술의 순위를 뒤섞어버렸다.

- 본문 166~267쪽에 인용

 

 

이 책은 예술가와 그 작품 해설이나 소개로 끝나는 책이 아니었다. 그 시대 맥락에서 왜 그게 유명해졌으며 어떤 의미를 갖는가를 심도 있게 알려주는 책이다. 좋은 책을 만났다. 내용은 물론, 저자가 소재를 다루는 자세에 대해서도 배울 점이 많은 책이었다. 나온지 좀 되었고 현재 절판이지만 일부러 도서관에서 찾아 읽을 가치가 있다. (누가 검색해본 후 절판이라고 화낼까봐 이 문장을 덧붙인다)

 

(참 그런데, 당시엔 센세이션을 일으킨 작품이나 풍조, 작법도 시간이 흘러가면 주류에 편입되고 평범한 예술이 되는,,,, 뭐 그런 역사가 이어지고 있는데,,,, 20년전 작품이지만 안드레스 세라노의 <오줌 예수>는 현재 내게도 충격이었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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