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후의 만찬은 누가 차렸을까 - 세계 여성의 역사 동녘선서 98
로잘린드 마일스 지음, 신성림 옮김 / 동녘 / 2005년 10월
평점 :
품절


 

최후의 만찬을 요리하고 차리고 설거지한 여성은 나오지 않고 다 차린 식탁에 앉아 먹기만 한 남성들만 성경에 나오는 더러운 역사!  내가 다시 써 주리라! 뭐 이런 느낌을 주는 발랄한 제목에 비해 내용은 묵직하다. 원시 시대부터 현재까지 역사책에 제대로 기록되지 않은 여성의 역사를 다룬다. 450쪽이 넘는 두께에 활자는 작고 빽빽하다. 여성학 쪽으로 좋은 책 많이 내온 동녘 출판사에서 낸 책이다. 걍 믿고 읽으면 된다.

 

내용을 다 요약한다는 것은 의미가 없고,,,,

 

이 책은 어떻게 보면 좀 사변적이고 유머러스하다. 그러나 참고 문헌과 각주가 잘 정리되어 있다. 서구 위주이긴 하지만 예가 풍부하다. 이 책으로 전체 일별하면서 자신이 더 알고자하는 부분 관련한 아이디어를 얻거나, 관심있는 장에서 권위있는 참고 문헌 찾아 더 공부하려는 분께 딱 좋은 책이다.

 

한편, 정설이 아닌 내용을 버젓이 써 놓은 부분이 보인다. 230쪽에서 11세기 트로툴라가 <여성의 질병>을 썼다는 것은 정설이 아니다. 현재 학계에서는 당시 시칠리아에 트로툴라같은 여성 의사가 존재했음은 인정하나 그 책의 원저자라고 보고 있지는 않는 의견이 다수이다. 249쪽에서 프랑스 혁명 당시 테루아뉴 드 메리쿠르가 고급 매춘부였는데 바스티유 감옥 습격 때 아마존 여전사의 복장을 하고 군중을 이끌었다는 것은 당시 떠돌던 루머이다. 그런데 저자는 사실로 서술했다. 너무 가려졌던 여성사를 복원한다는 의도가 앞서서 그랬을까? 내가 알기에 오류가 딱 보이는 것은 이 두 군데이다. 하지만 얼마나 많은 부분이 이렇게 의욕적으로 왜곡되었는지 모르니, 이 책을 다른 곳에 인용하는 것은 좀 꺼려진다. 그리고 서구 여성 위주를 보완하기 위함인지, 다른 지역 여성들의 예도 종종 드는데, 그 비서구권의 예를 드는 방식이 마뜩찮다. 세이 쇼나곤(淸少納言)이 지은 마쿠라 노 소시(枕草子)를 그 문학적 진가와 상관없이 일본 여성의 열악한 상황을 보여 주는 부분만 골라 예로 드는 것이 그렇다. (이 문단 전체는 아주 소소한 옥의 티이다. 내가 생각한 것을 잊을까봐 기록하기 위해 적었을 뿐이다. 이렇게 쓰고 보니, 이 책이 별로인 것처럼 보일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이 책, 꽤 괜찮다. 통사 식이어서 일일이 장점을 다 예로 들어 리뷰에 쓸 수 없어 내가 안 썼을 뿐이다.) 

 

하기야, 뭐든 자신의 눈으로 확인해야 하는 법이니, 그냥 이 시대에 이정도 문제를 제기하고 활약한 여성이 있었다, 정도로 인지하고 넘어가도 될 듯하다. 그 정도만 해도 큰 성과다. 사실, 역사 좀 아시는 분들도 나폴레옹 법전이 유럽 여러 국가들의 민법 바탕이 되었으며 귀족제와 계급을 없앤 혁명적 법이다,,,, 이정도만 알지 그 혁명적이고 진보적인 법전에 여성의 권리에 대한 내용은 전혀 없었다는 것은 모르지 않은가.

 

 여성사에 관심 있으신 분께 권한다. 품절인 것이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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