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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설이 있는 카르멘 ㅣ 해설이 있는 명작 읽기 4
프로스페르 메르메 지음, 최복현 옮김 / 와우라이프 / 2011년 7월
평점 :
비제의 오페라는 두 번 보았지만, 메리메의 원작을 읽기는 처음이다. 원작 자체는 그리 정열적이지 않다. 원작은 고고학자인 서술자가 돈
호세와 카르멘, 그리고 당대 집시들의 풍속과 스페인을 관찰하는 형식이다. 소설이라기보다 보고서 같은 느낌이다.
작품은 총 4장이다. 1장에서 고고학자인 서술자는 스페인 답사길에 돈 호세를 만난다. 그는 현상금이 걸려 있는 살인자였지만, 서술자는 돈
호세에게 호감을 느낀다. 2장에서 서술자는 스페인의 지역성과 집시들을 객과적으로 묘사한다. 드디어 집시여인 카르멘을 만난다. 3장에서 서술자는
살인범 돈 호세를 감옥에서 면회하여, 그가 살인하게 된 경위를 듣는다. 바스크 사람인 돈 호세는 기병으로 세비야에서 근무 중, 담배 공장에
다니는 여공인 카르멘을 만나 사랑에 빠진다. 돈 호세는 질투 때문에 사건에 휘말려 탈영, 밀수범 겸 산적이 되고 살인까지 한다. 하지만 카르멘은
그 유명한 오페라 아리아처럼, 새처럼 자유로운 사랑을 하는 여인이었다. 그녀는 거듭 돈 호세를 배반하고 다른 남자의 품에 안긴다. 눈 앞에 칼을
들이대는 돈 호세에게 당당히 외친다. "나는 이제 당신을 사랑하지 않아요. 당신은 아직 나를 좋아하고, 그래서 나를 죽이려는 거예요. 뭐
당신에게 계속 거짓말을 할 수도 있겠지만 그러고 싶지도 않아요. 우리 사이는 끝났어요. 내 롬(남편이란 의미의 집시 말)으로서 당신의
로미(아내)를 죽일 권한이 당신에게 있어요. 하지만 카르멘은 언제나 자유로울 거예요. 칼리(집시 여인)로 태어나 칼리로 죽겠어요." 이에 열받은
돈 호세는 카르멘을 죽인 후 자수한다. 이어지는 4장은 집시들이 살아가는 모습, 그들의 관습과 성격 등에 대한 보고서이다. 어찌보면 참
쌩뚱맞고 기대를 배반하는 구성이다.
나는, 아무리 "L'amour Est Un Oiseau Rebelle "을 노래하는, 자유와 사랑을 최우선으로 여기는 집시 여인으로
태어났다고 해도, 들이대는 칼과 사랑했던 남자 앞에서 죽음을 택하는 카르멘이 늘 의아했다. 도대체 그녀는 왜 그렇게 된 것일까? 이제 원작을
찬찬히 보니, 그녀가 담배공장 여공이었다는 것이 눈에 들어온다. 오페라에서는 돈 호세를 만나 유혹하고 돈 호세가 영창에 가게 되는 계기로
사용되었을뿐이지만, 난 세비야의 담배 공장에 관심이 간다. 작품 창작 당시인 1830년대 도시 여공들의 척박한 삶에 관심이 간다. 그녀들은 너무
현실이 힘들어 이 남자 저 남자 품에 쉽사리 안겼던 것이 아닐까. 그 격한 사랑, 일종의 자포자기가 아니었을까. 이제 남자의 사랑도 지겨워
카르멘은 차라리 죽고 싶었던 것이 아닐까? 게다가 사랑하는 여인에게 칼을 들이대어 마음을 바꾸려는 찌질함이라니!
카르멘으로 검색해보니 책이 꽤 많지만 콜롱바 등 다른 작품과 같이 실려 있는 것이 대부분이었다. 그래서 촌스런 삽화가 많이 있지만 이 책으로
읽었다. 중간중간 설명이 많은 것은 때때로 유익했지만 때때로는 읽어가는 흐름을 끊어서 귀찮았다. 뭐, 이러니 독자들이 알아서 골라 읽을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