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사나무 아래에서 산하세계어린이 26
마리타 콘론 맥케너 지음, 이명연 옮김 / 산하 / 2006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아동역사소설이 다 왕자나 공주가 되거나, 모험을 하고 보물을 발견할 필요가 있을까. 이렇게 지난 시대의 참상을 알려주는 소설도 필요하지 않을까.

 

아일랜드의 동화 작가 마리타 맥케너가 1990년에 낸 <산사나무 아래에서>는 1845년에서 1851년까지 이어진 ‘아일랜드 대기근’의 참사를 담고 있다.

 

 

 

1845년, 감자가 썩어들어가는 감자마름병이 퍼진 아일랜드의 농촌. 주식인 감자를 수확할 수 없게되어 굶주림에 시달리는 와중에 역병마저 번졌다. 주인공 에일리의 아기 동생 브리짓은 역병에 걸려 제대로 된 관도 없이 집 근처 산사나무 아래에 묻혔다. 아버지는 공공 근로사업에 나간 후 소식이 끊겼다. 아버지를 찾기 위해 길을 떠난 어머니마저 돌아오지 않는다. 아이들은 수용소로 끌려갈 처지에 놓였다. 이에 12살인 에일리는 9살인 마이클과 7살인 페기를 데리고 수용소로 가는 길에 대열에서 도망친다. 엄마의 이야기로 들었던 이모할머니 두 분이 사시는 먼 마을을 향해 가던 아이들은 기근의 참상을 생생히 목격한다. 수용소로 가는 길에 죽은 사람들, 죽 한 그릇 얻어 먹기 위해 구호소에 길게 줄 서서 하염없이 기다리는 사람들, 그 와중에 곡식을 수출하는 사람들과 그들을 지켜주는 군인들,,, 페기가 병에 걸리는 등, 수많은 위기를 넘긴 아이들은 마침내 이모할머니 댁에 도착하여 보살핌을 받게 된다. 일단 배를 채운 후, 에일리는 고향 집의 산사나무를 그리워한다.

 

아동 소설이어서 그런지, 실상보다 덜 끔찍하게 그려졌다. 하지만 재난의 원인이 감자마름병이 아니라 영국 지배자들의 잘못된 대처라는 것은 짐작할 수 있게 해 준다. 읽는 내내 저자에게 호감이 생겼다. 대기근을 이렇게 아동 소설로 담아낸 것도 그렇지만, 특히 기존 설화 속 마녀 이미지를 새롭게 해석하고 묘사해낸 점에 관심이 간다. 에일리네를 도와주는 옆집 메리 케이트 할머니는 약초 등 민간요법 지식을 갖고 있다. 암염소 내니도 키운다. 전통적인 마녀 캐릭터이다. 아이들이 찾아가는 이모할머니는 빵과 과자를 굽는 제과점을 운영한다. 헨젤과 그레텔이 찾아간 과자집의 마녀 캐릭터 재해석이 아닌가!

 여러 면으로 멋진 작품이다. 작가의 내공이 느껴진다.

초등 고학년부터 성인까지, 강추. 아일랜드 감자기근을 다룬 역사책과 같이 읽으면 더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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