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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테판 츠바이크의 마지막 나날
로랑 세크직 지음, 이세진 옮김 / 현대문학 / 2011년 4월
평점 :
품절
유대계 오스트리아 작가 슈테판 츠바이크(1881-1942)의 말년 150여일을 재구성해낸 소설이다. 츠바이크를
흠모하여 자신의 의학박사 논문까지 그에게 헌정했을 정도의 저자이니, 소설 행간 사이사이 엿보이는 츠바이크의 <어제의 세계><모르는 여인의
편지><체스>등의 영향을 찾아보는 즐거움이 있다.
빈의 황금시대에 태어나 그 문화적 유산을 계승한 츠바이크는 1차 세계
대전을 겪으며 그의 정신적 고향인 유럽의 파괴를 목격한다. 그는 2차 대전 발발 후, 나치의 유대인 박해를 피해 브라질로 망명하지만 고향에서
들리는 친지들의 암울한 소식과 전쟁 확대, 브라질에서도 자행되는 유대인에대한 테러 현실에 절망한다. 끝내 츠바이크는 1942년 2월 22일, 늘 소지하고 다니던
약물로 자살한다. 27세 연하의 두번째 아내 로테와 함께.
이제는 신성한 안식처도,
고정 거주지도 없었다. 삶은 영원한 방랑의 장이 되었다. 기억할 수도 없는 아득한 탈출기가 되었다.
- 본문 12쪽에서
인용
그가 알던 세상은 폐허가
되었다. 그가 살뜰히 여기던 이들은 죽었다. 그들에 대한 추억마저 무참히 훼손당했다. 그는 인류의 가장 풍요로운 시간을 증언하는 전기 작가가
되고 싶었다. 야만의 시대를 아무 생각 없이 기록만 하는 글쟁이는 될 수 없었다. 그에겐 너무 많은 기억과 너무 큰 두려움이 있었다.
노스탤지어는 그의 글쓰기의 유일한 원동력이었다. 그는 과거에 대해서만 글을 썼다.
- 본문 47
-48쪽에서 인용
카스텔리오, 에라스무스,
몽테뉴,,,, 지난 시대 유럽의 야만에 맞선 역사적 인물들을 즐겨 그려냈던 그에게, 눈앞에 펼쳐지는 새로운 유럽의 야만, 아니 전 세계로 확대되는
야만은 결코 견딜 수 없는 것이었으리라. 츠바이크 신봉자가 쓴 이 책을 통해 나는 그의 아픔과 두려움을
읽는다.
하지만 그의 시대와 그가
그려낸 작품의 시대를 그리워하는 나. 그란 남자와그란 남자가 숭상한 남자들을 그리워하는 나는, 이 작품에 등장하는
츠바이크의 어린 아내
로테처럼 이 소설과 그를 안타까운 시선으로 볼 수밖에 없다.
“난 당신의 모든 것을 알고 싶다고요. 현재와 과거 모두를요. 당신 인생의 매순간을 지켜보는 관객이 되었으면 좋겠어요.
당신 품에 안겨 오롯이 당신에게 속하고 싶어요. 당신과 함께 베토벤 카페에, 부르크 극장에 있었으면 좋겠어요. 함께 폴크스가르텐을 산책하고 막시밀리안플라츠를 바라보며 감탄하고 싶어요. 당신과 나란히 오페라 극장의 계단을 오르고 마리엔바트의 공기를 호흡하고 싶어요. 운명이 나를 너무
늦게 태어나게 했으니 잃어버린 시간을 따라잡고 싶어요. 내가 당신과 떨어져 살았던 그 세월을 모두 다
이야기해줘요!“
- 본문 60쪽에서 인용
내게 먼 남자를 읽고 뒷북치며 사랑하는 일은, 고되다.